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4 :: 세바준을 추억하며

오늘은 Nujabes 헌정 앨범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Witness라는 친구의 Nujabes 헌정 앨범인 ‘Hope Springs Eternal’이라는 앨범입니다.

누자베스의 원곡들을 리메이크 하였음에도 다른 느낌이지만 원곡의 느낌이많이 살아나는데, 원래 이 친구의 음악이 약간 이런 분위기 인 듯 합니다.  이것 말고 여러 뮤지션들이 프로젝트 형태로 헌정 앨범도 냈는데, 이 앨범이 훨씬 더 귀에 감기네요.

일본에서 무료로 배포되었고, 지금 네이버 뮤직에서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날씨 탓인지 왠지 세바준이 그립습니다.

[수록곡]

  1. Hope Springs Eternal
  2. Letters To Jun
  3. Mission Statement
  4. Shibuya
  5. The Final Samba
  6. Farewell

음원 내려 받기 :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186468

20101129 :: 이적 “그대랑 2010년 투어” 관람기

얼마전 4집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재개한 이적님의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신촌 연세대학교 대강당. 날씨도 춥고, 해떨어진 시간에 한강 이북을 건너가는 것도 참 오래만이고 해서, “다음부터는 꼭 모교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연세대학교 대강당은 크고 작은 콘서트나 강연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같군요. 신촌역에서 택시를 타니 기사분께서 “오늘도 무슨 공연있나봐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나름 데뷔 16년차 중견가수(?)라 그런지 나이대가 좀 있으신 기사분께서도 이적이라고하니 아시더군요.

그러고보니 이적 이적 공연은 개인적으로는 참 오랜만에 가 보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물론 공연 바로 전 주에 네이버 뮤직에서 진행한 ‘이적과 함께하는 음악감상회’에 당첨되어 다녀온 바도 있지요. 남산에 있는 카페 화수목에서 이적의 새 음반 ‘사랑’의 수록곡들을 만든 이의 소개와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걸 들으면서 하나 하나 감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공연에서는 새 앨범의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음악 행보의 중간 결산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 이적의 중간 결산이라는 성격이 짙었습니다. 대게 새 앨범이 나오고 투어를 시작하면 새 앨범에 실린 노래들 위주로 무대를 꾸미기 마련인데, 새 앨범 노래들보다는 지난 노래들 위주의 무대가 많았습니다. 개인 공연 자체가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이적 스스로도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솔로 앨범들과 패닉 시절의 노래들, 카니발 때 노래들 심지어는 긱스의 “짝사랑”까지 무대에 올려졌으니 이적 음악의 종합 선물 셋트와 같은 느낌입니다.

지난 번 음악감상회에서도 오랜 팬들과 함께 앨범 뒤에 숨은 제작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이적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성격이 짙었는데, 두 행사의 시간적 간극이 짧아서 인지 공연의 성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패닉 시절에서부터 사랑과 관심을 쏟아온 팬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오래전 노래들을 곱씹어보고, (여느 공연이 그러하듯이) 다함께 즐기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 작가적 연출

패닉에서 카니발까지 공연이 잘 짜맞춰진 스토리에 의해 연극처럼 구성되었다면, 긱스 시절 이후로 이적의 공연은 무대를 누비며 보다 현장감 있게 진행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뀐 것도 사실입니다. 긱스의 다른 멤버들의 공연 혹은 긱스 공연 자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막과 막이 구분되는 학예회적 구성 자체가 꽤나 열 없게 느껴질수도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번 공연은 앨범을 구성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에서 서로 다른 느낌으로 출발한 노래들이 하나씩 짜맞춰지면서 이야기를 구성한 이 번 앨범과 유사하게, 오랜 시간동안 음악가 이적이 만들어온 노래들을 한데 묶어보기도 하고 또 펼쳐보이기도 하는 구성은 끊김없이 이어지면서도 그 스스로의 대하 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요. 공연 자체가 ‘올드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가정한다면 이런 연출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몇 아쉬운 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 공연이 100점짜리였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음향의 퀄리티였는데요. 공연장 자체가 가지는 한계점을 감안하더라도, 저 같은 막귀에게까지 거슬릴 정도로 뭉게지는 일부 소리들과 음의 품질 자체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공연 첫 날에는 무대 양측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가 끝자락에 앉은 관객들의 시야를 가리기도 해 지적이 일었다고도 하는데, 어쨌거나 이적 정도의 레벨에서 공연 시 음향 품질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공연 세션의 선정에 있어서도 조금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래 평소에도 작업하는 세션들이라면 굳이 뭐라할만한 선정은 아니겠지요. 물론 세션을 맡으신 멤버 개개인의 역량에는 뭐라 평을 할 처지가 못됩니다만, 키보드를 맡은 남메아리양의 포스가 포스인지라, 대부분의 세션분들은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 이번 공연에서 그녀의 현란한(?) 손사위를 경험하는 것은 블루노트2.0 공연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언급한 바와 같이 정말 거장이 될 거 같습니다.)

