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해 연평도에 포격이 가해져 민간인을 포함한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분단 조국의 현실 때문인지, 아니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교육열 때문인지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전문가들이 계시는데요. 네 요즘은 민간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비공식) 군사 전문가들이 너무 많으시던데. 그런데 이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곰곰히 들어보면 뭔가 좀 수상합니다. 네, 이 분들은 자신들이 어디서 살고 계시는지 그건 잊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아니면 진짜 특수 훈련이라도 받아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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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포격을 하였다는 팩트. 그리고 그로 인해 군인과 민간인에서 사상사가 났다는 팩트. 여기서 출발하겠습니다. 네, 어쨌든 북한은 욕을 먹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제제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극이 일어난 그날, 북한은 군부대를 향해 포격을 가했고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이건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용서가 안되는 범죄니까요. 그리고 그 일이 있기 이전에 우리 군과 미군이 안그래도 민감한 동네에서 수 천발에 달하는 포탄을 쏘며 훈련을 했다는 둥, 군에서는 이미 8월에 공격 계획을 탐지했다는 둥 하는 이야기들은 일단은, 모두 접어 두겠습니다. 또한 우리한테 전시작전권 따위가 없기 때문에 아무 보복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도 그냥 접어둡니다. 우리 내부에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따지는 건 (물론 중요합니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랑은 무관하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를 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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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lose. 아마 지금 북한의 상황을 표현하는 적절한 문구가 아닐까요. 미국도 그러하고 우리 나라도 그러하고 아마 조만간 북한의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가정하더라도 북한은 사실상 잃을 게 없습니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주석궁에 순항 미사일이 꽂히지 않는 이상, 그 앞으로 널려진 수 많은 버릴 수 있는 말들로 가득한 장기판에 앉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왠만하면 다들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설마, 우리 나라가 만약에 북한 포 기지나 미사일 기지 같은데 폭격을 가해서 북한 군인들이 죽는다고 해도 과연 김정일이 마음 아파하고, 인민 앞에 사죄하는 그런 광경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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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다릅니다. 이번 포격으로 소중한 목숨들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아직 채 피지도 못한 젊음들도 안타까운 끝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북한 군인의 목숨의 값이 이 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현 정권을 파국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는 어마어마한 게이트 하나를 송두리째 뒤덮어서 조용하게 만들어 버릴만큼 말이지요. 만약 포격이 연평도가 아니라 서울 시내에 떨어졌다면 어땠을까요? 당신이 일하는 직장에, 당신의 자식 혹은 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 수십, 수백 발의 포탄이 떨어져서 초토화가 되는 상황이라면 어땠을까요? 그리하여 수백명이 다치고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땠을까요?
#3
혼란, 혼란입니다. 그 이후에 전면전이 벌어지거나 아니거나를 떠나서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겁니다. 그럼 그런 상황에서는 북한에 우리도 치명타를 입힐만한 보복을 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요? 아니오, 잃을 것 없는 북한은 또 다른 포들과 미사일로 서울의 다른 곳 혹은 저 멀리 부산이나 광주를 타격하겠지요. 그런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가 계속될 겁니다. 아니면 당장에 전면전으로 돌입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4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인 동시에, 국가가 군을 만들고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한 만큼의 몇 배, 몇 십배의 보복을 가하는 것이, 글쎄요 폼은 나겠지요. 명분이 없는 행동도 아닐 것입니다.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국제 사회에서 북한한테 한 방 얻어맞고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운 나라가 될 지언정,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포트리스 게임 따위를 해서는 결코 안되는 것입니다.
#5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북한은 지금 국지전을 거듭하던, 전면전이 나던 잃을 게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또 “내부의 적들 때문에 나라의 안보가 어쩌구…” 이런 말씀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전쟁을 부르짖는 얼간이들이 외치는 말이 사실 틀린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온 국민이 뜻을 한데 모으고 뭉쳐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날엔, 대한민국은 지는 것입니다.
#6
더 이상 이 정부가 바보 짓거리를 하게 놔 두어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말하는대로 국제 사회에서 깡패나 다름 없는 북한을 더더욱 구석으로 몰고가면 그 어딘가에서는 펑하고 터지고 말 것입니다. 휴전 상태인 대한민국과 북한. 이대로 밀고 나가서 사단을 내는 게 아니라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평화는 화해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 전쟁을 통해 얻는 평화는 그야말로 시체들만이 맞이할 평화가 될테니까 말이죠.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외치는 당신, 전쟁이 그렇게 좋으면 집에서 TV로 ‘사랑과 전쟁’이나 종일 시청하실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