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5, 16, 17

손가락

제인이는 아파서 체중이 좀 빠지고, 거의 늘지 않은채로 한달 가까이를 보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발달하는 것은 꾸준한 것 같다. 엄마나 아빠가 하는 행동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몇 몇은 따라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요즘 한창 제인이에게 잘 시켜보는 것 중에 하나는 이티놀이인데, 검지손가락만 펼친 손으로 볼을 톡톡 건드려주다가 제인이의 손가락 끝을 톡톡 쳐보는 것이다. 이내 제인이도 그 똥그란 손에 검지만 쏙 솟아오른 귀여운 손모양을하고 아빠를 따라 손끝으로 톡톡 이티 놀이 완성!

조심성

나름 이 검지만 펴서 톡톡 건드려보는게 재밌는 걸까. 눈에 띄는 물건을 움켜쥐고보던 녀석이 이티놀이를 자주 해본 뒤로는 처음 보는 물건, 호기심이 생기는 물건에 대해서 조심스레 검지 손가락만으로 톡톡 건드려보는 행동을 한다. 조심성이 많은 걸까 겁이 많은 걸까.

걷고 싶어요

제인이는 내가 예측했던 것 보다는 빨리 뒤집었다. 그리고 뒤집기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빠른 스킬향상(?)속도를 보였는데 힘겹게 뒤집기를 성공한지 단 하루 이틀만에 씻겨서 닦이려고 눕혀놓으면 순식간에 뒤집는 묘기를 선보였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인이는 뒤집기를 안한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서 엎드려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극히 싫어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너무 제인이의 의도를 잘 알아채서 어디든 다 안아서 데려다줘서 기어가기가 싫은 줄 알았는데 (물론 제인이의 일부 행동을 보면 엄마나 아빠가 근처에 있으면 우리를 적극 활용(?)해서 활동한다) 요즘에 느끼는 건 엎어진 모양 자체를 너무 싫어한다. 뭔가 기어가고 하는 걸 잘해야 근육이 발달해서 서기도 잘 서고 걷기도 잘 걷는다는데… 우리 아기… 잘 해낼 수 있을까? 암튼 이 녀석은 기는 것도 못하는 주제에 요즘은 서서 걸음마하는데 완전 재미가 들렸다.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4

차라리 내가 아프면

한 때(잠투정으로 엄마를 무척이나 힘들게 만들 던 백일 이전, 아니 그 후로도 한참을) 예민하다고 판정하였던 제인이는 또 한편으로는 참 순둥순둥하다. 그게 부모 입장에서는 마냥 좋다기보다는 참 마음이 짠한 구석이 있는 건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어느새 훌쩍 한여름 7월인데 제인이는 거의 6월 1일부터 이래저래 병치례를 좀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기운이 좀 있나보다 싶었는데, 아기는 가끔 콜록 기침을 한 번씩 할 뿐이고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면 좋다고 꺄르르 애교도 넘치고 또 잘 먹고 잘 놀아서 그게 아픈 건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주말에 일요일 아침에 진료하는 병원이 일산에 있다고 해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감기가 기관지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진짜 감기가 걸린지는 꽤 시간이 지났던게다. 우리는 깜짝 놀랐고, 우선 제인이는 약 처방을 받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는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은 했다. 그리고 제인이는 6월 첫 주에 제주도도 다녀왔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에 제인이는 다시 열감기가 심해졌는데, 하루는 식은 땀을 너무 흘리면서 체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왠지 일찍 집에가서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단 막연한 생각은 들었는데, 아내의 전화는 너무 늦은 시각에 걸려왔고 그렇게 달려가 집에 도착한 시간도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체온이 떨어질 때 응급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체온 재고 땀 닦아주고 체온 재고 땀 닦아주고… 그날 밤 아내는 거의 탈진할 정도로 아기 간호를 했고, 다행히 아침에는 컨디션이 좀 호전되어 병원을 다녀온 뒤에 나는 출근을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지긴 했었다.

