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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포토에서 아이클라우드로 탈출한 후기

한 때 구글 포토가 백업 용량을 무제한으로 제공해 주겠다고해서, 구글 포토를 사용해서 사진을 백업해왔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저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나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실 AI에게 학습 시킬 이미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것일 뿐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는 그 당시에도 있었습니다만, 에이 그래도 구글인데 용량은 넉넉하게 주겠지…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게 실수였습니다. 구글은 어느 틈엔가 구글 계정의 저장 공간을 하나로 통합했고, 구글 포토에 사진이 많이 올라가 있는 사람은 구글 원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으면 메일 용량이 꽉차서 메일을 더 이상 수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업로드된 사진과 비디오의 용량은 수십 기가 바이트에 달했기 때문에, 이걸 내려 받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받아둔다 한들 어떻게 쓸 수 있을까하는 점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외장하드에 보관하면 될까요? 외장하드가 하나 있기는 한데, 몇 년 전에 샀지만 거의 새 거입니다. 일년에 한 번 꺼내 볼까 말까하는 외장하드에 사진을 처박아두는 것보다는 그래도 클라우드에 올려서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게 하는 게 훨씬 더 의미가 있겠죠.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클라우드에 올려둔 사진을 구글 포토로 내보내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글 역시 비슷한 기능이 있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이 두 번째 실수였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데이터를 로컬(내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은 후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서 다시 아이클라우드로 업로드해야 합니다.

사진 데이터 다운로드하기

일단, 업로드는 둘째치고 사진을 내려받고, 클라우드의 사진을 지워서 용량을 확보하는 일이 급했습니다. 다른 서비스의 계정을 잃어버렸을 때, 계정 복구용 이메일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했습니다. 구글에서는 “테이크 아웃”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구글 포토나 기타 서비스의 개인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게 해주는데, 어쨌든 이 과정에서만으로도 너무 피곤했습니다. 다시는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리….

  1. 구글 테이크 아웃에서 내려 받을 수 있는 파일의 최대 크기는 10GB입니다. 즉 이 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총 용량을 10GB로 나눈 파일의 개수만큼 다운로드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190GB의 데이터가 쌓여있었고, 이는 10GB짜리 파일 19개를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2. 190GB는 분명 많은 양입니다. 256GB짜리 SSD만 달려있는 노트북을 사용중이라면, 어쩌면 다 내려 받아서 갖고 있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자신의 컴퓨터의 스토리지 용량이 넉넉하지 않다면 외장하드나 혹은 넉넉한 수의 USB 메모리 스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수십 개로 쪼개었다하더라도 10GB는 그래도 작지 않은 크기의 데이터입니다. 각자의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두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는 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다운로드가 중간에 끊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운로드를 시작해놓고 하룻밤 자고 일어난다고 해결이 되어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밤에 다운로드를 걸어두고 아침에 확인해봤는데, 실패하는 케이스에는 다시 시작해야하고… 직장인의 신분으로서는 이 일에만 집중할 수도 없으니 4~5일 가량이 걸린 것 같습니다.
  4. 데이터를 모두 다운로드 받을만큼의 충분한 인내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잊지 마세요, 이것은 시작일 뿐이며 아직 많은, 아주 많은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5. 모든 파일을 빠짐없이 다운로드를 받은 당신, 축하합니다! 파일은 zip 포맷으로 묶여있으며, zip 파일은 윈도10 이상의 시스템에서는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압축을 풀 수 있습니다. 참 다행이죠.
  6. 하지만 압축을 풀기전에 디스크 여유 공간이 충분한지 잘 살펴야 합니다. 저는 190GB를 다운로드 받았으니, 거의 같은 양만큼의 빈 공간이 다시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압축 파일들을 외장하드로 옮긴 다음, 외장하드에서 압축을 풀어야 합니다. 외장하드로 복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외장하드에서 압축을 푸는 것은 복사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립니다.

자, 대충 이런 과정을 거쳐서 1주일 가량 걸려서 사진을 로컬 컴퓨터로 옮기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메일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사진과 비디오”를 삭제해야 했습니다. 구글 무료 스토리지는 15GB쯤 되기 때문에, 최소한 175GB치는 삭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많은 사진을 삭제하죠?

구글 포토에서 사진 삭제하기 😱

구글 포토에서 맨 위, 맨 앞의 사진을 하나 클릭하여 선택한 다음, 스크롤을 한 두 페이지 아래로 내려서 화면에 보이는 마지막 사진을 Shift 키를 누른 채로 클릭하면 두 사진 사이의 모든 사진이 선택됩니다. 이 상태에서 삭제 버튼을 누르면 되죠. 그런데 ‘모든 사진을 한 방에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즉 적절히 몇 페이지 (혹은 타임 라인 상으로 몇 개월)만큼 내려간 다음에 삭제하고, 삭제가 완료되길 기다렸다가 다시 몇 페이지를 선택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정말이지 생각만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주로 쓰는 메일 주소는 메일로만 사용해야겠습니다.

자, 이제 사진을 다운로드 받은 사진을 어떻게 업로드할 수 있을까요?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윈도 사진 폴더로 모든 사진을 옮긴 다음, 윈도용 아이클라우드 앱을 설치하여 동기화하기
  2. 웹브라우저로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한다음, 사진을 웹브라우저에서 업로드하기
  3. Type-C 단자 형태의 USB 메모리에 사진을 옮긴다음,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옮기는 방법. (물론 ‘파일’앱으로 옮겨지므로 다시 사진으로 옮겨야 합니다.)

