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7 :: 애플을 절대로 뛰어 넘을 수 없는 당신들에게.

스티브 잡스의 새 세탁기 구매기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애플의 키노트만 있은 직후면 워낙에 인터넷 이곳 저곳을 달구는 이야기 소재라, 좀 식상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최근 애플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혁신”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잡스를 이야기할 때는 “해적의 리더십”이라느니 뭐 그런 이야기를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애플 같은 기업 혹은 애플을 뛰어 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인문학[1. Liberal Arts]”을 해야 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이 나돌면서 때아닌 “인문학” 열풍이 그것도 진짜 “인문학”[2. the Humanities]이 열풍이되는 웃지도 웃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작 본질은 인문학에 있지 않습니다.[3. 그것이 문예를 말하는 인문학이든, 교양을 말하는 인문학이든 말이죠] 애플이 ‘혁신’을 이룬 것은 절반의 사실입니다. 즉 이것은 어디까지나 애플 외부에서 애플을, 그리고 애플의 제품을 바라보았을 때 이야기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애플의 제품은 애플 내부에서는 혁신이라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더니 그리 되었더라”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스티브 잡스가 천재다? 뭐 그런 말을 하려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애플의 화려한 재기. 그리고 그 현상을 뒤덮는 수 많은 미사여구들. 그리고 그런 것들에 현혹되어 가장 큰 낭패를 보는 이들은 소비자가 아닌 경쟁사들입니다.

애플을(잡스를) 배우고 싶고, 뛰어 넘고 싶어하는 기획하는 사람, 경영하는 사람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개발/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애플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지요) 그들에게 잡스는 일종의 지표이자 롤 모델이기도 하고 동경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또 많은 글 좀 쓴다는 분들이 잡스에 대한 글을 써서 책도 많이 파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쩝, 그런데 그런 모든 정보들 가운데서 얼마나 그중에 과연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당신에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라’고 제시하는 그런 글이 또 있었을까요? 에이 설마요. 스티브 잡스가 직접 자기 이야기를 쓰더라도 아마 그건 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철저히 기획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무엇이 지금의 애플의 성공을 이끌었는지 말해준다고 확신하는 에피소드가 바로 다음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에피소드는 아니고 한 몇 년 전부터 많이 떠돌던 새 세탁기를 사는 스티브 잡스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Design is not limited to fancy new gadgets. Our family just bought a new washing machine and dryer. We didn’t have a very good one so we spent a little time looking at them. It turns out that the Americans make washers and dryers all wrong. The Europeans make them much better – but they take twice as long to do clothes! It turns out that they wash them with about a quarter as much water and your clothes end up with a lot less detergent on them. Most important, they don’t trash your clothes. They use a lot less soap, a lot less water, but they come out much cleaner, much softer, and they last a lot longer.

We spent some time in our family talking about what’s the trade-off we want to make. We ended up talking a lot about design, but also about the values of our family. Did we care most about getting our wash done in an hour versus an hour and a half? Or did we care most about our clothes feeling really soft and lasting longer? Did we care about using a quarter of the water? We spent about two weeks talking about this every night at the dinner table. We’d get around to that old washer-dryer discussion. And the talk was about design.

We ended up opting for these Miele appliances, made in Germany. They’re too expensive, but that’s just because nobody buys them in this country. They are really wonderfully made and one of the few products we’ve bought over the last few years that we’re all really happy about. These guys really thought the process through. They did such a great job designing these washers and dryers. I got more thrill out of them than I have out of any piece of high tech in years.

