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7 :: 노트북 배터리 잘 사용하기

노트북 배터리 사용 수명에 대한 논란

“노트북 배터리가 부착된 상태에서 외부 전원을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소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맹신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저로서는 사실 확인을 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맥북과 맥북에어는 배터리 탈부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사용 방식이 실제로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준다면 금액적으로도 손실을 입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부분의 (거의 모든) 노트북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비단 노트북 뿐만 아니라 최근에 생산되는 거의 대부분의 전자기기에서 사용되므로 이제는 어느 정도 흔한 물건이죠. 리튬 이온 배터리의 장점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에너지 밀도가 높다
  • 메모리 효과가 적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메모리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로 AA 사이즈로 많이 사용하는 니켈수소 계열 충전지 [1. 예전에 워크맨 좀 들고 다녀 보신 분들은 아실 네모난 충전지입니다]나 니켈카드뮴 전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즉 니켈 계열 전지는 남은 전기 잔량을 완전히 소모하지 않고 충전을 하게 되면 내부에 고착물이 형성됩니다. 이 고착물 형성 과정은 비가역적이라 한 번 고착물이 형성되면 원상 복구가 되질 않아요. 따라서 다음부터는 마치 건전지가 지난 번 썼던 용량이 마치 완전 방전상태인 것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최대 충전 용량 자체가 감소해버리게 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이러한 메모리 효과가 없어 언제나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만 충전하면 된다는 점에서 편리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히려 완전 충전을 하지 않는 것이 사용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요.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 수명

그러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사용 수명은 어떤 식으로 계산될까요? 일반에 알려진 것 처럼 리튬 이온 배터리의 사용 수명은 충전 사이클과 관련이 깊습니다. 즉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 배터리의 사용수명은 100회 충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5시간을 사용한 후 다시 완전 충전을 하면 한 사이클의 50%를 사용한 것입니다. 다시 완전 충전을 하고 이번에는 7시간을 썼다면 전체 사용량은 1.2 사이클이 됩니다. 즉 한 번 어느 정도 충전하고 사용하면 그것이 완전 방전 –> 완전 충전이 아니라면 1사이클을 채우지 않습니다. 배터리는 당연히 소모품이므로 이런 식으로 계속 사용해 나가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아주 천천히 전체 용량이 조금씩 감소하게 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체 용량이 감소하는 원인은 리튬 이온 자체보다는 전지의 각 극을 연결하는 단자를 이루는 소재가 소모성이 있기 때문이며, 또한 전지 내부에서 이동하지 않는 리튬이온이 많은 경우에 움직이지 않는 리튬 이온이 반응하여 내부에서 저항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 액 내부의 리튬이온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그만큼 수명이 감소하게 되고,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자연 방전하는 경우에는 반응 가능한 이온의 수가 그만큼 많으므로 전체 용량이 서서히 감소하는 효과가 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자연의 순리이므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에 분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계속 유지하려면 배터리 용액 내에서 리튬 이온이 계속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리튬이온은 +이온이므로, 전지내에서 양극에서 음극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전지 외부에서는 전자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나오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수명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사용하라‘가 되겠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충전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이 용액 (이온화) 상태로 되어 내부에 담겨 있습니다. 리튬은 굉장히 가볍고 반응성이 좋은 금속입니다. 반응성이 좋다는 말은 산소와 아주 격한 만남을 선호한다는 뜻이며 폭발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일반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충전된 용량에 따라 충전 속도를 달리해야 합니다. 전지 안에 전기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면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긴 이후에는 과잉된 전력의 유입은 폭발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천천히 충전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충전 속도 조절 및 내부적인 안정을 위해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에는 단순히 충전지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전압을 측정하고 전력 유입을 조절하고 완전 방전을 방지하는 회로가 함께 붙어있습니다. 좀 좋은 배터리들은 굳이 전기를 꽂지 않아도 배터리 자체에 잔량을 표시하는 기능을 가진 것들도 있지요.

만약, 어디 가는 일 없이 언제나 책상위를 지키는 노트북이 있고 여기에 AC 전원 어댑터를 계속해서 연결해 둔다면 노트북의 배터리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 AC전원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노트북은 먼저 배터리를 완전 충전 시키게 됩니다.
  • 배터리가 완전 충전되면 노트북은 (정확히는 배터리는) 더 이상 배터리로 전류를 유입시키지 않고 차단합니다.
  • 노트북은 계속해서 AC 전원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동작합니다.
  • 완전충전된 배터리는 완충 상태에서 자연방전을 시작합니다.
  • 일정량 자연방전을 하고나면 배터리는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함유한 전기 용량이 하락하고 다시 아주 조금씩 충전됩니다.
  • 그러나 완전 충전 상태에서 방전되면서 일정량 최대 용량이 역시 아주 조금씩 저하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다보면, 노트북 배터리의 사용 용량은 한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몹쓸 상태로 저하되기 까지 합니다. (제 지금 노트북이 그런 상태입니다. 어떻게 1시간을 버티기 힘드냐 ㅠㅠ) 따라서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배터리를 부착한채로 AC 전원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트북 배터리의 보관

