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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나의 전자 민원 성공기

리눅스에서 전자 정부 접속하기

얼마전 연말 정산 관련해서 또 정신없이 이것 저것 맞추어 보고 찾아보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말 정산 관련 서류 중 주민 등록 등본을 제출하라고 하더군요. 관공서를 언제 또 다녀오나 싶었는데, 인터넷으로도 주민 등록 등본을 출력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오호라, 게다가 무슨 web 2.0 전자정부 어쩌구 하면서 성공사례(?)로 평가받는(어디서?) 국내 전자 정부 솔루션을 해외 수출한다고 설레발도 치고 하던 기억도 좀 떠오르고 해서 뭔가 바뀌기는 바뀌나 보다 하고 접속해 보았지요. 주소 egov.go.kr 이더군요. (뭔가 센스 없어 보이는 도메인입니다.)

네, 너님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접속한 환경은 우분투 리눅스 9.10에서 파이어폭스 3.7a 입니다.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물론 저런 alert창이 수차례 반복해서 뜨지만, 결국에 초기 화면까지는 무사히 표시됩니다. 파이어폭스에서 깨져보이지는 않는 것이 돈 좀 들인 모양입니다. 화면 구석에는 XHTML 1.0 validated라고 배너도 붙여 놓았네요. 좀 뻔뻔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파이어폭스 3.6으로 재도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화면이 나옵니다. 플러그인을 설치 해달라는 노란 막대가 상단에 표시됩니다. 뭔가 싶어서 허가를 했더니

윈도 사용시에 아주 익숙하던 그 이름이 눈에 띄는군요. 사실 저 플러그인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저 개발사 직원이 아닌 이상 표시되는 정보나 플러그인 이름 만으로는 ‘secure’에 관계되는 어떤 플러그인이라는 신호외에는 좀처럼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길이 없습니다.  암호화 통신에 사용되는 것이라면 차라리 https 접속을 하는게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꾸준히 원천 징수당한 세금이 아까워지는 순간입니다. 일단 속는 셈 치고 설치해봅니다. 이제, 로그인을 합니다.
SSO 로그인에 성공한 페이지라면서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물론 이적지 기다리고 있지만 페이지를 불러오는 것 같지는 않네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러면서 무슨 리눅스용 보안 모듈을 만들어서 배포한다고…  리눅스에서는 아예 동작도 안하는데… 여기까지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리눅스를 포기하고 윈도우로 시스템을 재부팅합니다.

전자 정부 사이트는 구제 불능

왠지 갑갑해 보이는 윈도에서 IE8을 구동합니다. 전자 정부 대문 페이지에 접근하자마자 대뜸 ActiveX부터 설치하라고 하십니다. 정말 싫지만 일단 급히 주민등록등본을 득템해야 하기에 시키는대로 ActiveX들을 하나 하나 설치합니다. 뭐가 이리 많이 필요한 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주민 등록 등본 발급 신청을 마치고, 이를 출력하려하니…
안됩니다. EZCert…어쩌구하는 프로그램이 초기화에 실패했답니다. 그래서 좀 찾아보았더니…
아예 별도 설치 파일을 내려 받아 재설치하라는 군요.
역시 안됩니다.
IE8에서 했기에 뭔가 안되는 걸까요, 위험 천만한 짓인 줄 알면서도 스크립팅이나 무슨 무슨 설치… 이런 것과 관련된 옵션을 모두 열어 제낍니다. 그래도 안되는군요. 이건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병신 같이 만든 것 같습니다. 구글링,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해 봐도 모두 ‘파일을 다운 받아서 설치하세요’ 밖에 없습니다. XML 범용 파서 및 이와 관련된 윈도 업데이트를 지웠다 재설치하라는 글도 보입니다. 역시 안됩니다. IE8과의 호환성 문제인 듯도 합니다. 확률은 적어보이지만…
그래서 다시 리눅스로 부팅한 다음 VirtualBOX를 실행하여, IE6가 설치된 가상 머신을 띄웁니다. 오호… 첫 화면에서 ActiveX를 설치하다 가상 머신 자체가 죽어버립니다.
결국 윈도로 재부팅하여,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끄고서 해당 프로그램의 삭제-재설치를 열 번 남짓 반복하니 출력이 됩니다.결론은 문서 출력 모듈을 담당하는 ActiveX를 잘 못 만든 거 같네요. 아예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초기화가 안되거나 뭔가 수상쩍은 동작을 하고 있어서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의 사전 방역 시스템에 검출되어 막혔거나 뭐 그런 것 같군요. 하기사 웹 브라우저의 플러그인이 시스템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 부터가 매우 수상한 것이지요.
예전에는 PDF용 가상 프린터로 출력이 되던데, 이번부터는 좀 바뀌었는지 가상 프린터로는 출력이 안되더군요. 구글링을 좀 해봤더니 이 보안 문서 출력 모듈을 만든 회사에서 내 놓은 자료가 있었습니다. 문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별의 별 기술을 다 동원한 듯 한 어구들이 수놓고 있는 자료였지만, 결론은 “복사기로 복사하면 그림이 찌글해져서 원본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거 였습니다. 프린터로 출력하여 만드는 하드카피에 대해 PDF로 출력하는 경우에는 그 사본이 원본과 구별이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요. 차라리 이런 중요 공문서를 전자 발급하려면, 해당 문서상에 문서의 유효기간을 적시하고 PDF 파일로 서버에서 생성하여 다운로드 받도록 하는게 더 맞지 않는가 싶습니다. 이따위 솔루션을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설레발 치는 정부. 당신들은 공무원입니까? 아님 사기 스킬을 만렙찍은 영업 사원입니까?
차라리 ActiveX를 써서 브라우저가 지원안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려면 웹으로 어설프게 이런 짓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가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표준 기술로도 충분히 구현가능합니다)그냥 전용 클라이언트를 만들어 뿌리는게 더 낫지 않은 가 싶습니다.
이거 때문에 거의 이틀 동안 거의 반나절을 낑낑대며 소비하고 나니, 이제는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