 

영어라서 거부감 느끼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셔서 간단하게 해석해보자면…

디자인은 단지 예쁜 장식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은 최근에 새 세탁기와 건조기를 샀어요. 우린 살만한 좋은 물건이 없어서 이리 저리 살펴보는데 약간 시간을 썼지요. 그러면서 보았더니 미국 사람들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순 엉터리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유럽 사람들은 그에 비해 훨씬 나은 제품을 만들고 있구요. 하지만 그건 시간이 두 배나 걸리더군요! 알고보니 유럽식 세탁기는 물을 1/4 밖에 안쓰고 그래서 옷에는 세제 찌꺼기가 훨씬 더 적게 남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건 옷을 망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유럽식 세탁기는 더 적은 세제와 더 적은 물을 씁니다. 하지만 옷은 더 깨끗해지고 부드럽고 또 그 만큼 더 오래 입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 가족은 세탁기와 관련된 이해득실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고, 우리 가족에게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죠. 우리 식구들이 과연 세탁하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것과 한 시간만에 세탁이 끝나는 것을 비교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아니면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세탁하고 나면 더 부드러운 감촉이 드는지가 중요한가? 물을 적게 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나? 우리는 저녁 식사 시간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느라 보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구닥다리 세탁기에 대한 토론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주로 디자인에 대한 것들이었죠.

우리는 결국 독일 밀레사의 제품을 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회사의 제품은 무척 비쌉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미국 사람들이 이 회사 제품을 많이 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세탁기들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으며, 그 몇 가지 중 하나를 사고서 우리 가족은 유래가 없을 만큼 많이 행복해 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프로세스를 잘 압니다. 그래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디자인함에 있어 엄청난 역량을 보입니다. 이것들을 사면서 전 지난 몇 년간 하이테크 제품을 살 때 느꼈던 것 보다도 더한 긴장감을 맛보았습니다.

아마 ‘포스트 잡스’, ‘포스트 애플’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 여기까지 읽으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악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4.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면, 미안합니다만 그 꿈은 접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품을 만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좋은 제품은 – 그것이 기획으로부터 출발하든 디자인으로부터 출발하든 – 단 하나의 지상 목표를 위해서 디자인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용자에게는 1차적인 것이 아니라 2차, 3차적으로도 훨씬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만드는 입장에서는 제품에 집중하기 이 전에 사용자가 그 제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프로세스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합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기획자들이 하는 일이 그 것 아닌가요?

원문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eco-value 니, 인문학이니 하는 그런 거창하거나 어려울 필요가 없는 단어입니다. 바로…

“CARE”.

정말 잘 만든 제품. 소비자들이 환호하고 열광할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정말 잘 만들어진 제품을, 제 값 한다는 제품을 써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제품이 왜 좋은지를 본인이 깨닫지 못한다면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 수도, 기획할 수도, 디자인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 국내에서는 애플의 경쟁자를 자처하고 싶어 안달하는 기업은 적지 않게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기획하는 최초 단계와 그 중점이 아쉽게도 “현재 돌릴 수 있는 생산 라인을 총 집결하는 방법”에 국한되어 있다면, 소비자가 care하는 가치를 제공해주기는 커녕 그냥 정크 푸드 만드는 공장을 열심히 돌리는 짓과 다름이 아니라는 겁니다.

애플에서 뭐 하나만 내 놓으면 온 대한민국이 난리간 나는데, 2년이 넘도록 난리만 나면서 왜 쓸만한 제품이 나오지 않는지가 궁금한 변방의 어떤 블로거가 또 쓸데없이 한 마디 하고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ps. 잡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서점에 진짜 많은데, 전 ‘해적의 리더십’이라는 말 듣고는 완전 웃겨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냥 지랄 옆차기를 하세요”

20110106 :: Mac용 AppStore 오픈!

드디어 Mac App Store가 열렸습니다. 애플로서는 지난 키노트때 90일 이내에 오픈한다는 약속은 지킨 셈입니다. IT관련 기자분들의 관심이 온통 CES에 쏠려 있어서인지 Mac AppStore에 대한 기사는 아직 찾아보진 못했습니다.

OSX안으로 들어온 AppStore

맥용 앱스토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OSX의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이제까지의 최신버전인 10.6.5에서 바로 오늘 (한국시간으로는 1월 6일 밤 10시 가량) 업데이트가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혹시나 하고 업그레이드 해 보았는데, iMovie와 Garrage Band만 업데이트 되더군요.