컴퓨터 사양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애플은 윈도용 애플리케이션을 성의없이 만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이클라우드 앱을 사용하는 방법은 결론적으로 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방법은 아이클라우드 웹으로 접속한 후, 웹브라우저를 통해서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 때에도 몇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1.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할 수 있는 포맷은 jpg 밖에 없습니다. 아이폰에서 고효율 압축포맷을 사용한 사진은 구글 포토에 HEIC 파일로 저장되는데, 이러한 파일들은 업로드하기 전에 JPG 파일로 변환해주어야 합니다.
  2.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jpg 포맷의 데이터이지만 파일 확장자만 .heic로 되어 있는 파일들이 적잖게 있습니다.
  3. 또 다른 한 가지 문제는 구글 포토 데이터의 폴더 정리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구글 포토에 업로드된 사진은 메타데이터 중 촬영일 혹은 등록일 기준으로 ‘yyyy-mm’ 으로 연도와 월로 구성된 폴더에 저장됩니다. (앨범에 포함된 사진은 앨범명으로 된 폴더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사진들이 여러 폴더에 나뉘어 들어있다보니, 한 번에 선택해서 업로드하기가 엄청 귀찮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도구를 사용해서 모든 사진 파일을 하나의 폴더에 모으고, HEIC 파일이나 PNG 파일은 JPEG 파일로 변환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파일 정리 및 데이터 변환

파일의 이름이나 확장자와 상관없이 파일의 메타데이터에 있는 포맷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보를 읽어내는 도구에는 exiftool 이라는 명령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윈도용 패키지 관리자인 scoop을 사용하면 간단히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nu 쉘을 사용해서 모든 heic 파일에 대해서 실제 포맷이 jpeg인 경우에는 파일 확장자를 .jpg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nu 라는 별도의 쉘(명령처리기)를 사용했어요. cmd.exe 고수라면 도스 명령어로 처리하는 방식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또, 여러 하위 폴더 구조 내에서 이미지 파일만 현재 폴더로 옮겨서 한 번에 처리하고 업로드할 수 있도록 파일 검색 유틸리티인 fd 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모든 도구들은 scoop을 통해서 설치할 수 있습니다.

## 필요한 도구들을 설치합니다. 
C:\Photos> scoop install nu fd exiftools

## 먼저 모든 하위 폴더에서 이미지 파일을 이미지 루트폴더로 옮깁니다. 
C:\Photos> fd -tf ".*(jpe?g|png|heic)$" -X mv {} .

## a few minutes later ##

## .heic로 끝나는 파일의 실제 포맷을 확인하여, JPEG 파일은 확장자를 ".jpg"로 변경합니다.

> nu
## nu shell로 전환

## 이제 모든 .heic 파일에서 실제로 jpeg 파일이면 확장자 .jpg를 붙여줍니다.
$ exiftool *.heic -T -FileType -Filename | lines | each { |line|
  if ($line.column1 =~ '(?i)jpe?g') {
    mv $line.column2 $"($line.column2).jpg)" 
  } else {
  ## JPEG 파일이 아니면 imagemagick을 사용해서 jpg 파일로 변환합니다.
    magick $line.column2  $"(line.column2).jpg"
  }
}

이제 모든 .heic파일을 삭제한 후, jpg 파일이 아닌 것을 모두 삭제해주면 준비는 끝납니다. 아이클라우드를 웹으로 접속한 후, 사진앱을 실행합니다. 업로드는 한 번에 3,000개 정도씩 선택해서 업로드합니다.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역시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로그인이 풀리면서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너무 많은 파일을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클라우드 이미지 업로드 API 같은 게 있으면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름) 이런 과정을 자동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긴 여정을 통해서 구글 포토에서 탈출해서 아이클라우드로 사진들을 옮겼습니다. 물론 구글 포토에서 복제되어 중복된 사진들도 많이 있었고, 일부 동영상들은 이 방식으로 업로드할 수 없었습니다. (USB C 젠더와 USB 메모리 스틱을 사용해서, 아이패드 미니로 옮겨서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세세한 디테일한 빡침은 생략했고, 이렇게 글 하나로 정리합니다만 실제로 걸린 시간은 한 달 가까이 걸린 것 같습니다.

사실 사용자 데이터가 수십 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대용량 데이터가 된다면, 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수십~수백 기가에 규모의 압축 파일을 만드는 것은 물론, 웹브라우저를 통해서 이렇게 큰 파일을 다운로드하기도 어렵거든요. 어찌보면 ‘일반 사용자’를 위해 이미지를 내려주는 것으로는 구글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좀 더 빠르게 내려 받을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고객을 위한 약간의 편의를 더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특히 데이터가 크면 클수록 사용자가 후처리해야 하는 분량도 막대한데, “그게 불편하면 우리 서비스를 유료 결제하렴”하고 데이터를 인질 삼는 건 너무 양아치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구글 포토에서 아이클라우드로 탈출한 후기”의 1개의 댓글

  1. rclone 같은 툴로 내려받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copy 말고 move를 사용하면 내려받으면서 구글포토에서 삭제도 되고,
    아이클라우드가 아닌 (rclone이 지원하는) 다른 클라우드였으면 내려받을 필요없이 바로 클라우드 간 이동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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