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판, 그러니까 대선판이 돌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암담합니다. 그간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졌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치판의 더러운 속이 바닥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특정 정치인들이나 특정 정당에 한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대립적 구도의 계급 문제를 꺼내기는 왠지 식상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대선을 둘러싼 많은 논쟁은 결코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당이란 무엇입니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그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이익집단입니다.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했다고 그 이름에서 말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른 바, ‘가진자들’의 대표 집단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이들은 어쨌든간에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대한민국’이 아닌 ‘당장 우리한테 이득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별로 이익이 되지 못하거나, 혹은 그들이 떠안게 될 조그마한 손해에 대한 반대 급부를 소수의 가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따라서 이들 중에 고승덕 변호사와 같은 대한 민국 대표 수재급 인사가 있어 최선을 다해 국정을 펼친다 하더라도 그것이 ‘올바른 정치’라든가 ‘대한민국의 총체적 발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것도 필연적인 결과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들의 정치 공약을 보노라면 이 것이 이 나라를 발전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알기는 당장에 힘들지만,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만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일단 ‘가진자들’이 살기에는 편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만큼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그런면에서 역시 ‘가진자’들에 속하는 언론이나 재벌들이 이 들의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언론들이 이들 편에 서서 단물 좀 빨아보겠다고 덤비는 것은 사실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망각한, 욕 좀 먹어도 싼 행동이라는 지적도 당연히 피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이없는 여론조사 결과의 진위를 떠나서 실제로도 적지 않은 이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그들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미스테리 입니다. 우리나라에 소위 ‘가진자’라고 할 만한 계층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눈에는 결코 그렇게 보이지는 않거든요.
사실 꽤 오래전에 좀 유명하신 블로거 한 분께서 공개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을 쓰셨을 때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그분의 논지는 ‘귀족 계급으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라온 사람들보다 이른바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이룬 자수 성가 스타일의 그 분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개인적으로 그 블로거분께 적지않은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설마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의 등장 인물을 지지한다는 글인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더군요. 결국은 그 분도 ‘좀 사는 집’ 자제분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렇다면 그건 납득이 가능할테니까요.
어쨌든 연일 한나라당의 말바꾸기와 더러운 행각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부도덕과 지랄 옆차기를 일삼는 정당이라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웃기지도 않는 저질 코미디로 대선판이 흘러가는 모습은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추한 욕심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봅니다.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동안 재산을 모아왔으며, 또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자들의 추한 몸부림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런 판국에 이 나라에서 무슨 ‘노블리주 오블리제’ 따위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끝으로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는 환상 따위는 버려달라는 것입니다. 경제적 양극화는 이미 21세기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나라에 중산층이라는 경제적 계급따위는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단지 온갖 미디어가 그러한 개념을 마치 있는 것처럼 선전하여 국민 대다수의 서민층 중 일부를 회유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한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보다 객관적인 시선이 아닌 주관적인 시선으로 정치인들의 정책을 보고 판단하시라는 겁니다. 다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전쟁터에서 어느 것이 이 나라와 사회정의를 위하는 길인가를 판단하기에 앞서서 유권자 본인의 이익을 대변할 것 같은 정책을 판별하는 것은 그래도 좀 쉽지 않겠습니까?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더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정당에 표를 던지고 지지를 보낼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nari
하지만 위에서 잠깐 정책을 보고 결정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했지만, ‘인물이 없다’는게 왜 자신과 정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될 수는 없고 되어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그런식이라면 박통의 딸인 박근혜가 대선 후보로 나왔다면, 이번 선거는 정말 싱겁게 끝나버리는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만약 ‘인물’을 보고 뽑는다고 해도 이명박은 기피 1순위가 되어야겠는데, 그것도 아니니까 한심할 따름이지요.
오히려 서울 시민들, 아니 오히려 ‘서민들’ 조차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명박과 딱히 차별될만한 인물역시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듯. 그럼 모후보를 지지하면 되지? 라고 하지만, 정치와 경제를 자알 들여다보며 연구해고 또 인터넷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그저 바쁘게 사는 서민들은 인지도 없는 사람보단 눈에 보이는, 그래도 뭔가 보여줬고, 힘이 있어 보이는, 대세에 따르기 마련이라는…… M후보가 마케팅&언론플레이만 잘했어도…….
