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5 :: 더 재킷

‘업무대기’ 관계로 회사 분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가 ‘더 재킷’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리 보고 싶은 영화가 없던 차였는데 (음.. 미스트가 좀 보고 싶기는 했습니다만) 팀장님이 무서운 영화 싫다고! 해서 이 영화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걸프전 당시 항공에서 촬영된 폭격 영상과 각종 보도 영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초반부 내내 그 어느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물론 주인공 스탁이 재키라는 꼬마를 만나 도와주고, 인식표(군번줄)를 선물로 주는 훈훈한 순간도 있지만 어느새 스탁은 경관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병력으로 인해 정신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정신병원의 차가운 색감과 미장센은 흡사 ‘쏘우’를 연상케 하는 찜찜함이 느껴집니다. 스탁은 이 곳에서 약물을 맞고 구속복에 묶인 채 시체 보관함에 갖히는 극악한 치료(혹은 임상실험)를 받게 됩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차가운 스뎅의 관에서 스탁은 잊고 싶었던 전쟁의 끔찍한 기억에 고통 받습니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었고 그저 영화 포스터만 얼핏 보았던 저로서는 이 쯤에서 강렬한 액션과 함께 – _- 주인공의 탈출기가 이어질 줄 알았습니다만, 영화는 급선회를 합니다.

바로, 기억의 단편을 넘어서 환영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죠. 절벽가슴 키이라 나이틀리를 어느 주유소 앞에서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찬스(!)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밤과는 거리가 멀게 그는 그 집에서 자신의 인식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키의 매몰찬 한 마디. ‘그는 죽었어요, 15년 전에’

영화는 ‘나비효과’ 마냥 타임머신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시간여행을 다루게 됩니다.미래의 재키에 의하면 스탁이 죽음을 맞이할 날은 불과 3일 후. 그는 죽음을 피하기위해 현재와 미래에서 힘든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멜로물’이 됩니다. 결과가 좀 미적지근 한 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키이라 나이틀리가 참 예쁘게 나오니까 뭐 괜찮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한 수준이며, 나름 몰입도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더군다나 왼쪽에서는 잔뜩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고 계신 분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분이 있는 묘한 분위기의 영화였으니, 상당히 임팩트 있음에는 분명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만족한 작품입니다…..만 그리 홍보가 많이 되지는 않은 듯 하여 흥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겠군요.(이미 극장에서는 내린 듯 합니다.)

p.s. 무서운 영화 원래 못보시는 분들은 초중반 내내 바짝 긴장하시게 됩니다.

20080101 :: 살림살이 나아지겠습니까. 하하하

이명박씨의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바 있지만 호칭은 없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이 이루어진것 도 아닌데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잰척하기에 바쁜 모습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내년 예산에 대한 약간의 조정이 있었는지 그게 또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뭐 자기네들 말로는 무려 1조원이나 줄였다고 자화자찬 하고 있는데 그 면면을 살짝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원래 없었거나 혹은 투입되는 예산액이 증가한 부분입니다.

  • 영동-용산 국도걸설 30억원
  • 진도군내 지방산단 진입도로 10억원
  • 성서 5차 산단진입도로 80억원
  • 원주-제천 복선전철 50억원
  • 포항-삼척 철도 300억원
  • 화양-나진 국지도 건설 10억원
  • 비인항 건설 20억원
  • 장흥문학박물관건립 3억원
  • 포항야구장개보수 30억원
  • 군산예술회관건립 20억원
  • 대구 소프비즈 연구센터 구축 20억원

건설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사람 취급 받기 힘든 세상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춥다고 웅크리지 말고 새벽같이 공사현장으로 달려나가 벽돌이라도 옮기면서 해당 업계에 대한 경력을 쌓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도로나 철도 많이 만들어 봐야, 나중에 대운하 가로지르려면  일일이 다리 건너야 해서 돌아가야 하고, 또 그만큼 병목현상 같은 것도 심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어차피 배띄우면 될 것을 왜 굳이 또 길을 내는지 이해할 수는 없군요. 아 또한 벌써, 눈치 빠르신 명박씨 지지자들께서는 이미 운하 건설 예정지에 땅을 많이도 사 놓으셨더라구요.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살아주시는 센스가 빛납니다. 역시 부동산은 정보라니까요. 게다가 포항에 무슨 몇 백억씩 쏟아붓냐며 곱지 않은 시선 보내는 네티즌들이 꽤 계시던데, 억측입니다. 이명박씨 고향은 일본 오사카가 아니던가요. 고향도 아닌 포항에 저렇게 철길을 내고, 야구장을 고쳐주는 건 워낙에 경기가 안 좋아진 동네다 보니, 부동산 좀 띄워보시려는 그런 깊은 뜻이 있는거 아니겠습니다. 아무튼 경제 하나는 ‘학실히’ 살리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건 억지라구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거나…)