10.6.6으로 업데이트하고 재부팅을 하고나면 Dock에 Appstore 아이콘이 생깁니다. 이는 Mac Appstore만을 위한 별도의 앱스토어 어플이라 보면 됩니다. 실행되는 플랫폼이 OSX로 바뀌었을 뿐, iTunes 내에서 앱을 구매하는 방식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일관된 UI 정책이야 뭐 애플의 기본 스킬이니 별다른 사용법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예상외로 많은 앱들이 앱스토어 내에 있습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 보이듯이 너무 친숙한 녀석이 눈에 띄는 군요. 그외 명불허전이라 불리는 Pixelmator와 마스터피스 iWork도 앱스토어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iWork는 매번 새버전이 나오면 유료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는데, 앱스토어를 통해서 구매하면 평생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뀌는 건가요? 그렇다면 당장 이 악물고 결제하는 것이 옳겠군요!

무료 앱들도 몇몇 눈에 띕니다. 이들 중에는 그냥 장난감 수준의 앱들도 많은데, 훌륭한 녀석들도 눈에 띕니다. 특히 아이폰 용으로 너무 사랑하는 앱 중 하나인 Autodesk 사의 Sketchbook Express의 무료 버전이 있네요. (진짜 대박 앱입니다.) 그리고 트위터에 인수된 후 전혀 업데이트가 감감 무소식이던 tweetie도 Twitter 공식 앱이 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 놓을 수 없는 이 녀석. ㅋㅋㅋ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돈주고 살 것인가

저야 뭐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유료 콘텐트 구매에 사용하고 있는 판국입니다. (대부분이 게임일거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ㅋ) 더군다나 mp3 다운로드도 정당하게 유료로 음원을 구매하는 당당한 소비자란 말입니다.

실제로 아이폰/아이패드용 앱스토어도 ‘어느정도 합리적인’ 가격에 앱들을 판매해 왔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참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아이패드용 앱은 똑같은 녀석인대도 비싸던데, 맥용 앱들도 꽤나 비싸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물론 PC용 애플리케이션이 모바일/스마트폰 용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사용자 접점”이 훨씬 많고 예외 처리 등등에 고려할 사항이 많아 조금 골치아프긴 합니다만, 너무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얼마나 팔릴 것이며 활성화가 될 것인가하는 점에서는 여전히 좀 의문스럽습니다.

또한, 오픈소스로 제작되는 출중한 유료 애플리케이션들이 아직 앱스토어에 등록이 되지 않은 것은 조금 많이 아쉽습니다. Text Wranggler의 경우에는 올라와 있으나 (개인적으로) 훨씬 선호하는 Fraise 같은 경우에는 앱스토어에는 아직 없는 듯 하네요.

우리 나라는 소프트웨어 산업, 그중에서도 특히 민간 부분은 거의 전멸과 비슷한 시장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이제 더이상 패키지로 발매되는 게임도 더 이상 없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 아닙니까.

지식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트. 이런 디지털 콘텐트가 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물이나 공기처럼 그냥 무한정 퍼다 쓰면 좋다는 인식이 너무나 팽배하여 국내에서의 맥 앱스토어 성공 여부는 뭐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오죽하면 한국은 닌텐도DS 게임패키지 보다 DSL 기기가 더 많이 팔린 나라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제 주변의 많은, “개발자”들도 ‘아니, 앱을 왜 돈주고 사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거지요. (아 이 정도면 거의 막장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쓸만한 앱을 찾아 밤새 눈 벌겋게 인터넷을 뒤지는 일은 차츰차츰 줄어들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거의 동일한 플랫폼으로 통합되고 있으므로” iOS에서 축적된 많은 앱들이 OSX용으로 대거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는 멋진 OSX용 애플리케이션들도 점차 편리하게 AppStore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편리함은 사람들에게 심심풀이 게임부터 시작해서 앱들을 차츰차츰 구매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게 할 것이고, 이 것이 결국에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오던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어플은 공짜’라는 기존의 인식이 가로막는 장벽을 쉽게 넘고 갈 수 있도록, 시장이 커지는 만큼 적절한 가격대로 앱의 가격대가 조정이 되어야 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설치가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쓸만한 앱들이 너무 비싸다면, 특히 아이폰과 똑같은 앱인데 훨씬 더 비싸다면 그만큼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이 될테니까요.

