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자의 남자 – 42

위기의 여자의 남자의 두 번째 위기.

” 지난 번 건강 검진 때도 왼쪽 어금니에 약간의 충치가 있다고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당시에는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빴기에 당연히 충치 치료는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위기의 여자의 남자의 독백 中

아내는 무척이나 꼼꼼한 편이다. 대체로 덜렁거리는 나에 비해, 매사에 철저함을 추구하는 (완벽은 아님) 그런 김철저 여사는 출산을 앞두고 친정으로 내려가기 전부터 밤낮으로 남편이 아침을 굶지않고 다닐 방안을 강구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떡. 영양떡을 적당한 분량으로 일일이 랩으로 싸서, 이를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그대로 얼렸다. 나는 그저 자기 전에 내일 아침에 먹을 떡을 꺼내어 내놓고, 그럼 다음날 아침이면 그 떡이 먹기 좋게 녹아 냠냠 먹고 출근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 지극 정성으로 철저하게 계획한 이 작전에 하나의 구멍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남자의 인레이 시술. 지난 주 아침 떡을 냠냠 먹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헐…. 충치 치료하고 떼웠던 인레이가 떨어진 것이다. ㅠㅠ 이거 아주 망했구나. 먹던 떡을 마저먹고 그날 ㅠㅠ 하는 심정으로 치과를 방문했다.

음 다행히 운좋게 치과에서는 그리 큰 손상이 없으니 그대로 끼울 수 있겠다고 해서, 매우 저렴하게 복구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시간상으로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나는 엄청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회사 근처의 치과를 갈까? 집 근처로 갈까? 회사는 강남이라 지독하게 비쌀 텐데…. 이렇게 떨어진 보철물은 거의 다시 안 붙여주는데… 아 어쩌지…

아무튼 이 사건을 그런대로 잘 수습되는 듯 했다. 왼쪽 어금니 충치는 빨리 치료하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그리고 주말이 흘러 나는 치과 치료는 빨리 가는게 돈 아끼는 거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따라 치과엘 갔다. 누가 그랬었지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이랑 충치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겉보기에 약간 충치가 있던 이는 속으로 상당히 진행된터라,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체질 상 마취가 잘 안돼서 치료에 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됐냐구? 그냥 깎고 떼우는 걸로는 안 끝나고 결국 신경치료까지 하기로 했다. 이건 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완전히 개털린 하루.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눈앞을 오갔지만, 어차피 해야하는 치과치료이고… 강남이라 좀 비싼 건 사실이지만 집근처에서 한다고 해도 뭐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도 나는 야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