이번에는 그럼 저렇게 팍팍 써 제끼면서 도대체 어디서 예산을 줄였는지도 한 번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 사회적 일자리 창출 325억
  • 장애아 무상보육료 지원 50억
  • 보육시설 확충 104억 2천500만
  • 청소년 시설 안전 지원 8천만
  • 장애인차량 세금인상분 지원 116억
  • 간강보험가입자지원 568억
  • 하수관거정비사업 50억

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라는 전제하에)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복지 예산에 대한 감축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복지라는 것은 눈에 띄는 효과를 보고, 칭찬을 들으려면 어지간히 돈 쏟아부어서는 될 일이 아니지요. 더군다나 다리나 철길, 건물과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버티는 일들도 아니고 “써서 없애버리는” 돈이 되거나 아니면 “생계에 보조되는” 돈으로 소모되기 때문에 그냥 “쓰는 돈”일 뿐입니다. 어줍잖게 해 봐야 했다는 표시도 안나니 과감히 줄이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가지 대충 눈치보는 분위기가 역력한데요, 물론 여러분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기꺼이 밀어주신다면 아예 없애버릴 항목이 될 수도 있으니 이점은 좀 기대해 봅니다. 돈 없는 놈, 장애인 등등은 사람 취급 안하겠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씨의 평소의 생각이 엿보이는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약간 모자른 듯 하니 아래의 것들도 좀 소개해 드리죠.

  • 연탄값 19.6% 인상
  •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 기금 지원액 1천억원 삭감
  • 우수인력 양성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300억 삭감

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21세기에도 연탄을 떼느냐고 그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극빈층을 위한 한나라의 정책! 한 마디로 돈없으면 빨리 죽어라, 눈에 거슬린다- 되겠습니다. 물론 교육 관련 예산에 팍팍 줄어드는 것도 꼭 필요한 절차 중에 하나라 볼 수 있지요. 대학 가서 공부도 안할 학생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쓸데 없이 비싼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출 받고, 잔디밭에 앉아서 술이나 펄 녀석들에게 무슨 300억씩 돈을 들여서 공부시킨단 말입니까. 당장 대규모 운하 사업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산업의 역군이 되어야할 젊은이들을 술담배의 구렁에서 끌어내어 손에 삽을 쥐어주려는 정책의 근간이 되는 사고를 엿보게 되니 눈에 눈물이 차오릅니다. 정말 가슴 벅차지 않습니까?

경제가 살아나는 것과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었나요? 건더기같은 게 좀 떨어지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생활비 엄청나게 올라가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자랑스런 선진국의 대열에 드디어 (지난 20년간 한국은 그저 ‘개발도상국’ 쪼가리, 좋은 말로는 ‘선진국의 문턱’에 와있었는 곳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으셨겠죠?) 경제가 좋아지고 7% 성장하면 뭐합니까? 여러분의 연봉 인상율은 7%를 넘기 힘들 것이고, (연봉 인상은 커녕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를 기도 안하는게 행복할지도 모릅니다)물가는 그 이상으로 뛰어오를 지도 모릅니다.

끝내며…

항간에 보니 뽑아줄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대운하 막아야 한다 어쩐다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좀 미안한 말씀이지만, 그럴려면좀 늦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미 총선 전에 삽을 뜬다고 하고, 삽이 땅에 꽂히는 그 순간에 대운하에 투입된 자금은 벌써 누구 뱃속으로 들어간 이후이니 그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겁니다. 일단 땅에 삽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어떻게든 완공까지는 가게 될 겁니다.  그렇게 말로만 안된다고 하지 말고 컵떡볶이 그릇에 양초라도 하나 꼽아서 광화문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춥다고 안나갑니까?  상대는 불도저인데 가만 앉아서 염불만 외우는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프군요.