맥 앱스토어가 한국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지켜보는 것은 꽤 재밌을 것 같습니다. 낮은 맥사용율과 유료 앱 결제에 대한 인식 등, 기본적인 조건에서부터 일단은 열세라 판단이 되다보니 말이지요.

보너스

일단 무료 앱 중에서 설치해 볼 만한 녀석들을 몇 개 소개합니다.

  • Twitter : Tweeite의 신규 버전. 보다 깔끔하긴 한데, 전 예전 버전이 더 마음에 드네요. ㅠㅠ
  • Mindnodes : 초경량 마이드맵 작성 프로그램. 가볍고 깔끔합니다.
  • Sketckbook Express : Autocad로 유명한 AutoDesk사의 야심작. 무조건 받으세요.
  • Solitaire Greatest Hits :  평이 좋은 1인용 카드게임

그리고 유료라면 단연, Angrybird 입니다. ㅋ 물론 iWorks도 (가격이 셉니다만)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iWorks는 그 자체의 가치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를 설치한 Mac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이라 감히 평가해 봅니다.

20100523 :: 무엇이 당신을 애플빠로 만드는가?

애플,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과를 좋아해서 어머니는 늘 과수원집 딸한테 장가보내야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긴 했습니다.[1. 혹시 시골에서 부모님이 과수원 농사하시는 미혼 여성 분은 제게 따로 메일을.. 사과 농사 우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플을 그리 사랑하는 건 아니었더랬죠. 어쨌거나 애플은 단순히 무식한 사무용 기기와 같았던 컴퓨터의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데 일조를 하였고, 경쟁사들과의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애플의 이런 ‘예쁜 디자인’이 타 메이커들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준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타 메이커들은 그저 제품의 외관 프레임을 예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애플은 PC를 말 그대로 개인용 컴퓨터로 사용하기 쉽게 제조의 철학을 이미 90년대 후반에 정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아이팟이나 아이폰의 디자인에서 하드웨어적인 디자인은 그리 만족스러운 편은 아닙니다. (물론 충분히 이쁘긴 합니다만) 처음 아이폰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중량감과 그에 비해 좀 어색한 그립은 ‘야, 이거 떨어뜨리면 대박나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도록 불안하기 그지 없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워맥 G4의 디자인이 애플이 그간 만든 제품 디자인 중 최고이자, 역사상 궁극의 PC 디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pplie PowerMac G4이 것이 바로 궁극의 디자인

사연이야 어쨌거나 아이폰을 사용한지 거의 3주가 조금 지났습니다. 주위 지인 분들은 ‘출시 시점에 물류 창고가서 받아왔을 줄 알았다’, ‘해킹폰/순정폰으로 2개는 쓰고 있을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렇게 늦게” 아이폰을 산 것을 두고 좀 의외라는 반응이더군요. 뭐 저도 딱히 아이폰을 사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핸드폰을 바꾸는 당시에는 통신사, 그리고 요금등등을 따져서 아이폰으로 가는게 낫다는 판단이 섰었고 그래서 실행도 재빨랐던 거 같네요. 아마 제가 태어나서 결심 > 신청서작성 > 기존폰해지 > 아이폰개통에 불과 스무시간이 걸리지 않고 신속하게 일이 마무리 된 건 처음인 듯 합니다.