앞으로…

음악 감상회때 이적씨는 대충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자신의 새 앨범 마지막 수록곡 “이상해”와 같은 노래는 앨범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가 없었을 거라고요. 음원 유통 자체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며 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개별 음원 위주의 판매가 가능한 이와 같은 시장에서는 개개의 아이템이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는 ‘센’ 노래들 위주로 음반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구요. 그래서 ‘이상해’와 같은 이런 노래들은 만들기도 애메할 것이라고, 그래서 자신의 다음 번 앨범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자신도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분명 한 벌의 ‘앨범’으로서의 음반은 여러 곡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개개의 노래가 주지 못하는 총체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음반 유통의 모델이 변화함에 따라서 앨범이 사라질거라기보다는 또다른 형태의 앨범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리적 매체’가 갖는 한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시도들이나 그 속에 담기기 어려워 빛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많은 작품들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음악가로서의 이적이 소녀시대와 경쟁하게 되는 것이 현재의 음원 유통 시스템입니다만, 여전히 그는 ‘콘텐트 파워’를 이해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며, 또 그러한 역량을 지금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간 남들과 다른 그 만의 매력이 가득한 음악을 들려준 이야기꾼 이적은 아마도 다음 앨범에는 또 뭔가 깜짝 놀랄만한 것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고민을 아마 지금쯤은 하고 있겠지요.

20090104 :: CIRCLE – 마이앤트메리

힘겨운 일년을 근근히 버틴 보상이라도 하듯 그들의 신보가 연말을 맞아 발매되었습니다.

이미지출처는 http://www.yes24.com이며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음

 

어느덧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낸 지 10년째에 접어드는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긴 좀 우습지만, 네 번째 앨범인  Drift를 지나 이번 CIRCLE에 이르면서 마이앤트메리만의 개성있는 컬러를 아주 명확히 정립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앨범의 문을 시원하고 신나게 열어주는 ‘푸른양철스쿠터’에서 ‘마지막 인사’ , ‘Night Blue’로 이어지는 흐름은 안그래도 반가운 이들의 귀환이 주는 설레임과 또 언제 그랬냐는 듯한 익숙함으로 귀가 즐겁습니다. 롤러코스터 조원선이 피처링한 ‘Silence’는 좀 의외라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만 워낙 롤러코스터와 마이앤트메리의 느낌이 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롤러코스터의 느낌으로 끌려가지는 않고 적정한 선을 지켜내는 군요. 다섯번째 트랙인 ‘굿바이 데이’는 왜 이 노랠 타이틀로 밀지 않았는지 조금 궁금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설마 마이앤트메리의 곡일까 싶으면서도 귀에 감기는 느낌이 너무 색달라요. 러브홀릭을 떠난 지선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지만, 오 놀라운 하모니. 곡의 멜로디가 다소 대중적이나 (좋게 말하면 이렇고 나쁘게 말하면 좀 진부한…) 이건 바로 중독입니다. 보컬의 음색도 훨씬 더 안정적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콤한 노래 ‘다섯 밤과 낮’에서 마지막 트랙 ‘Hey’까지 모두 순서대로 들어보면 정말이지 한 편의 콘서트를 관람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결국  MP3의  shuffle 모드는 꺼버리겠군요.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에 이어서 왜 ‘싱글’이 아닌 ‘앨범’으로 들어야 하는가라는 답을 제시하는 후덜덜한 완성도에 또 감탄하게 됩니다. 무려 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4번째 앨범이 여전히 신선하기에 그 연장선상의 느낌 더하기 온전한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다섯 번째 앨범으로서의 완성도 까지 감격적이네요.

크리스마스 때 공연했다고 하는데 못간게 많이 아쉽습니다. (당연히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에는 근무중 이상무였음…) 암튼 이번 앨범은 이들의 3집[Just Pop]과 4집[Drift]이 마음에 들었다면 무조건 들어야 할 완전 강추 앨범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Ps. 그나저나 바닐라 유니티는 요즘 뭐하길래….

20081228 :: Polyesther Heart – 캐스커

깜빡하고 있던 사이에

캐스커의 네 번째 정규 앨범과 마이 앤트 메리의 신보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캐스커는 어느새 파스텔 뮤직으로 둥지를 옮겼더군요. 새로운 앨범의 제목은 ‘Polyesther Heart’압니다. 