어쨌든 기침, 고열, 저체온 그리고 그에 동반한 설사에 이르기까지 6월 한달 내내 제인이는 제인이대로 고생을 했고, 또 그 곁에서 아내는 아내대로 아기 돌보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도 심신이 무척이나 지쳐있고, 제인이는 매력포인트인 볼살이 거의 다 빠져버렸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우리 집 두 여자가 지난 한달은 참으로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이 뭐니뭐니해도 최고로구나.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1,12

백일

지난 주말은 작은 사람이 세상에 나온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고, 외활머니의 60번째 생신과 겹쳐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를 가졌다. 작은 사람은 한 달 정도 못 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고. 서울로 올라온 한 달 사이에 아마도 그 이전 60일동안 자란 것보다도 더 많이 큰 것 같다. 서울에 올 때까지만해도 그저 작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의엿한(?) 아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에서도 작은 사람이라는 별명 대신, 이름을 불러주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인아 백일 축하한다. 지금껏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주렴. 사랑한다.

시선

갓난 아기들은 눈은 뜨고 있지만 시각이 온전하지 못하여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생후 한 달쯤이 되면 흑백의 화면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고 아주 좁은 범위에 대해서는 초점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된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의 시각은 점차 제 기능을 갖추어 나가는데 색도 구분하게 되고, 제법 가까이에 있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볼 수도 있고 또 조금은 멀리 있는 바깥 풍경도 조금씩 분간을 한단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건 꽤나 큰 모험이었는데, 최근 두 번의 외출 -마트와 백화점-에서는 이제 슬슬 ‘구경거리’들에 관심을 보이는 제인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차에 타는 것도 싫어하던 아기가 이제는 바깥 구경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8

아기띠

작은 사람은 아직 아기띠를 하기에는 작지만, 또 요만한 아기들을 아기띠에 안전하게 태우기 위해서 중간에 완충작용을 하는 신생아용 아기띠 패드가 있더라. 사실 처형으로부터 이걸 받아왔는데 이런 게 있는지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다가 나중에야 알게되어 며칠전에 아내는 처음으로 아기띠를 시도해 보았다고 한다.

아기띠를 써서 아이를 안으면 일단 두 손이 자유롭다. 두 손이! 물론 아기를 계속 앞쪽에 매달고 있어야 하기는 하지만, 팔도 안아프고 두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 상태로 분유를 타거나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아 이것은 그야말로 매직 아이템. 인류가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발전하는 커다란 도약에 비견될 수 있을만한 발전이라 하겠다.

게다가 상당히 타이트하게 (내가 배가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이와 배가 접촉하게 되어 처음 장착(?)할 때는 좀 바둥거리고 짜증도 내는데 거의 수 분내로 아기가 잠이 드는 기적을 보게 된다. 덕분에 한 일주일 정도는 공포의 잠투정은 아기띠로 제압되었다고 한다.

아기띠를 메고 있으면 작은 사람은 두 손을 가지런히 자기 턱 밑으로 모으고 잠을 자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이 너무 예쁘더라. 아내가 공유해준 사진을 보면서 아, 이거 꼭 해봐야지 했는데 지난 주말에 드디어 아기띠를 메고 아이를 재울 기회가 왔다.

잠이 든 아이는 예의 그 다람쥐 포즈로 잠이 들었다가 이내 아빠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어서 완전 편하게 잘도 잔다.

덕분에 지난 주말에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그 옆에서 함께 낮잠을 자는데 성공했다. 갓난 아기일 때는 옆에 눕는 것도 조심스럽고 걱정돼서 맨날 떨어져서 잤는데, 아이를 품 옆에 바싹 두고서 같이 낮잠을 잘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작은 사람은 속눈썹도 길어지고 점점 예뻐지고 있다. 또 얼른 보고 싶은데, 주말은 여전히 더디게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