그리고 제 예언(?)[2. 넥서스원 국내 출시 불투명이란 말에 ‘내가 사고 나면 바로 나올거라니까’라고 했었더랬죠. 어쨌거나 적중]은 보란 듯이 적중하여 제가 아이폰을 구매하자마자 SKT에서는 디자이어가 출시되었고, 넥서스원 역시 KT에 의해 전파 인증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미 디자이어는 꽤 많은 분들이 고대하고 밤잠을 설치다가 구매를 하였고, 저도 개통된 실물 폰을 만져 보고 아이폰과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언제나 버킹검. 아니, 아이폰이 짱 먹겠구나. 그리고 아이폰 4세대가 나오면 더 대박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은 사용자를 통제하는가

구글 팬의 입장에서 아이폰을 바라볼 때 가장 답답하게 생각되는 부분 중 하나는, ‘모두 똑같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락는 겨우 잠금화면의 배경 그림을 바꿀 수 있는 것 정도일 뿐 누구의 아이폰을 꺼내어보든 모두 똑같은 화면을 보게 되기 일쑤이지요. 해킹 아이폰에서는 좀 더 많이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해킹은 그닥 해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유니포멀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 때문에 애플 혹은 애플의 아이폰은 사용자를 통제한다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상 그렇습니다. 아이폰으로는 상당히 많은 장난(?)을 해볼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엄청나게 방대한 앱스토어의 어플들을 통해 가능한 것이지 아이폰 그 자체로는 개발자가 아닌 이상, 일반 사용자 위치에서는 그닥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것은 결국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체가 매우 단순하게 설계되어 있고, 프로세스의 흐름 역시 단방향에 가깝기 때문에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컴퓨터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보입니다. 제 경우에는 대부분의 기능이나 설정을 파악하는대는 이틀 가량이 걸렸고, 물론 그 사이에 어플을 구매하거나 다운로드 받고, 삭제하고, 메일 계정과 주소록을 구글과 연동하는 작업은 아이폰을 활성화한 당일날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것은 명료하고 또 익숙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은 하루 이틀 정도만 사용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어플만 잘 골라서 설치하면 정말 재밌는 장난감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전 부모님께도 다음 핸드폰은 아이폰으로 바꾸시라고 강력하게 권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애플은 사용자를 통제하는 것일까요. 일견 그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통제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아이폰의 사용자는 아마도 대부분 자신이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되려 기존 피쳐폰 사용자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SKT 사용자라면 이쁘지도 않고 구동 퍼포먼스 역시 최악인 통합 메시지함 어플을 강제로 사용해야 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는 제한되어 있으며, 무선 인터넷은 무조건 가입한 통신사의 모바일 포털을 강제로 사용해야 합니다.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해야 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은 고작 게임 하나에 3~4천원씩 주고 사야하고, 패킷 요금 역시 얼마를 쓰면 얼마나 돈을 내는지에 대한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하고 고지서 걱정을 마음 한 켠에 쌓아두고 써야 합니다. 통제당한다면 이런게 통제겠지요.

이이폰은 좀 다릅니다. 아니, 좀 다릅디다. 정작 사용자 입장에서는 되려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택배로 배달된 아이폰을 받아, 패키지를 개봉하는 그 순간부터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작게는 USIM 칩 넣을 때 쓰라고 설명서 봉투에 클립을 넣어두는 센스에서 시작해서 깔끔하게 배치된 액세서리들까지 좀 짱인데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보통은 핸드폰을 사면 알맹이만 쏙 챙기고 껍데기는 모두 그 자리에서 버리고 오기 마련인데, 저도 아이폰 케이스는 지금도 잘 모셔두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다시 봉인할 일은 없겠지만 왠지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하드웨어,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소프트웨어