이미지 출처는 yes24.com이며, 순수하게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됨

캐스커의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들에 비해서 급격히 대중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화이트 배경의 teal로 칠해진 타이포도 기존의 캐스커의 앨범 이미지가 보여주었던 것들과는 다른 노선으로 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간의 공백기 동안 영화, 드라마 쪽 음악에 많이 참여해서였을까요.(커피프린스 1호점!) 보다 대중적인 그룹으로서의 캐스커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느낌이 앨범 전반에 걸쳐 느껴집니다. 특히나 ‘고양이와 나 Part2’ 같은 곡에서는 거의 ‘대놓고 핑클스러운’ 보컬도 보이고 말이지요.

타이틀로 밀고 있는 ‘빛의 시간’은 파스텔 뮤직에서 구경할 수 있는 뮤직 비디오의 느낌에 비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노래들은 적당히 말랑말랑하고, Adrenaline처럼 예전 느낌(Discoid)이 물씬 나는 트랙도 있습니다. 다만 보컬인 융진의 음색은 비록 라이브에서는 강한 흡입력을 발산하지는 못하지만 소녀틱한 보이스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그 놀라운 스펙트럼이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데 (망부가에서 선인장에 이르도록) 그러한 면모가 많이 발휘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올 한해를 통틀어 가장 반가운 앨범입니다. 캐스커는 에픽하이의 피처링으로 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오히려 에픽하이보다도 더 그들의 사운드에 관심이 가고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이들의 행보도 궁금하군요.

20071228 :: 토이의 여섯번째 앨범과 지난 기억들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고감도’인 것도 아닌 귀와 음악적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대중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어릴 적부터 남다른 취향을 가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교적 나이에 비해서는 조숙한 음악적취향이었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중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부모님 몰래 사서 테잎을 조금씩 사서 듣기 시작했지요 (왜 몰래 사서 숨기고 다녔는지는 지금도 사실은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긴 합니다만.)

제  돈으로 직접 테잎을 샀던 첫 번째 음반은 92년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때의’공일오비 3집’이었습니다. 물론 어디선가 줏어온 2집의 빽판 테잎(말 그대로 길에서 줏어왔었다)이 다 늘어날 때까지 들었던 터였고 이 들의 세 번째 앨범 역시 늘어나고 또 늘어나고 잃어버리기도 해서 서너번은 다시 사서 듣고 또 들었더랬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라디오에서 듣기 아주 아주 힘든 노래들이지만, 그래도 우연히 어디선가 흘러나온다면 거의 두음 세음 정도만 들어도 어떤 노래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 때는 대략 대한민국 전체가 혜성처럼 나타난 서태지라는 신인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에 열광하고 몸부림치던 시절이지만 음반 제작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든지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새로운 시도만큼은 오히려 서태지의 ‘실험적’이라는 이미지보다도 우선하는 것들이었고, 결국 그것은 나로 하여금 서태지라는 존재를 상대적으로 작게 인식시키게도 하였지요.(물론 이들에 대한 표절 의혹 같은 건 일단 좀 차치하고서 말이지요)

어쨌든 한창 음악을 쭈욱쭈욱 들이마시며 무럭무럭 커가던 시절에 이미 ‘주류’가 아닌 것들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었고, 더군다나 당시에 레코드샵을 하셨던 외삼촌의 서포트아닌 서포트(?)가 있었기에 토이라는 음악가를 일찌감치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던 중 만났던 토이 2집(1996)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곡 하나하나의 모양새도 참 좋았지만 ‘김연우’라는 거물 신인의 등장과 2집 발매 시점에서 유희열은 그 만의 음악 스타일을 정립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당시에는 아니고 그 이후에 한 생각이지만) 들었지요. 아무튼, 2집에서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 나름 대박을 터뜨렸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토이는 순식간에 여고생 오빠부대를 연병장에 사열종대로 두 바퀴씩 모집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라디오DJ를 맡으면서 어떤 철옹성 같은 수준의 제국을 건설하기도 하지요.