또한 자사고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도 마음 놓으세요. 그게 무슨 사회 계급의 양분화를 노리는 얄팍한 술수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여러분이 여러분의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려고 학원비며, 엄청난 고등학교 수업료를 감당하기 위해 등허리가 부러지게 일을 할 그때쯤에, 그분들의 자녀들은 해외 명문 사립고를 다니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단지 이런 정책들은  그저 생활고에 치어 다음 총선,그 다음 대선에도 자기네들이  해먹든지 말든지 신경 쓸 겨를이 없도록 하는 연막탄에 불과하단 말이지요.

p.s. 어떤 분은 ‘정치 이야기 안 쓴다며?’라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주어가 없었다’는 이야기는 다이나믹 코리아에서는 철지난 농담이 되었을지 몰라서 그냥 패스하겠습니다.

20071228 :: 토이의 여섯번째 앨범과 지난 기억들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고감도’인 것도 아닌 귀와 음악적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대중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어릴 적부터 남다른 취향을 가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교적 나이에 비해서는 조숙한 음악적취향이었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중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부모님 몰래 사서 테잎을 조금씩 사서 듣기 시작했지요 (왜 몰래 사서 숨기고 다녔는지는 지금도 사실은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긴 합니다만.)

제  돈으로 직접 테잎을 샀던 첫 번째 음반은 92년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때의’공일오비 3집’이었습니다. 물론 어디선가 줏어온 2집의 빽판 테잎(말 그대로 길에서 줏어왔었다)이 다 늘어날 때까지 들었던 터였고 이 들의 세 번째 앨범 역시 늘어나고 또 늘어나고 잃어버리기도 해서 서너번은 다시 사서 듣고 또 들었더랬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라디오에서 듣기 아주 아주 힘든 노래들이지만, 그래도 우연히 어디선가 흘러나온다면 거의 두음 세음 정도만 들어도 어떤 노래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 때는 대략 대한민국 전체가 혜성처럼 나타난 서태지라는 신인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에 열광하고 몸부림치던 시절이지만 음반 제작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든지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새로운 시도만큼은 오히려 서태지의 ‘실험적’이라는 이미지보다도 우선하는 것들이었고, 결국 그것은 나로 하여금 서태지라는 존재를 상대적으로 작게 인식시키게도 하였지요.(물론 이들에 대한 표절 의혹 같은 건 일단 좀 차치하고서 말이지요)

어쨌든 한창 음악을 쭈욱쭈욱 들이마시며 무럭무럭 커가던 시절에 이미 ‘주류’가 아닌 것들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었고, 더군다나 당시에 레코드샵을 하셨던 외삼촌의 서포트아닌 서포트(?)가 있었기에 토이라는 음악가를 일찌감치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던 중 만났던 토이 2집(1996)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곡 하나하나의 모양새도 참 좋았지만 ‘김연우’라는 거물 신인의 등장과 2집 발매 시점에서 유희열은 그 만의 음악 스타일을 정립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당시에는 아니고 그 이후에 한 생각이지만) 들었지요. 아무튼, 2집에서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 나름 대박을 터뜨렸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토이는 순식간에 여고생 오빠부대를 연병장에 사열종대로 두 바퀴씩 모집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라디오DJ를 맡으면서 어떤 철옹성 같은 수준의 제국을 건설하기도 하지요.

