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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 살려달라고? 부끄러운줄 알게나.

찌질이도 이런 찌질이가 없다. 부디 이영민씨는 나의 짧은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운 줄 알기 바란다. 나는 당신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 별 신경도 쓰지 않지만, 청년 백수 살려달라고 징징 짜는 당신의 얼굴을 보니 역겨워 내일 점심밥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이리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키보드를 끌어 당겨 앉았다.
반말 찌그려서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보다 한 살 어린 내년에 서른 먹는 총각이다. 아니 방송이라 만으로 말했을지도 모르니 어쩌면 두살이나 세살이 어릴지도 모르겠다. 나도 디자인 배웠다. 뭐 학교는 굳이 밝힐 필요 없겠지만, 당신 다니던 학교하고는 좀 멀다. 그래서 수능시험도 참 운좋게 엄청 잘봐서 어렵게 어렵게 들어갔다. 군 제대하고서 1년 정도 휴학하고 쉬었지만, 내가 군대 간 사이 학교 다니던 동생이 내가 복학하면서 군대를 갔고, 동생 복학 지장 없으려고, 기를 쓰고 학점 땡겨 들어서 7학기에 졸업도 했다.
그런데, 취직 안되더라. 그래도 대학 간판빨이 있는데 싶었지만, 그게 아니더라. 그래서 8개월을 참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코스모스 졸업식장에는 그냥 혼자 다녀왔다. 학사모 쓰고 사진찍기도 부끄럽더라. 대한민국 고3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그 졸업장인데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버리고 싶더라. 방황을 거듭하다 FIK라고 모 기업에서 하는 패션 학원 같은 데가 있는데, 여기 몰래 면접보고 합격 통지 받은 날, 고향 끌려가서 싸대기 많이 맞았다. 대학 간판이 부끄럽다고 참 많이도 맞았다.
당신이 연봉, 회사 규모 어쩌구 하면서 다죽어 가는 엄살을 부리고 있었을 그 2005년 1월에, 나는 조그만 부띠끄도 아니고 그냥 사무실에 출근을 시작했다. 아침 7시반에 출근하고 밤 열한시쯤 퇴근했는데, 밥 값 포함해서 한달에 40만원 받았다. 점심, 저녁 사먹고 출퇴근 차비하면 딱  맞아 떨어지더라. 휴일에는 그냥 천원짜리 김밥 두 줄만 먹고 때운 적도 몇 번 있었다. 일마치고 집에 기어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누우면 스트레스에 숨이 턱턱 막혀서 눈 감고 잠들면 영영 깨어나지 못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다.
디자인 공부 했다니 잘 알겠네. 열심히 공부했으면 더 잘 알겠네. 내가 전공한 패션 쪽은 그게 특히 심한데, 학교에서 배운 거 현장에서 아무 쓸모 없다. 시장에서 쓰는 말도 몰라서 시장 보는 것도 정말 어렵더라.  진짜 돈 못벌고 거의 백수나 다름 없는 지갑 사정에도 그나마 아침에 출근하는 게 그렇게 좋기는 하더라. 근데 생각을 해봐라. 점심 한 끼 사먹으면 월급의 1%가 나간다. 상상은 해봤나? 야근하면서 저녁 한 끼 사먹으면 한달 월급의 1%가 없어지는 그 기분을. 매일 출퇴근 차비로 한달 월급 1%씩 없어지는 그 기분을.
나도 좀 부끄럽지만, 3개월을 못버티고 나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비정규직 아니었나 싶다. 4대보험은 호강이었다. 그렇게 부림을 당해도 일요일 토요일도 전화해서 부르면 나가기도 했고, 아니 솔직히 차비랑 밥값으로 다 나가는 돈 겨우 벌 수 있는 그게 제대로 된 직장은 직장인가? 그래도 다녔다. 자정 무렵에 집에 겨우 기어들어와서 그래도 여기보다는 조금 더 좋은데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진짜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통 스러운 나날을 보내봤나?
내가 볼 때는 아닌 듯 싶다. 이영민씨. 당신 어머니는 지금도 칼바람이 부는 자갈치 시장 한 켠에서 생선을 다듬으실테다. 그래도 낳아 놓고 미역국 먹었던 아들이라고 방구석에 자빠져서 인터넷이나 하고 있을 백수 한테 뜨순 쌀 밥 내 주실거다. 그래 이적지 놀고 먹었으면 부끄럽기도 참 부끄러울기다. 성격 뭐 그런거 돈 있고 난 다음에 생각한다고? 정권이 바뀌면 먹고 사는게 나아지지 않겠냐고?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 보기에 미안하지 않나?그 분들 한달에 80만원씩 받는다.니 그돈으로 얼라 키우고  살림해 나갈 수 있겠나?
감히 나이도 어린 내가 충고해주겠는데. 이영민이. 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제발 정신 차리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하기사 그모양 그꼴이니 니하고 똑같이 부끄러운 걸 모르는 사람들 편에 서서 쑈를 하고 있겠지.낮에 자고 새벽에 신문만 돌렸어도 니 P2P 사이트에 한달치 결제할 돈은 벌었겠다 싶다. 최소한 내가 니라면 어머니 부끄럽고 동네 사람들 부끄러워서, 그런 테레비 카메라 앞에 설게 아니라, 남들 자는 시간에 쓰레기차 뒤에 붙어서 오물 치우고, 신문/우유 배달을 하겠다. 멀쩡한 니 팔다리가 불쌍하다. 염치가 없는 건 자랑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내가 볼땐, 5년  뒤에는 민주 노동당 광고에 나와서 또 찌질 거리고 있을 것 같다.왜냐고? 이명박이 대통령되면 니한테 떨어질 일거리는 뻔하거든. 궁디가 무거워서 움직이기도 귀찮은 니가 ‘비정규직 노가다’로 대운하 공사판에서 참도 열심히 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