그럼 집에서만 사용하면 노트북 배터리는 빼 놓아도 상관이 없는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노트북 배터리의 수명은 사용 주기와 관련이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빼 두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빼 둔다고 해도 여전히 관리가 필요합니다. 리튬이온의 반응에 의한 내부 저항 증가는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약 절반 정도만 충전하고 시원한 곳에 보관하면 되겠습니다. 완충된 상태에서 보관하는 것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그만큼 높이는 것이 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역시 자연 방전을 하게 되고,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완전히 방전되어 깊은 방전 상태에 빠지게 되면 재충전이 안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1~2개월마다 노트북에 부착하여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계속해서 절반 정도 수준까지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부적인 화학반응에 의한 수명 단축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만,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화학 반응은 더디게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발열 반응의 경우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한 한 저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온도는 낮게 유지할 수 있을 지언정, 습기가 회로 내에 달라붙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는 노트북

맥북의 경우에는 배터리를 분리하기가 곤란합니다. 예전 모델에서는 꺼내도 큰 문제가 안됐었는데, 배터리가 내부 부품과 매우 근접하게 붙어있는 맥북의 경우에는 배터리 분리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맥북의 경우 배터리의 사용 수명은 1000사이클 사용 후 80%까지 충전 용량이 보존된다고 하니, 사실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배터리를 가장 경제적으로 사용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있는 만큼 막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일반적으로는 40%~80%사이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AC 전원을 뺐다 꼈다 하는 것이 맞으리라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 항상 전원을 넣은 상태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실 노트북보다는 데스크톱을 이용하는 것이 맞겠지요.

배터리와 열

배터리를 사용함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온도 입니다. 배터리는 열에 굉장히 약합니다. 단순히 폭발의 위험을 떠나서 열이 많이 발생하면 내부 저항이 그만큼 커지므로 결과적으로 충전 용량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컴퓨터의 내부는 상당한 고열을 발생시키는 장소입니다. CPU만 하더라도 50~70도 사이의 온도를 왔다갔다하며, 최근에는 그래픽 성능을 많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픽 카드에서도 열을 상당량 발생시킵니다.이러한 열은 내부적으로 쿨링 팬등을 이용해 방출되긴 하지만 그래도 배터리가 이러한 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부하가 큰 작업을 노트북에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납니다. 애초에 휴대 목적이 아니라면 노트북을 사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듯 합니다.

노트북의 전력 소모

노트북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충전 사이클을 가능한 길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따라서 한 번 충전으로 가능한 오래 쓰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노트북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유선랜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면 가능한 유선랜을 사용하고 무선 랜은 꺼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대부분의 노트북은 블루투스 모듈을 포함하는데, 블루투스 장치를 항상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블루투스 역시 꺼두는 것이 좋습니다.
  • 모니터의 밝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조명하에서 모니터를 볼 때 가장 편안한 수준까지 밝기를 낮춥니다. 맥북의 경우, 모니터 밝기를 100%로 한 경우와 50%로 한 경우에는 거의 2배 가량 배터리 유지 시간이 달라집니다. 조절 가능한 것 중에서는 모니터가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CD-ROM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디스크를 삽입해 두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디스크가 삽입된 상태에서는 모터가 계속해서 동작하므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 노트북을 통해 휴대 기기를 충전하는 일을 최소화합니다. 휴대기기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력을 소모하며,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배터리 내의 내부 저항을 증가시킵니다. (그러면 열이… 그리고 수명이…)

마지막으로, 노트북 배터리는 소모품이며, 가격은 좀 비싸지만 어느 정도 쓰고 나면 교체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는 것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정보(?)를 하나 드리자면, 요즘 나오는 리튬이온(혹은 폴리머) 전지는 (본문에도 있지만)충방전 관련 회로가 함께하고, 충전 사이클을 계산하고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회로가 붙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 제품이 그렇다고 알고 있고, 싸구려가 아니라면 아마 대부분 그럴겁니다. 이 회로가 회로에 유입되는 전류/전압을 체크하여 충전주기(및 배터리 잔량)을 계산하는데, 이 때 오차가 누적되곤 합니다. 배터리 자체는 출시를 100%로 잡았을 때 90% 사용 가능한데 오차가 누적되어 70%만 사용 가능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면 배터리는 90% 사용가능하지만 70% 사용만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리는 것이죠(예를 들자면).

    그래서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이 회로를 리셋하는 효과를 주기 위해 완전 방전에 가깝게 사용하고 완충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배터리에는 별로 안 좋은데, 회로의 누적된 에러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이 말이 오해를 낳아 리튬 계열 전지도 완전충전 완전방전을 해야한다는 어이없는 얘기가 많이 돌아다니게 되었죠.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IBM 계열 노트북에는 이런 작업을 정기적으로 수행하라는 내용이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고, 예전 모델 맥북프로에서는 이런 보정 작업을 처리하는 별도의 calibrating 애플리케이션도 별도로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트북을 너무 하드하게 사용하지 않고, AC 전원을 항상 꽂아 쓰지만 않는다면 일반적인 배터리 수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AC 전원을 계속해서 꽂아놓는 경우에는 좀 지수적인 양상으로 배터리 최대 수명이 줄어드는 걸 경험하고 나니 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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