어쨌거나 이런 유희열의 대단한 재능을 나만큼 빨리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앞서 이야기했던 공일오비의 정석원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정석원은 사실상 공일오비 마지막 앨범(최근에 나온 앨범은 부디 공일오비 앨범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의 부클릿에서 “가요계의 법이 될 것이다”라고 호언하기까지 했었고, 그러한 그의 예상이 현실로 이루어지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공일오비의 여섯번째 앨범은 실은 당시로서는 왠만한 영화 한 편을 만들고 남았을 5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제작한 뮤직비디오로 반짝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리 인기있는 음악이 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도 그럴것이 파격을 좋아하는 그들이었지만 기존 팬들이 배신감을 느낄만큼 이전의 음악적 노선과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로 끝에서 끝까지 채워버렸으니까요. 물론 공일오비 6집인 ‘The Sixth Sense’는 사실 대단히 놀라운 물건이었습니다.기존의 가요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사운드가  가득했었지요. 사실 공일오비는 앨범 속지에 자신들이 작업했던 방식이나 기법, 악기, 컴퓨터, 장비 등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는 했는데,그 앨범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도 ‘마르스의 후예들’과 같은 곡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러고보니 부활의 ‘희야’의 전주 시작 부분의 종소리가 기타 소리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 소문의  진상을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공일오비의 6집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넥스트의 4집 역시 만화주제곡+너무 전위적인 느낌+최첨단 녹음 기술의 환상의 조합으로 라디오/공중파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공중파에 실리기에는 너무 무거웠던 것이지요. 하지만  ‘Lazenca Save Us’ (saves인가요?)가 노래방에도 종종 있는걸 목격했으니 넥스트의 팬들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런 무거운 노래들로 방송가에서 멀어진 틈을타 보다 말랑말랑한 댄스곡을 들고 나온 온갖 서태지 아류(활동 좀 하다가 잠적하는 패턴만을 닮은)들이 대중 가요계를 접수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년의 시간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잘 안나네요. 고등학교 때까지 어마어마하게 많은 앨범을 샀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 군입대 전까지는 거의 앨범을 사지 않아서 ‘Monocrom’이라든가 ‘Red+ 2집’ 뭐 이런 앨범 몇 개만을 겨우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동생이 어마어마한 앨범을 사모으기 시작했는데,  동생은 어느정도 ‘여고생 감성’에 특화된 취향을 가졌더랬습니다. 굉장히 토이틱한 음악적 성향을 다지기 시작한 동생은 이후 10년간 토이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아마 토이남(과는 다소 거리가 먼 외모지만)의 프로토 타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주위 고참들의 영향을 또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잡식성’이라기보다는 ‘변덕성’의취향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너무나 극과 극에 있었기 때문에 ‘Cradle of Filth’에서 시작해서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조빔햏자), 우타다 히카루 등등등…

어쨌든 2001년이 되어 토이의 다섯번째 앨범이 ‘Fermata’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이 때부터 저는 토이라는 뮤지션에 대해 실망하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신경쓴 자켓 디자인이나 간지나는 사진들에 비해서 앨범 전체의 완성도가 조금 실망스러웠거든요. 물론 각각의 노래들은 상당히 멋진 곡들이 있지요.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아무튼 토이의 다섯번째 앨범은 좀 잘나가는 가수들을 객원으로 참가시켜서 종합 선물 셋트같은 느낌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풀어볼땐 뭔가 휘황찬란한 느낌이지만 몇일 지나면 커다란 박스만 남아버리는 그런 것 말이지요. (물론 같은 해에 정석원씨가 들고 돌아온 ‘이가희 1집’은 MGR이라는 멋진 뮤지션을 부각시켜 주었다는것말고는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망하고 맙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토이의 5집은 뭐 두말할 나위없이 상업적인 성공을 했었고, 이후에도 유희열은 ‘최고급 작곡가’로 명성을 날립니다. 그리고 거의 6년만에 새로운 앨범을 들고 돌아왔더군요. 얼마전 ‘루시드폴’ 공연에서 ‘뜨거운 안녕’의 보컬 이지형씨가 나와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야 토이의 새 앨범을 정주행으로 다 들어보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결국 이럴 줄 알았다’라는 것입니다. 6년동안 갈고 닦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을 앨범치고는 많이 실망스러운 느낌입니다.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지요. “우리 혈님하는 이제 최고의 경지라서 더 오를데가 없어요”라고 말이죠. 물론 팬들은 (저도 팬은 팬입니다만) 너무나 반가운 새 앨범 소식에 콧잔등이 시릴정도의 감흥을 받으셨을런지는 몰라도, 6년만에 들고 나온 앨범이 또 다시 ‘종합선물세트’라는 점은 조금의 배신감을 동반한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뭐, 하지만 워낙에 기본은 하는 분이니 이 겨울에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할 음악에 손색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깔끔하지 못하고 군더더기가 많이 붙었다는 느낌(뜨거운 안녕)은 영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 그라면 보다 깔끔한 모양새로 빼낼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는 말이지요.(루시드폴 3집을 자꾸 듣다 들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지형씨는 정말 노래를 잘하긴 합니다. 토이 앨범에서는 약간 김형중씨랑 비슷한 느낌의 음색으로 표현이 되었는데, 내년이른 봄 쯤이면 앨범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조금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더군요.