아이폰은 고작 600MHz 에서 동작하는 CPU를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대단히 놀라운 터치 반응과 화면 반응을 보입니다. 아이폰을 한 일주일 정도 쓰면 은행 ATM 기기의 터치스크린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정도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정전식 터치 스크린과 감압식 터치 스크린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터치의 감도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 스크롤 등이 반응하는 것은 멀티 터치의 가능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대단히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고 또 유연하게 반응합니다. 실제 1GHz의 스냅드래곤 CPU를 자랑하는 디자이어의 경우에도 아이폰 만큼의 반응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이 동작하는 속도는 훨씬 빠르겠지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PC와 같이 매우 heavy한 작업을 하는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전체적인 아이폰의 퍼포먼스는 매우 만족스러우며, 하드웨어 스펙 대비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만져보지는 못해서 이들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일 것이므로 디자이어의 그것과 대동소이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전에 옴니아와의 비교는… 안하는게 나을텐데 왜 굳이 삼성전자는 옴니아를 출시하면서 아이폰을 들먹여서 제 무덤을 팠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OS를 포함한 하드웨어 제품 자체는 공산품이 아닌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명품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3. OS를 하드웨어에 포함시켜서 통칭하는 것은 엄밀히 틀린 표현입니다만, 어플리케이션 레벨에서 최적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튜닝의 상태를 포함한 개념으로 생각했을 때는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게다가 Home 버튼을 제외하고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버튼은 거의 없습니다. (전원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이 있습니다만, 누가 임의로 음량을 키워 놓은 경우가 아니면 쓸 일이 없더군요.) 덕분에 사용자는 화면 상에 그려진 UI 요소를 두드리고 누르고 끄는 것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합니다. 물론 좀 오래 누르고 있거나, 간 혹 세손가락을 쓰거나 하는 등의 고급기술(?)도 있습니다만,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이 것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합니다. HTC 디자이어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Back 버튼이 화면 외부에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당혹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이는 개인적인 편차가 있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디자이어에서는 모든 화면에서 Back 버튼이 외부에 고정된 그 곳에 항상 있을테니까요.

사용자 인터렉션에 있어서 공통적인 요소들은 거의 대부분 동일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고, 시스템이 제공하는 UI요소가 제한적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표준UI가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어플들은 레이아웃에 있어서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체계 자체를 매우 세심하게 잘 구성해 놓은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떤 천재 디자이너나 아키텍트가 한 방에 만들어낸 것은 아닐테고 치열한 고민과 실험, 그리고 퀄리티를 맞추기 위한 많은 논쟁과 토론이 거듭되었을테지요. 국내 메이커들이 기존에 피쳐폰으로 장사 잘 하고 있다가, 이제 아이폰과 상대하려면… 보통의 노력만으로는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은 여기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삼성이든 엘지든 임원급들은 하나씩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거나 써보기는 하셨을텐데, 아마 이런 제품 만드려면 회사가 바뀌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들.. 다들 하셨겠지요.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카피는 국내 자동차 아니면 가전 메이커에서 사용한 말입니다. 비단 아이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애플의 제품들에는 이러한 작은 차이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물론 이 들 중 많은 부분은 그다지 크리티컬 하지 않습니다. 맥 북을 책상위에 올려 두었다가 전원 케이블이 발에 걸리면 케이블만 쑥 빠진다거나, 아이폰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중 갑자기 이어폰을 빼버리면 스피커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볼 때는 그저, ‘아 저런 아이디어를 적용했구나’하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게다가 모든 애플의 사용자들이 이런 ‘세세한 차이’를 체험할 이벤트를 겪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던 중 이런 경우를 만나게 된다면, 사용자는 세세한 배려에 감동하고 마치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4. 꼭 애플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저는 수년 전 밤샘 작업 중 갑자기 인터넷이 불통인 상황이 생겼었고, 새벽4시가 넘은 시간에 혹시나 하고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상담원 아가씨가 해맑은 목소리로 저를 반기며 ‘급하실 텐데 얼마나 불편하시겠냐’며 송구스러워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답답하던 마음이 한결 풀어지고 되려 고맙기 까지 하더군요.]

이런 사소한 경험의 차이들이 사용자를 ‘빠’로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아닐까요. 애플의 원래 사명은 “Apple Computer Inc.”였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애플은 Computer라는 단어를 슬그머니 빼 버렸습니다. 그것은 단지 애플이 mp3나 핸드폰, TV와 같은 가전기기를 대놓고 만들 종합 가전 회사로의 변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자체적인 철학을 확립한 결과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패키지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크지 않고 콤팩트한 포장속에 뚜껑을 열면 비닐에 싸여진 미니멀한 기기. 그저 소문으로 아이폰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그리고 아마 패키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때의 두근거림이 기분좋은 경험으로 각인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 나라 기업은 아이폰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는 다른 질문을 먼저 해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우리 나라에는 ‘돈을 지불하고 난 이후의 고객을 위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