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말은 쉽지
이제 14일차 엄마가 된 아내에게 아기의 울음 소리는 아직은 큰 스트레스 일 것 같다. 어머님마저 요즘 육아피로로 몸살이 나셔서 밤시간의 아기 돌보기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 되었는데, 할머니가 몸살이 난 그날에 공주님은 뭘 좀 아는지 정말 곤하게 잘 자고 잠투정도 안해서 아내는 참 신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고선 몇 일이 지나자 아기의 잠투정이 시작되는 듯 했다. 자기 전에 젖이랑 분유를 양껏 먹고서는 계속 젖을 찾더니만 결국은 토했다고 한다. 애기들이 젖을 토하는 건 흔한 일이기에 그러려니 싶었는데 꽤 많은 양을 토해서 옷을 갈아입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토해놓고도 또 배가 고픈지 계속해서 짜증을 부리는 아기를 두고 아내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아마 그날은 아내도 거의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겨우 겨우 새벽녘에야 잠이 든 아기는 다시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예쁜 표정으로 천사처럼 곤히 잠을 잤다고 한다. 아기가 자면서 짓는 수천 가지 표정을 바라 보느라 아내는 밤잠을 설친 것도 잊고 아침 내내 아기곁을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산후조리를 친정에서 하느라 주말에만 겨우 만나는 아빠라서, 한밤중에 아기 분유도 타주는 것 하나 도와주지 못하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어쩔 줄 몰라할 아내를 생각하면 늘 짠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그날을 최고점으로 해서 그 이후에 우리 공주님은 다시 비교적 평안한 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아기가 밤에 울고 보채는 것에 대해 인터넷의 수많은 글들을 찾아보지만, 거의 모두가 case by case라는 단서를 달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기에 딱히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수 십개의 글을 읽어보고 보통은 이러 저러 하니 어찌 어찌 해보세요…라고 아내에게 말을 전해주지만, 그런말을 하면서도 나 스스로가 ‘에휴 그래 말은 쉽지. 애가 저렇게 우는데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만 들겠지’싶다. 사실 나는 아기가 딸꾹질하는 것만 봐도 (아기들은 뱃속에서도 계속 하는 거라서 그리 힘들지 않다고는 하는데) 저 쪼그만 것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딸꾹질을 어떻게 멈추게 해주고 싶은 마음만 들더라.
어제도, 또 오늘도 아기의 잠투정을 받아주며 정작 본인은 부족한 잠을 투정부릴 곳이 없는 아내를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