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유통기한이 지난 리뷰바쁨을 핑계로 미루다보니 언제 이 영화를 보았는지도 살짝 아리송합니다. 배트맨비긴즈에서만 해도 악역 조연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원찮은 액션에서 허우적거리다 장렬한 최후를 맞았던 니암 리슨 아저씨가 제대로 열받은 전직 요원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의 리뷰는 ‘볼만하다’라는 단어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거침없는
아직 녹슬지는 않았지만 되도 않는 가정사 챙기느라 일찍 옷벗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던 리암니슨 아저씨의 소망은 딸아이의 손을 잡고 소풍을 가는 것입니다. 비록 이혼한 마누라님이 백만장자 아저씨랑 결혼해서 딸 생일에도 도끼눈을 뜨며 으르렁 거리기에 딸아이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소원한 현실이 좀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리암니슨 아저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하나 바라보며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딸아이는 난데없이 프랑스 파리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승낙은 하지만 예의 그 예리한 수사력은 딸아이가 단순히 루브르에 가려고 유럽을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맘이 상하면서 살짝 화가 납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전화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은 딸아이 덕택에 아저씨는 걱정반 배신감반으로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지만, 안타깝게도 그 통화는 ‘긴급출동119’의 중계현장 같은 끔찍한 납치 생중계가 되고 맙니다. 3~4일내로 딸을 찾지 못하면 영영 딸의 얼굴을 보기 힘들거라는 옛 동료의 우정어린 조언에 빡돌대로 돌아버린 리암니슨 아저씨는 전처의 남편인 백만장자 아저씨를 윽박질러 그것도 초호화 개인전용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갑니다.
파리에 당도하자 마자, 딸들을 인신매매 조직에 알선(?)해준 녀석들을 조우하게 되지만 몇 대 좀 아프게 때렸던 것이 화근이 된 나머지 덤프트럭보다 아저씨가 더 무서웠던 끄나풀 녀석은 그저 도로위에서 펼쳐지는 고난도 액션을 아주 조오오오오금 선보인 다음 장렬한 개죽음을 맞이합니다. ‘조연은 다 그런거야’를 조용히 읊조리며 이제 딸을 찾기 위해 눈에 뵈는게 없는 전직 요원은 온 파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며 딸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개인사의 잔혹함
의외로 인신매매조직은 그 규모가 컸고 그들 뒤에는 이른바 상류층의 더러운 뒷면이 그대로 접착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것도 정의를 수호하는 것도 아닌 아저씨에게 그들은 한낱 버러지일 뿐입니다. 스티븐 시걸이 자기를 안끼워 준걸 서럽게 생각할만큼 온 동네를 다 쓸어버리는 그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미안해”라며 자비를 바라는 것은 그조차도 사치였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옛동료의 집으로 찾아가 끼쳐서는 안될 강력한 민폐도 끼쳐주는 장면에서는 과연 이래서 19금이었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쇼킹합니다.
나이를 잊은 리암니슨 아저씨의 활약상은 거의 쉴새없이 이어지는 관계로 영화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없지만 한방에 내지르는 듯한 느낌으로 시원하게 달려갑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여기 저기에서 ‘그래도 어떻게 그 총알을 다피하냐’고 빈정대는 말소리도 들렸지만, 빡세디 빡센 부서에서 퇴직할 때까지 목숨도 부지하고 사지가 멀쩡한 걸 보면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오히려 뽕맞고 맛이간 딸내미가 너무 멀쩡하게 공항에 나타나는 장면이 되려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쨌든.
요즘 일등 신랑감은 공무원이 아닐까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 역시 공무원이 일등 아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