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자의 남자 – 48

일주일

기러기 아닌 기러기 아빠가 되어 거의 보름에 한 번씩만 아내와 작은 사람을 만나러 가다보니, 어떤 때는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있다가 주말이 저물어 허둥지둥 돌아오게 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감기약 기운에 헤롱거리다가 어찌 오는 지도 모를 정도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는 때도 있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서울에서 나홀로 지내면서 밥은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잘 챙겨 먹는지, 건강은 잘 챙기고 있는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며, 남편을 마음놓고 그리워할 시간도 없이 아이를 들었다 놓았다 달랬다 먹였다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지만, 아내는 자기 몸 건사는 커녕 밤잠을 못자서 저 잠많던 사람이 저러다 탈이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호된 육아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그런 아내인데, 아내와 아이를 보러 갈 때마다 정작 아내를 많이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내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고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의 마음은 아쉬움 이전에 언제나 미안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일도 출근하는 주말이지만, 일이 끝나는대로 처가로 내려갈 생각이다. 고작 스무시간 남짓 함께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겠지만,  그 스무시간은 고작 왕복 열차비에 비할 수 없는 가치가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스무시간 동안만큼은 그녀가 마음 놓고 눈 붙이고 꿈꿀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 줘야겠다.

육아에 점점 요령이 생기고 있는 것 같은 요즘이지만, 그럴수록 그녀 혼자 감당하고 있는 수많은 걱정과 염려, 그리고 수면 부족이 안쓰럽고 더 미안해진다.

지난 일주일도 참 긴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저물어 간다. 하지만 내 진짜 시간은 내일부터 시작된다.

위기의 여자의 남자 – 47

출산준비 > 출산 > 본격 육아로 이어지는 숨가쁜 스케줄 덕분에 다 빼았겼던 아내의 서울대 입구역 스타벅스 메요 탈환에 성공했다.

그런데 현대직판장 메요는 몇 일 남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좀 이상한 총각이 메요던데… 암튼 여기는 애니팡 50만점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위기의 여자의 남자 – 45

아내는 거의 하루 24시간을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부쩍 잠투정이 많아진 작은 사람 때문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를 재우고, 젖을 먹이는 시간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어머님이 식사며 이런 저런 것들을 챙겨주시고는 있지만 최소한의 수면조차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의 여자는 동시에 의지의 여자이기도 해서 -잠을 참아내는 그녀의 능력은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끝까지 버텨서 항상 아이를 케어한다. 그런 와중에 작은 사람이 깊은 잠을 잘 때는 또 그 모습을 바라보느라 자기가 자야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일쑤다.

그러다보니 자기 몸 추스르는 산후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요즘 부쩍 걱정이 된다.

많은 부모들은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본다고 하는데, 나는 잠든 작은 사람의 얼굴을 보면 아내가 떠오른다. 아마도 내가 나 자신의 잠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아내 역시 잠든 작은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내 얼굴을 떠올릴거다. 첫딸은 아빠 닮는다고 했던가. 작은 사람은 지금도 아빠 닮았는지 엄마 닮았는지 콕 찝어내기가 힘들다. 뭐, 우리 둘이 워낙 닮은 꼴이라 -iPhoto의 얼굴 인식 기능은 요즘도 우리 얼굴을 헷갈려한다- 그런가보다.

밤은 깊어가고. 아이도 그리고 아내도 무척 많이 보고 싶다. 시간이 더디다.

위기의 여자의 남자 – 43

결혼 후 신행 때 처가에 왔을 때 이것저것 맛나는 걸 많이도 먹었지만, “불친절 할머니 호떡”의 기억은 꽤 강렬했다. 난 호떡은 물론 이렇게 길에서 파는 음식도 거의 안 먹고 다녔는데, 아무튼 이 “불친절한”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언젠가 한 번 했던 거 같은데… 오늘의 사건은 진짜 찜찜했다.

제인이 낳은 뒤로, 이 호떡을 한 번도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무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는데, 호떡을 사러 출발~

할머니는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장사를 하고 있었고, 다만 손님은 좀 없었다.
“호떡 여섯개 포장이요”라고 말하는데 흠칫 놀랐다. 호떡 가격이 무려 500원에서 700원으로 40%나 인상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표가 정성스럽게 제작되어 천장에 걸려있더라. 원래 이 할머니, 가격을 쉬이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써 붙여두지도 않았거든.

떫떠름하게 기다리다, 포장된 호떡을 건네시기에 돈을 드렸더니 다시 거스름돈을 주시며 “고마워요”라고 하심. 와 이 순간에 진짜 “이 할매가 어디서 약을 팔어?” 라는 대사 칠뻔.

아무튼 그렇게 집에와서 호떡을 먹기는 했는데, 아마 앞으로는 막 이렇게 먹고 싶어서 찾아가서 먹고 그러지는 않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좀 사기당한 기분이다. 아니, 어쨌거나 결론적으로는 그 할머니가 못돼먹었다는 건 입증된 건가.

위기의 여자의 남자 – 41

이런 말 쓰면 딱 딸바보 소리 듣기 좋겠지만, 어쨌든 양파 아니 제인이는 나와 아내가 늘 말하던대로 ‘아빠가 마롭이모 결혼식에 갈 수 있는’ 날에 태어나 주었다. 그 전에도 머리가 위로 와 있던 역아자세로 있던 양파는 엄마가 고양이 체조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을 때 쯤에 바른 자세로 돌아갔는데, 이때도 우리 부부는 열심히 배를 쓰다듬으며 (그렇다고 내가 내 배를 쓰다듬었다는 이야기는 아님) 양파에게 이제는 자세를 옮길 때가 되었다고 매일 매일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엄마 아빠의 바램을 들었음이 분명하다.

지난 주말 아내와 아이를 보러 처가에 다녀왔다. 아기 용품들을 잔뜩 챙겨가느라 먼 거리를 운전해서 다녀왔는데, 덕분에 이틀 내내 몰려오는 졸음과 피로에 헤롱대다가 와서 아기는 많이 보고 왔지만 정작 고생하는 아내를 많이 보고 오지는 못했다. 수유하느라, 아이가 칭얼대느라 거의 매일을 밤잠을 못 이루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참 짠하기도 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고, 주말에 찍었던 아기 사진이며 동영상들을 보다가 결혼식 때 찍은 아내의 사진을 보았다. 내킨 김에 아내의 모든 사진들을 하나 하나보다가 밤이 깊어 버렸다. 긴 말을 쓸 수는 없고, 다음 주에 다시 내려 갈 때엔 고단한 몸 잠시라도 쉬라고 무릎 베개라도 해주고, 잠든 아내 머리도 좀 쓰다듬어 주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