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들고 나서는 경우가 이번 대선에는 특히 많이 보입니다. 사실, 연예인들이 정치인을 지지하고 나서는 것은 뭐 나무랄 것은 아닙니다. 아뇨, 오히려격려해주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누구든 민주 국가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단지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MB라서? 아닐 겁니다. 문제는 그들이 지지선언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가난한 대중 예술인?
최수종을 위시한 이번 지지선언에 참가한 연예인들은 가난한 대중 예술인들을 거들먹거리면서 이번 지지의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이게 참 몹쓸 짓 같습니다.그렇게 돈 좋아해서 대부업 광고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이 뭐가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징징대는지 말입니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들의 면면을 보면, 인기도 많아서 광고 수입도 짭짤하신 분들이 거의 대다수이고, 예전에 여러가지 TV프로그램에서 으리으리한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나빠보이지는 않는) 집들을 자랑한 바 있지 않던가요.
그러면서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로 왜곡된 문화정책과 복지정책을 행한 기존 정권의 무능함을 들고 있는데, 이 역시 너무 앞뒤가 안맞아요. 문화정책적 왜곡이라든지 복지 정책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끌고 가는 것. 이것이 가진 자가 아니면 참 살기 팍팍했던 지난 날의 한나라당을 두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었냔 말이지요.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당이 한나라당이라는게 너무너무 의심스럽습니다. 혹시 제가 텔레비전 뉴스를 안보고 지낸 몇일 사이에 큰 천재지변으로 한나라당 사람들이 대거 물갈이 되거나 하지 않았다면 말이지요.
차라리 좀 더 솔직하게, “MB가 대통령되고 한나라당이 정권 잡으면 우리처럼 좀 있는 사람들 살기가 한층 수월해집니다. 물장사도 겸해서 세금도 좀 덜 내고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이명박 좀 뽑아주세요. 아, 물론 거기에 따른 생계적 불편은 뭐 좀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분들은 우리의 아무 생각없는 팬들이잖아요”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좀 당당해졌으면 좋겠네요. 이거 뭐 비록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앞에서 선언문을 읽고는 있지만, 왜 그리 비굴해 보이나 모르겠네요. 당당하다기보다는 뻔뻔해 보이는 낯짝에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다 좋아요, 다 좋은데 자신의 이해관계에 있어서 정말 먹고 살아야하는 현실이 막막한, 그래서 아마 그 순간에도 연예판이 아닌 진짜배기 삶의 현장에서 땀흘리며 일하고 있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당신들의 동료를 갖다 팔지는 말아주세요. 누가 뭐래도 당신들 꽤나 부자들이라는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러면 당신들을 좋아하는 팬이자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을 당신들이 평소에도 정말 듣보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왔다는게 너무 여실히 드러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