어쨌거나 이런 유희열의 대단한 재능을 나만큼 빨리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앞서 이야기했던 공일오비의 정석원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정석원은 사실상 공일오비 마지막 앨범(최근에 나온 앨범은 부디 공일오비 앨범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의 부클릿에서 “가요계의 법이 될 것이다”라고 호언하기까지 했었고, 그러한 그의 예상이 현실로 이루어지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공일오비의 여섯번째 앨범은 실은 당시로서는 왠만한 영화 한 편을 만들고 남았을 5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제작한 뮤직비디오로 반짝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리 인기있는 음악이 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도 그럴것이 파격을 좋아하는 그들이었지만 기존 팬들이 배신감을 느낄만큼 이전의 음악적 노선과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로 끝에서 끝까지 채워버렸으니까요. 물론 공일오비 6집인 ‘The Sixth Sense’는 사실 대단히 놀라운 물건이었습니다.기존의 가요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사운드가  가득했었지요. 사실 공일오비는 앨범 속지에 자신들이 작업했던 방식이나 기법, 악기, 컴퓨터, 장비 등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는 했는데,그 앨범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도 ‘마르스의 후예들’과 같은 곡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러고보니 부활의 ‘희야’의 전주 시작 부분의 종소리가 기타 소리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 소문의  진상을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공일오비의 6집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넥스트의 4집 역시 만화주제곡+너무 전위적인 느낌+최첨단 녹음 기술의 환상의 조합으로 라디오/공중파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공중파에 실리기에는 너무 무거웠던 것이지요. 하지만  ‘Lazenca Save Us’ (saves인가요?)가 노래방에도 종종 있는걸 목격했으니 넥스트의 팬들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런 무거운 노래들로 방송가에서 멀어진 틈을타 보다 말랑말랑한 댄스곡을 들고 나온 온갖 서태지 아류(활동 좀 하다가 잠적하는 패턴만을 닮은)들이 대중 가요계를 접수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년의 시간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잘 안나네요. 고등학교 때까지 어마어마하게 많은 앨범을 샀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 군입대 전까지는 거의 앨범을 사지 않아서 ‘Monocrom’이라든가 ‘Red+ 2집’ 뭐 이런 앨범 몇 개만을 겨우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동생이 어마어마한 앨범을 사모으기 시작했는데,  동생은 어느정도 ‘여고생 감성’에 특화된 취향을 가졌더랬습니다. 굉장히 토이틱한 음악적 성향을 다지기 시작한 동생은 이후 10년간 토이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아마 토이남(과는 다소 거리가 먼 외모지만)의 프로토 타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주위 고참들의 영향을 또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잡식성’이라기보다는 ‘변덕성’의취향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너무나 극과 극에 있었기 때문에 ‘Cradle of Filth’에서 시작해서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조빔햏자), 우타다 히카루 등등등…

어쨌든 2001년이 되어 토이의 다섯번째 앨범이 ‘Fermata’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이 때부터 저는 토이라는 뮤지션에 대해 실망하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신경쓴 자켓 디자인이나 간지나는 사진들에 비해서 앨범 전체의 완성도가 조금 실망스러웠거든요. 물론 각각의 노래들은 상당히 멋진 곡들이 있지요.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아무튼 토이의 다섯번째 앨범은 좀 잘나가는 가수들을 객원으로 참가시켜서 종합 선물 셋트같은 느낌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풀어볼땐 뭔가 휘황찬란한 느낌이지만 몇일 지나면 커다란 박스만 남아버리는 그런 것 말이지요. (물론 같은 해에 정석원씨가 들고 돌아온 ‘이가희 1집’은 MGR이라는 멋진 뮤지션을 부각시켜 주었다는것말고는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망하고 맙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토이의 5집은 뭐 두말할 나위없이 상업적인 성공을 했었고, 이후에도 유희열은 ‘최고급 작곡가’로 명성을 날립니다. 그리고 거의 6년만에 새로운 앨범을 들고 돌아왔더군요. 얼마전 ‘루시드폴’ 공연에서 ‘뜨거운 안녕’의 보컬 이지형씨가 나와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야 토이의 새 앨범을 정주행으로 다 들어보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결국 이럴 줄 알았다’라는 것입니다. 6년동안 갈고 닦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을 앨범치고는 많이 실망스러운 느낌입니다.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지요. “우리 혈님하는 이제 최고의 경지라서 더 오를데가 없어요”라고 말이죠. 물론 팬들은 (저도 팬은 팬입니다만) 너무나 반가운 새 앨범 소식에 콧잔등이 시릴정도의 감흥을 받으셨을런지는 몰라도, 6년만에 들고 나온 앨범이 또 다시 ‘종합선물세트’라는 점은 조금의 배신감을 동반한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뭐, 하지만 워낙에 기본은 하는 분이니 이 겨울에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할 음악에 손색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깔끔하지 못하고 군더더기가 많이 붙었다는 느낌(뜨거운 안녕)은 영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 그라면 보다 깔끔한 모양새로 빼낼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는 말이지요.(루시드폴 3집을 자꾸 듣다 들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지형씨는 정말 노래를 잘하긴 합니다. 토이 앨범에서는 약간 김형중씨랑 비슷한 느낌의 음색으로 표현이 되었는데, 내년이른 봄 쯤이면 앨범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조금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