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2는 인디밴드에게 득인가 독인가

왠만해서는 테레비 이야기는 블로그에 안하고 싶지만 탑밴드 시즌 2에 대해서는 한마디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공중파에서 밴드가 나와서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라면 EBS의 스페이스 공감을 제외하면 나가수와 탑밴드가 전부라고 할 만하다. K팝스타는 뭐 그냥 아이돌 뽑자는 프로그램이니까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하고.

나가수는 우선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분명치 않음) 중견 가수들을 데려가다 경연을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7명의 가수에 집중을 하고 있고, 나름 음향이나 그런 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매 스테이지의 퀄리티는 평균 이상은 해주고 있다. 아니, 그 전에 TV에서 그정도 수준의 음향을 제공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거 자체가 칭찬해줄만 하다. 다만 나가수에서의 ‘밴드’는 다른 참가자 혹은 팀들과의 차별점을 두고, 장르에서도 뭔가 센 거 하나 넣어보는 구색 맞추기 내지는 ‘마지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지금은 (놀랍게도) 국카스텐이 나와서 굉장히 잘하고 있는 듯 하다. 단지 “소리 내지르기 대회”의 포맷이 완전히 정해진 다음에는 사실 누가 잘했다라는 의미가 없어지면서 이미 시즌 1부터 안 보게 됐다는게 함정.

탑밴드는 그에 비해 “밴드 음악을 부흥시켜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은 신인 밴드를 발굴하는 그런 자리였고, 이미 포(POE)나 톡식 같은 개성과 실력을 갖춘 팀들을 발굴해내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정작 시즌 1은 방송은 안 보고 음원만 사서 들어봤는데, 포는 보석 같은 밴드다!)

그래서 시즌 2가 한다고 할 때, 사뭇 기대했고 이번에는 꼭 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이게 왠 걸, 시즌 2에서는 프로/아마추어 밴드의 경계를 없앤다고 했다. 기성 밴드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그 면면들을 보자면 이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락 페스티벌이잖아! 라며 흥분하며 입가에 흐르는 침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뚜껑이 열렸다. 오 첫 번째 무대부터 슈퍼키드가 나온다. 신난다.

그리고 여기까지 였다. 음반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팀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그들은 탑밴드에 나와서 다들 “이렇게 만으로도 저희 이름이 알려지는 게 어디에요.”라며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에 고마워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볼 때 탑밴드는 여기 참여한 수 많은 밴드들에 전혀 힘을 보태주지도 못할 뿐 더러, 되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처음엔 부족한 편집 실력과 감각일거라 생각했다. 초반부터 빵빵한 밴드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는데 전체적인 흐름이 어째 매끄럽지가 않다. 고작 세 팀, 첫 번째 결과인데 한 참 후에야 결과가 발표된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이 옥신 각신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뭐 그만큼 쟁쟁한 팀들이 한 무대에서 붙었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심사위원들을 선정하고 섭외하는데 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한 무대 한 무대마다 옥신 각신하고 신경전을 벌인다는 건 심사에 대한 룰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심사위원단 내부적으로도 룰이 없다.

하지만 제일 병신 같은 행태는 제작자가 하고 있다. 개성도 강하고 자존심도 강한 음악하는 사람들을 그런 자리에 앉혀놨으면 최소한 결론이라도 쉽게 내도록 홀수로 정하면 심사위원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세 팀도, 그리고 밖에서 밑도 끝도 없이 기다리면서 고생하는 다른 수많은 밴드들도 고생을 덜 했을 거다. 이건 머리가 나빠서 손발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의 온 몸이 고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거의 매 평가때마다 30~60분 가량의 시간동안 심사위원들은 옥신 각신을 거듭한다. 진짜로 거듭한다. 그래 그 팀들이 다 쟁쟁하거나 다 잘했다는 건 아는데, 그럼 그냥 간단히 나중에 “무대마다 결정하는데 몇 십분씩 걸렸어요. 진짜로.” 뭐 그런 인터뷰나 자막이 들어가도 되는데 말씨름 하는 장면으로 3주동안 30분은 채워먹었을거다. 도대체 방송에서 편집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심사위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그저 “품평회”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자극을 받아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 제작진들의 병맛 터지는 편집에 의해 자극적인 멘트 한 두 마디로 앞뒤가 다 잘려버리고 마는데, 시청자들은 그런 멘트 한 마디 한 마디가 결국 공연한 밴드의 이미지로 남아버린다.

게다가 대부분의 라운드 마다 승자는 “경력이 오래된 팀”이다. 평가에서 떨어지면 싸이키 한 번 틀고 탑초이스를 쓴단다. 애초에 룰이고 나발이고 없다. 그냥 취향과 인맥(?)이 전부인 이게 무슨 오디션이고 서바이벌이냐.

심사위원 말씨름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는 탑밴드 제작진은 쓸데 없는 밴드 대기중인 모습 스케치나 어처구니 없는 옛날 가요톱텐 자료화면은 또 열심히 보여주고 앉아있는다. 덕분에 많은 밴드들의 공연 장면은 꽤 유명한 팀을 제외하고는 1분도 채 방송을 타지 못하거나, 그냥 정지 화면 한 컷으로 때워지는 게 많았다.

성의없고 병맛 터지는 편집은 참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건 1절만 하도록 편집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안내보는 지경에 이르는 팀들이 속출하면서 시청 의지를 잃게 만든다. 이건 밴드의 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밴드 등쳐먹고 그들은 홀대하는 것 밖에 안된다. 덕분에 주목 받는 극소수의 밴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밴드들은 그저 예능 프로그램의 엑스트라 정도로 소모되고 말았다.

게다가 왜 그렇게도 대진표들은 드라마틱한 걸까. 모든게 우연일까? 다들 무슨 일본 만화 주인공인가? 왜 다른 곳 다 두고 탑밴드에서 운명적으로 만나야 하는가.

까고 깔려면 얼마나 더 못까겠냐만은, 탑밴드는 진정 밴드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서바이벌 오디션 포맷에 기대어 타 방송사들 하는 것 비슷한 거 하나 구색 맞추기로 만드는 프로그램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들이 인디 밴드를 위하고 아이돌 일색인 한국 음악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면 이런 쓸데없는 사연 소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주말에 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밴드 발굴하는 코너라도 하나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딴 프로 보는게 밴드들에게 미안스럽다.” 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준이 현재 탑밴드의 수준이라 생각되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나의 소감은 결국 이 프로그램이 밴드들에게는 그리 득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반증하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