20071226 :: 크리스마스, 국경의 밤

루시드폴의 3집 콘서트를 크리스마스 당일에 다녀왔습니다. 급히 표를 구했더니 이미 매진이었지만, 운 좋게도 나온 표가 있어서 잽싸게 여친님이 낚아채어 구매를 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미선이 시절에서부터 우울한 감성의 가장 위꼭대기를 차지하던 정서와 더불어 안개 자욱한 강을 연상케하는 목소리는 비록 인디씬에 발을 딛고 서 있기는 하지만 ‘감성만발우울간지’에 있어서는 이미 10여년전에 대한민국을 평정했다고 보아도 큰 탈이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지난 번 앨범인 ‘오! 사랑’에서의 밝음(보이나요?, 오!사랑)이 되려 충격적인 변화로 느껴졌다시피 했으니까요.

어쨌거나 그 매력적인 보컬의 효과로 인해 극도로 슬픈 노래, 그리고 어딘지 알아듣기 힘든 노랫말은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함께 묘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됩니다. 저도 뭔가 초상집 5초전 분위기로 공연이 휩쓸려 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매우 강력한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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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했던 ‘들꽃을 보라’를 부르는 조윤석님 (혹은 옵하)

두말할 나위없이 공연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기나긴 공연시간이 (거의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애 많이 쓰셨음)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이 3집의 수록곡들과 예전 곡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개인적으로는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와 ‘날개’를 들을 때 이를 악물고 돋아나는 소름을 참아야 했습니다. (최고최고 ㅠㅠ)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사람이었네’는 사실 좀 민중가요틱한 구석이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착취를 이야기하는 가사하며… 솔직히 이러한 노래를 타이틀로 정하는 것 자체가 크나큰 용기를 필요로하는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어떤 사회적 메세지를 담는것 자체가 사회 문제를 감성적으로 물타기 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지어는 ‘자우림’조차 그런 지적을 받기도 하니까요)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에서 공개한 ‘본래의 버전’은 약간은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전위적’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강하고 폭발하는 듯한 느낌의 마무리는 너무나 격해서살짝 마음을 졸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루시드폴 아니 조윤석씨 개인의 무기력했던 (어떠한 의미에서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20대에 대한 반성이자,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뭔가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루시드폴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매체에서 많이 접할 수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물론 개인적으로도 잘 알지 못하지만, 음악에서 느껴지는 정서… 그런 것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20071226 :: wireframe 2007년 정리

원래는 이런 거 안했었는데, 정치관련 글 안쓴다고 말해놓고 나니 쓸 글이 없어서 (불과 두 어달 전만해도 정치 관련 글을 거의 쓸 일이 없었는데 말이죠) 한 번 해 봅니다.

2007년 wireframe 중대 사건

  1. 블로그 테마 변경
    블로그 테마를 2회에 걸쳐 자작 테마로 만들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티스토리 스킨보다는워드프레스 테마가 만들기가 더 쉽다고 생각이 듭니다. 티스토리는 ‘치환자’라는 것도  뭐 어떤게 있는지 알아야 하고 분량 자체도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6월에 한 번 9월 말에 한 번 블로그 테마를 변경했더랬습니다. 슬슬 새해도 밝아오고 하니 다른 테마를 또 만들어 볼까도 싶지만 부지런히 글 쓸 시간도 없는 요즘이라 또 언제쯤 새로운 테마를 만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요.
  2. 1일방문자 4천 돌파
    1일 방문자 수가 4천을 넘긴 적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올 8월  ‘디워’ 관련 글을 썼다가 그런 일이 있었는데요, 돌이켜 보면 ‘디워’야 말로 블로고스피어에서의 올 한해 가장 뜨거운 이슈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3. 블로그 폭파
    워드 프레스 새 버전을 잘 못 설치하는 바람에 블로그 내용을 깡그리 날려 먹은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다행히 7월까지 내용 중의 일부는 테마 만들면서 테스트 용으로 로컬에 임시로 만든 복사본 블로그에서 살려내긴 했지만, 음악이 실려 있거나 하는 저작권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글들은 모두 삭제를 하고, 극히 일부만 살려내었습니다. 글들을 복구하면서 보니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게 꽤나 오래전부터였다는 사실도 알게되었습니다.10월부터는 포스트를 조금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만 여전히 블로그가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사실이 좀 마음에 아프네요.

