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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9

삼박자

작은 사람의 74일째 하루, 크리스마스. 그동안 참 우여 곡절이 많았는데, 아무튼 오늘 아기띠도 없이, 쭈쭈젖꼭지도 없이 그저 두 팔로 안아서 재우는데 성공. 이제 밤마다 엄마 벌세우지 않아도 되겠다.

감독관

우리 아이는 아마 전생에 이집트 피라미드 공사 현장 감독관이었나보다. 칭얼거림을 달래는데 좋다는 진공청소기며 싱크대 물 틀어놓는 소리들이 하나도 소용이 없더라. 그런데! 청소기를 틀어서 진짜 청소를 하면 조용해진다. 싱크대에 물을 틀고 설거지를 하면 조용해진다. 심지어 바운서에 앉혀놓고 빨래를 널면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다! 물론, 빨래를 다 널고 허리라도 펴볼라치면 바로 짜증을 내신다.

가족이 되기

작은 사람이 서울로 올라오기 전, 약 60여일의 그의 인생에서 아빠는 겨우 열흘도 채 함께하지 못했던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는 유독, 아빠가 안아줘도 싫고 울고… 심지어 아빠가 아기띠로 안으면 거의 자지러지다시피 거부. 결국 어딜 나가도 꼭 엄마가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다녀야 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그러던 작은 사람도 이제 일주일이 조금 지나니, 아빠가 안아서 맘마를 주거나, 트림을 시키거나 해도 크게 거부하지 않고, 또 종종 눈을 맞추며 방긋 웃기까지 해준다. 혈연으로 맺어지는 자식과의 관계도 결국은 “되기”라는 과정은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