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30 :: 경제가 춥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우리 나라에서는 그 분류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필수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경제’입니다. 아무튼 제가 꼬꼬마이던 시절부터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구호는 거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만큼이나 크게 유행을 했었고, 어느 사이엔가 알게 모르게 온 국민의 뇌리 속에 자리 잡았고, 결국 대선과 같은 큰 행사에서는 빠지지 않는 이슈가 아니라, 국민의 대다수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테마가 되었고 결국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이미지를 가장 확실하게 주는 후보에게 자연스레 표를 던질까보다 하는 민심이 조성됩니다.

그러면 경제가 무엇인가요?

십수년 째 위기에 처한 경제. 그런데 우리는 정말 경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음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물물교환, 화폐, 경상수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의 하나가 ‘경제 활동’일진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러한 경제라는 게 또 꽤나 추상적인 것은 확실합니다. 또한 경제라는 단어 그 자체는 꽤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서 딱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 경제의 실체를 쉽게 풀어 말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제가 가진 경제에 대한 지식이 짧고 그런 분야의 소양이 얕은 탓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5년전 권영길 후보가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이 한마디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경제’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에는 큰 이견이 없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네, 바로 ‘살림살이’입니다. 뉴스 같은 데선 ‘경기’라고도 하고 특히 ‘체감경기’라는 말을 많이 하지요. 특히나 요즘과 같은 연말 즈음이나 명절이 되면 ‘경제’가 즐겨 입는 옷이기도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형편이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어떤 기대를 걸고서 손에 표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정치를 하시는 분들과 일반 서민들 사이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에게 경제는 ‘살림살이’에 다름 아닙니다. 이는 우리 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얼마고, 경상수지 적자가 얼마며, 성장률이 얼마이다라는 게 아닙니다. (물론 이런 숫자들이 결국에는 우리의 살림살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경제가 아니라 살림살이를 생각해 볼 시간

이러한 경제 관련 지표는 어떤 식으로든 가계의 살림살이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익히 느껴왔던 것과 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전쟁 직후 우리 나라는 ‘보릿 고개’로 대표되는 시절이 있었을만큼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교육의 혜택(?)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교과서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우리 나라는 말 그대로 눈부신 발전을 해냈습니다. 국민총생산이라든지, 일인당 국민소득과 같은 수치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증가했고,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생활 수준을 어느 정도 일구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추세는 어느 정도 하락하기는 했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나라의 경제는(살림 살이 말구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IMF를 기점으로 우리의 살림살이는 계속해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바로 선거판을 휩쓴 ‘경제를 살려내자’라는 구호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 그 반증이겠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청년 실업을 볼모로 한나라당이라는 작자들은 사고력이 마비되어 수능 시험 이후, 무슨 사고라도 당한 건지 의심되는 청년들을 줏어모아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이고 있지요.

이러한 각종 경제지표와 우리의 살림 살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똑똑하신 분들이 한자리씩 꿰차고 앉아서 뭔가 큰일들을 하고 계신 것은 틀림없지만, 그 분들이 정작 우리들의 ‘살림살이’는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는 사실 우리가 너무나 급격하게 성장을 해왔다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일단 몸으로 때워서 공사판에서 흙을 파도, 그것이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 때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앞만 보고 달려왔던 대한 민국은 참말이지 보고 있으면 좀 민망할 정도로 진짜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여기서 ‘서브 백번!’) 뒤를 잇는 당연한 수순은 양극화죠. 뒤쳐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없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언덕을 깎아 길을 내고, 둑을 쌓고, 들판을 다져 건물을 올리고, 공장을 지어 뚝딱뚝딱 상품을 만들어 파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와서 주위를 둘러보니 뭔가 좀 이상합니다. (물론 근 20년째이긴 합니다만,) 조국은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데, 지금 내가 먹고 사는 건 그리 순탄치가 않습니다. 번듯한 직업도 있지만 왠지 수입은 그리 넉넉치 않습니다. 물론 좀 예전에는 온 국민이 잘나가던 그런 때도 있었지만 말이지요. 어이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입은 팍팍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온갖 세금에 세금이 아닌 척하는 비겁한 또 다른 세금의 무리들까지 내 살을 뜯어먹어 수입은 거의 늘지를 않았는데 물가는 오르고, 공공 요금도 오르니 이거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자꾸 손해를 봅니다. 사람들의 얘기로는 그렇게 저금만 열심히 했다가는 거지 꼴이날 수도 있으니 땅을 사라고 하는 군요. 어머 그런데 땅이 좋다는 사실을 그동안 나만 몰랐나 봅니다.온 나라가 땅값이 미친듯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땅 때문에 복터져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때는 늦었고, 그런다고 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도 않습니다.당연히 땅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뒤로 밀려나게 되고, 잘나가던 시절에 ‘중산층’이라 자부하고 살았지만 이제는 ‘서민’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매끼니 뜨순 쌀밥을 먹지만 왠지 까끌거리고 밥이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걸어온 ‘경제발전과 살림살이’의 짧은 역사가 되겠습니다. 결국 ‘살림살이’라는 것은 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절대 무관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균형있게 발전하고 또 불어난 분량이 어떻게 분배가 되어 내 뱃속으로 들어오는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죠, 저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가 읊어주는 ‘몇 퍼센트 포인트 성장’만 들어오고,그 숫자가 크면 좋겠지 라고 생각했던 많은 서민들은 어쩌면 아직까지 이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일으켜 세울 능력있는 사람을 뽑자’는게 대선의 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전두환 정권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고 정치를 잘해서 경제가 나날이 발전했던가요? 아니면 김영삼 정권이 IMF를 맞아 우리 경제가 내리막길로 치솟고 그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로 많은 이들이 그저 거리로 내몰렸던 10년전에도 그들은 정치를 잘하고 경제를 잘 요리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러니까 정책을 봅시다

결국 우리의 살림 살이가 나아지려면 경제 성장률이 놀라운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 성장의 혜택을 얼마나 돌려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웰빙’은 옵션이 아닌 기본 사양이 된 시대인지라,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쯤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서 성장 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은 왠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들, 그것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물불가리지 않고 법질서 따위는 안중에 없는 사람이라면 막대한 이익의 반대급부는 또 역시나 힘 없는 서민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한나라당의 감세 정책은 그야말로 빚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누진세율의 적용에 따라 감세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이들은 고소득층입니다. 우리가 한달에 만원, 이만원의 세금을 덜 내는 동안 누군가는 몇 백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고, 법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어마어마한 세금을 아깔 수 있겠지요. 당연히 국가 살림에는 돈이 부족합니다. 결국 돈이 많이 나가지만 가시적으로는 표시가 잘 나지 않는 복지 관련 예산은 삭감될 것이고, 온갖 공공요금이 올라 부족한 세수입을 충당하는 것이 (아니면 국민연금을 이을 올가미가 추가로 등장할지도 모르지요) 그 다음 수순입니다.

‘경제대통령’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은 결국 허상입니다. 정치 상황과 경제는 어느정도 연관이 있지만 정치를 잘한다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개연적인 인과관계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로 빛나는 그분을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요즘 많이 붙어있는 선거 포스터나 CF를 찬찬히 들여다 보세요. 유인촌씨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저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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