노트북 하드디스크가 고장난 이후, 긴급 대응으로 4기가짜리 SD 플래시 메모리에 우분투 리눅스를 설치해서 컴퓨터를 좀 사용했습니다. 하드디스크만 안 된다 뿐이지, 머 메모리도 1기가 정도 되었었고, 그래픽 카드도 그렇게 후진 녀석은 아니었던지라 그래도 꽤 쓸만하더군요. 부팅하기 전에 메모리카드를 꽂아야하고, 회의실 이동 간에 빠지지 않게 조심조심해야 하는 부담감만 빼면 그럭저럭 쓸만 하더라구요.
어쨌든, 결국 불쌍하게(?) 노트북을 사용하는 저를 어여삐(*) 여기신 저희 이사님께서 노트북을 새로 사주시겠노라고 하셔서, 이번에 새 노트북을 지급 받았습니다. 그간 정들었던 육중한 무게의 노트북을 수리 보내는 심정은 마치, 곱게 키운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그런 마음과 같았다고나 할까요. (물론 같을리가 없지요)
새로 받은 노트북은 당연히 최신형은 아니고 나온지는 좀 된 L모 전자의 12인치 노트북입니다. 음… 전 개발자들이 지급받는 삐까번쩍하고 (게다가 그래픽 카드도 좋아서 마비노기도 할 수 있고, 가격까지도 비싼) 노트북도 욕심이 났지만 14인치를 넘어가는 노트북들은 ‘노트북’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좀 얇은 일체형 데스크톱이라 하는게 더 맞는 거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모델을 결정하고 물건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좀 얇고 (사실 무게가 걱정이 돼서 넷북을 살까 큰 맘먹고 맥북에어를 사달라고 할까 고민도 했었지요) 깃털처럼 가벼운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슬림’한 라인을 상상했는지는 몰라도 막상 새 노트북을 받았을 때는 그 놀라운 두께!와 덩치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막상 가방에 넣어서 다녀보니 가볍기는 예전 노트북보단 훨씬 가볍더군요.
아, 오늘은 새 노트북 받은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고…
아무튼 이렇게 새 노트북을 받기 전까지 거의 3주가 넘게 우분투 리눅스를 써온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선, 부팅이 정말 깔끔하고 빠릅니다. 실제로 부팅에서 가장 지루한 시간은 메인보드가 정신 차리는데 필요한 시간일 뿐, 메모리카드로부터 부팅이 시작되어 실제 쓸만한 상황이 되기 까지의 시간은 정말 짧더군요. 그리고 3기가 정도의 용량에 어지간한 기능들이 이미 다 갖추어진 상태라는 점도 좀 놀랍습니다. 실제로 이것 저것 설치해보고 지우고 했지만, 그렇게 ‘대형’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디스크 용량을 그렇게 많이 잡아먹는 건 없는 듯 하더군요.
게다가 절대적으로 많은 비율의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은 대부분이 리눅스 저장소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 해당 어플리케이션의 홈페이지를 찾지 않고도 그냥 바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고나 할까요. 윈도우랑 가장 큰 차이가 바로 그런 점인 듯 합니다.
결정적으로 매우 가볍게 느껴집니다. 이것저것 다 설치해보고 마음껏 사치를 부려도, 온갖 것 다 끄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근근히 써왔던 윈도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똑같은 노트북을 쓰는데, 어째 임시 방편으로 달아놓은 메모리카드에서 사용하는 우분투가 더 쾌적할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아주 저사양이라면 조금 힘듭니다. 처음 설치를 하고 이것 저것 좀 정리를하고 나면 대략 사용하는 메모리가 250메가 언저리에 다다릅니다. 그래서 PC 메모리가 256메가 짜리라면 상당히 힘듭니다. 집으로 얻어온 연식이 아주 오래된 구형 PC(램256)에서는 파이어폭스로 그림이 조금 많이 들어있는 웹페이지라도 들어간다치면, 마우스가 옴짝 달싹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네요. 오늘 과감하게 시작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같은 걸 지웠더니 웹 서핑은 한 결 나아진 기분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이런 곳에서 리눅스는 많이 어렵네요)
그래도 상당히 안정적이고 동작이 한결같다는 점은 매우 칭찬할만 한 일입니다. 지금 집에 PC를 몇 일째 계속 켜놓고 다니는데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집엘 잘 못 들어왔어요, 바빠서 ㅠㅠ) 그래도 뭐 거뜬히 잘 돌아가고 있네요. 윈도로 돌렸을 때는 그냥 뻗어있거나 아니면 어느새 혼자 재부팅 되어 있기도 했었거든요. 설마, 화면보호기 때문에 죽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아주 맘 놓고 리눅스를 업무에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매우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그동안 못써왔던 고물PC도 손에 넣었습니다. (전 가난한 빈곤층일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업무용 노트북에는 멀티부팅으로 리눅스를 또 설치하게 되었는데, 윈도를 거의 쓰게 되질 않네요. 아주 가끔씩 사용하게 되는 사무실 데스크톱(윈도)을 쓰려면 너무나 어색할 지경입니다.
암튼 주저리 주저리 … 이제는 눈 좀 붙여야겠어요. 글도 발행하고 말이죠… (무려 처음 글 쓰기 시작하고서 2주가 지났네요)
우분투의 매력에 푹 빠지셨군요.
어느샌가 저도 개인데탑, 노북, 회사데탑 모두 우분투를 쓰고있게 되었습니다. ^^
6개월마다 나오는 최신버전을 기다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지요.
네 저도 이렇게 몰빵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오피스를 많이 쓰는 직군이라, 좀 염려스러웠는데, 크게 번거롭거나 문제가 될 일도 많이 없더군요. 이렇게 신나게 쓰다보면 또 담달 말에 새 버전이 나올테니 너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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