//마물
우선 썰렁한 블로그에, 게다가 이메일까지 입력해야하는 워드프레스임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먼저 글을 쓴 의도는 이명박의 지지율이 수상하다기 보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최근 몸부림이라 표현할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 가진자들의 돈에 대한 욕심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님께서 언급하신 이명박의 업적들은 서울시장 재임당시에도 대선을 노리고 하는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광화문 쪽에서 일한다고 하시니 여름철에 점심시간 청계천쪽 산책은 다녀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상쾌하고 시원하시던가요? 눈으로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하수구 냄새 장난이 아닙니다. 게다가 하천이라기보다는 초대형 분수에 가까운 청계천을 유지하기 위해 또 어마어마한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무대포적 밀어붙이기 방식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추진력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런 덕분에 현대건설이 주저앉은 바 있고, AIG에게 사기당하다시피 해서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
박정희 대통령 때에는 온 나라가 황무지나 진배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건설업은 최대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일어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박정희의 능력 때문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식으로 생각한다면 29만원으로 대표되는 빡빡머리 아저씨도 그렇게 정치를 잘해서 경제가 흥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IMF 직전, 우리나라가 살만하다고 생각되던 바로 그 시점을 다시 떠올려서 김영삼이 그렇게 경제적으로 빠삭하고 유능한 대통령이었는지도 아울러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
단언코 이명박이 우리같은 서민에게 실익을 안겨 줄 수 있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오히려 부자들이 살기에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복지에서 더 나은 정책을 펼치기라고 생각하기에는 힘듭니다. 청계천? 네 좋습니다. 좋을지는 모르지만 전 오히려 그런 곳에 쏟아부은 돈으로 복지 예산을 더욱 늘렸으면 어땠을까 싶군요. 눈에 당장 보이지는 않더라도, 서민들이 살기에는 좀 더 나은 서울시가 되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러려면 가진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낼 수 있어야하고, 제대로 신고 안되는 많은 자영업자들로부터 확실한 세금 걷이도 하려고 애를 써보겠죠.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서민들의 삶은 턱없이 힘듭니다. 박통이나 전두리같은 인물들이 집권을 해봐야, 계속 땅만 파게 되고 입에 풀칠하기에는 계속 힘들어질 겁니다.
제가 한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적극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가 이명박을 아직까지는 지지하는 이유를 말씀드려보지요..
그건 바로 이명박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보여주었던 추진력과 눈에 보이는 성과 때문입니다.
이명박.. 개인적으로 흠결이 제일 많습니다. 기업인이었고, CEO였던만큼 눈에 보이는 과실이 제일 클 것입니다. 돈도 이리저리 많이 모았고, 그 돈 중에는 분명 떳떳하지 않은 돈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도 아니고, 그리 잘 살지도 않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이명박을 아직까지 지지하는 것은 다른 후보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결과물 때문입니다.
정말 지금 맘 같아서는 대통령 하면서 뒤로 자기 돈 챙기고, 지저분하게 굴어도 이 나라를 눈에 띄게 발전시켜주고, 편리하게만 해준다면 OK일 것 같습니다.
청계천.. 보기 좋습니다.
버스 전용차선제.. 이것 없었으면 제가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할 때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분명한 건 위 두 제도 모두 이명박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엄청난 비난이 있었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구요..
고건이요? 아무리 행정 잘하고 깨끗하면 뭐합니까? 그냥 서울 잘 돌아가게 유지만 하면 되는 겁니까?
오세훈도 아직까지 아무것도 눈에 보이게 해낸 것이 없습니다.
말 잘하고, 선량하고 깨끗한 우리나라 정치인들.. 도대체 무얼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까?
토론잘하고 말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정치인들.. 그들이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건 바로 이명박이 우리에게 그러한 실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희가 독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최고의 지도자로 인식되는건 그가 우리 국민에게 눈에 보이는 이익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고고하게 위장전입, 위장취업 비판하면서 대통령 때려치우라는 그들이 더 배부른 소리 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 민주주의 발전만 부르짖고, 개혁만 외치는 게 일반 서민인 저희에게는 참 와닿지가 않는데 말이죠.
어쨌든…
블로그 주인장님께서 이명박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길래 제 생각 좀 적어보았습니다.
부디 무례한 글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