2007년 자주 가는 블로그

처음에는 그저 싸이월드 일기장에 쓰지 않는 일기를 적는 것으로 시작한 블로그(시작은 이글루스에서)였고, 그러다보니 거의 너무나 개인적인 넋두리만 늘어놓다가, 설치형 블로그로 이전하면서 블로고스피어도 알게되었고 또 멋지고 독특한 블로거들의 글을 구독하기 시작하며, 어느 정도 소통도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좀 뒤늦게 블로그의 재미를 알았다고나  할까요. 활발히 소통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구독하고 자주 들르는 블로그들을 적어봅니다. (절대 무순)

  1. 앤잇굿?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업무일지’라는 부제로 알게된 애드맨님의 블로그입니다. 지금은 더 이상 ‘망해가는 영화사’의 직원이 아니시지요. 우울할 수 있을 일상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시니컬하게 담아내는 글들이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요즘 개봉 예정 영화의 흥행을 예측하시는 포스트를 많이쓰시는데,  적중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냥 제 생각에)
  2. 전파만세 – 리라하우스 제3별관
    일본의 거대 게시판 ‘2ch’를 번역하여 올려주시는 리라쨩님의 블로그입니다. 어쩔때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못해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울어야(?)하는 상황도 연출해주시지요. 2008년에는 경마 대박나시길.. (응?)
  3. Blog/Draco
    wireframe 댓글 순위 순위권에 반드시 드실 거라고 생각되는 Draco님의 블로그입니다. 벌써그 유명한 333333 고지를 돌파하셨다는  훈훈한 소식이 있습니다. 개발자 이신거 같은데 오픈캔버스(로 추정되는툴)를 사용한 그림 솜씨도 멋지시지요.
  4. soyoyoo.com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소요유님만큼만 글을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네, 맞습니다. 꿈도 참야무지지요.
  5.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어떻게 QAOS.com의 팁과 같은 떡고물을 기대하고 구독하기 시작한 초 인기 블로거 도아님의 블로그입니다만, IT 팁이외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IT관련 팁보다는 식당 관련 글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6. 유멘시아 Umentia.com 
    재밌있고 어떤땐 소름끼치도록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심리학위주의 블로그입니다. 최근(은 아니고 얼마전)에 책도 펴 내셨는데, 조만간 꼭 사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7. Exclusively On Reviewing World
    로망롤랑님의 블로그. 쓰는 글이든 읽는 글이든 글이 길어지면 이해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로서는 로망롤랑님의 문학 리뷰는 꿈만 같아요
  8. ::: 여름하늘 :::
    백신 관련하여 날이 선 포스팅을 꾸준히 해 주시는 여름하늘님의 블로그. 꼼꼼한리뷰는 정말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9. 디지털 화전민
    멋진 네이밍 센스만큼이나 멋진 글들로 첫 방문에 단박에 구독 시작한 (왠지 감기약이 생각나는) 코리투살님의 블로그.
  10. The Gallery of Things
    지구를 지켜라 님의 독특하고 재치있는 블로그.
  11. Loading… 100%
    무려 1000회를 돌파하고 시즌2에 돌입한 ‘웃자구요’시리즈의 주인공 rince님의 유쾌, 상쾌, (가끔은) 염장 블로그. 정말 배꼽 빠집니다.

10개만 뽑으려다가 11개가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좋은 블로그도 많이 있지만 어쩌다보니 최근 들어 자주 들르는 블로그만 뽑게 되었네요. 아무튼 멋진 블로거 여러분들의 좋은 글을 새해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좀 쓰면서 이런 말을 해야할텐데… 쿨럭)

2007년을 마감하며

이제는 정말이지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쓰기가 참 부끄러울 만큼 한해의 마지막인 이맘 때가 되면그저 시간이 엄청 빠르다는 것만 실감할 뿐입니다. 2006년 연말을 그리 유쾌하게 보내지는 못하고 좀 쓸쓸히 보낸 아픔은 있지만,쉬는 날들을 뒤로 하고 새해에는 “또 언제 쉬어보나” 싶었는데 벌써 또 연말이네요. 직장을 옮기면서 한 두어달 백수 생활도 해 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런 일들이 참 많았었는데 역시나 연말이 되니 새해의 다짐을 다지던 새벽이 엊그제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가장 많은 글을 쓴 한 해 이기도 한 듯 합니다. 그저 주절거리는 일기가 아니라 그래도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글을 좀 쓴 거 같다는 느낌 (물론 아주 최근의 일이기는 하지만)이 그나마 wireframe의 (암울한 방문자수는 좀 그렇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감상이랄까요.

아무튼 이래저래 종종 들러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신, 특히나 네이버를 타고 머나먼 외딴 섬까지 찾아오셔서 애드센스 실수로 클릭도 해주신 모든 분 들이,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보다 멋진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