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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4

차라리 내가 아프면

한 때(잠투정으로 엄마를 무척이나 힘들게 만들 던 백일 이전, 아니 그 후로도 한참을) 예민하다고 판정하였던 제인이는 또 한편으로는 참 순둥순둥하다. 그게 부모 입장에서는 마냥 좋다기보다는 참 마음이 짠한 구석이 있는 건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어느새 훌쩍 한여름 7월인데 제인이는 거의 6월 1일부터 이래저래 병치례를 좀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기운이 좀 있나보다 싶었는데, 아기는 가끔 콜록 기침을 한 번씩 할 뿐이고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면 좋다고 꺄르르 애교도 넘치고 또 잘 먹고 잘 놀아서 그게 아픈 건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주말에 일요일 아침에 진료하는 병원이 일산에 있다고 해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감기가 기관지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진짜 감기가 걸린지는 꽤 시간이 지났던게다. 우리는 깜짝 놀랐고, 우선 제인이는 약 처방을 받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는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은 했다. 그리고 제인이는 6월 첫 주에 제주도도 다녀왔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에 제인이는 다시 열감기가 심해졌는데, 하루는 식은 땀을 너무 흘리면서 체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왠지 일찍 집에가서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단 막연한 생각은 들었는데, 아내의 전화는 너무 늦은 시각에 걸려왔고 그렇게 달려가 집에 도착한 시간도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체온이 떨어질 때 응급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체온 재고 땀 닦아주고 체온 재고 땀 닦아주고… 그날 밤 아내는 거의 탈진할 정도로 아기 간호를 했고, 다행히 아침에는 컨디션이 좀 호전되어 병원을 다녀온 뒤에 나는 출근을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지긴 했었다.

어쨌든 기침, 고열, 저체온 그리고 그에 동반한 설사에 이르기까지 6월 한달 내내 제인이는 제인이대로 고생을 했고, 또 그 곁에서 아내는 아내대로 아기 돌보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도 심신이 무척이나 지쳐있고, 제인이는 매력포인트인 볼살이 거의 다 빠져버렸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우리 집 두 여자가 지난 한달은 참으로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이 뭐니뭐니해도 최고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