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5 :: 더 재킷

‘업무대기’ 관계로 회사 분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가 ‘더 재킷’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리 보고 싶은 영화가 없던 차였는데 (음.. 미스트가 좀 보고 싶기는 했습니다만) 팀장님이 무서운 영화 싫다고! 해서 이 영화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걸프전 당시 항공에서 촬영된 폭격 영상과 각종 보도 영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초반부 내내 그 어느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물론 주인공 스탁이 재키라는 꼬마를 만나 도와주고, 인식표(군번줄)를 선물로 주는 훈훈한 순간도 있지만 어느새 스탁은 경관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병력으로 인해 정신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정신병원의 차가운 색감과 미장센은 흡사 ‘쏘우’를 연상케 하는 찜찜함이 느껴집니다. 스탁은 이 곳에서 약물을 맞고 구속복에 묶인 채 시체 보관함에 갖히는 극악한 치료(혹은 임상실험)를 받게 됩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차가운 스뎅의 관에서 스탁은 잊고 싶었던 전쟁의 끔찍한 기억에 고통 받습니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었고 그저 영화 포스터만 얼핏 보았던 저로서는 이 쯤에서 강렬한 액션과 함께 – _- 주인공의 탈출기가 이어질 줄 알았습니다만, 영화는 급선회를 합니다.

바로, 기억의 단편을 넘어서 환영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죠. 절벽가슴 키이라 나이틀리를 어느 주유소 앞에서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찬스(!)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밤과는 거리가 멀게 그는 그 집에서 자신의 인식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키의 매몰찬 한 마디. ‘그는 죽었어요, 15년 전에’

영화는 ‘나비효과’ 마냥 타임머신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시간여행을 다루게 됩니다.미래의 재키에 의하면 스탁이 죽음을 맞이할 날은 불과 3일 후. 그는 죽음을 피하기위해 현재와 미래에서 힘든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멜로물’이 됩니다. 결과가 좀 미적지근 한 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키이라 나이틀리가 참 예쁘게 나오니까 뭐 괜찮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한 수준이며, 나름 몰입도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더군다나 왼쪽에서는 잔뜩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고 계신 분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분이 있는 묘한 분위기의 영화였으니, 상당히 임팩트 있음에는 분명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만족한 작품입니다…..만 그리 홍보가 많이 되지는 않은 듯 하여 흥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겠군요.(이미 극장에서는 내린 듯 합니다.)

p.s. 무서운 영화 원래 못보시는 분들은 초중반 내내 바짝 긴장하시게 됩니다.

20071218 :: 그들의 머리속이 궁금하다 (영화관람을 만원으로?)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내 잘못일까요

고백컨데,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 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국어니 문학이니 하는 과목의 점수는 다른 과목에 비해서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었지요. 말이나 글이 사람의 생각을 옮겨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아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영화인들, 관람료 1만원선 인상 추진“이라는 기사를 보고 또 한 번 저는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음,이건 마치 한나라당의 이야기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할까요. 링크된 기사전문에서 알 수 있는 극장 관람료의 인상 근거는 대략 다음의 다섯 가지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극장 영화 관람료는 지난 7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2. 지난 5년간 물가 상승률은 11.4% 였지만 극장 관람료 인상률은 3.9%에 그쳤다.
  3. 다수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극장 매출이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4. 관람료의 제자리걸음으로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저렇게 정리해 놓으니 한 눈에 들어오는 군요. 네, 더더욱 한나라당과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지난 7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극장 영화 관람료의 지난 5년간 인상률은 자그마치 3.9%나 됩니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지식으로 ‘변화율’이라 함은 다음과 같이 계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화율(%) =  변화된 양(즉, 변화후의 양 –  변화전의 양) / 변화전의 양 * 100

그런데 지난 7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극장 관람료의 인상률은 도대체 어떤 수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계산하였기에 저런식의 숫자가 답으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아, 이것은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공부와 담을 쌓고 더 이상의 공부를 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고 판단되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이런 관람료를 올려서 돈 좀 챙겨보겠다는 심보는 참으로 못됐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분들 혼이 좀 나야합니다. 사실 저 기사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뭐병…’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리 신경이 쓰이지도 않습니다.뭐 극장 관람료 오르면 진짜 극장에서 봐야 제맛인 블럭버스터나 한 두편정도만 극장에서 봐주고 안보면 그만이니까요.

사실 ‘남는 게 없다’고 판단이 들면 가격을 올려서 수요를 줄이느니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게 수순 아닐까요? 무슨 TV토크쇼도 아니고 영화판에서마저 ‘본놈 또 보면’ 뭐 영화보러 극장 갈 이유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저런 분들의 생각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는 사실은 굳이 어렵게 설명 안해도 다들 아실 것 같고, 또 이미 많은 분들이 이와 관련한 글들을 포스팅 하셨으니 번거롭게 또 ‘한말 또하는’건 여기선 더 이상 안하렵니다.

 관련글

 아예 처음부터 틀린 영화인들의 생각

다시 뒤집어서 영화인들의 생각을 재조립해보겠습니다. 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저러한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바로 “장사가 잘 안돼서 돈 벌이가 영 시원찮다“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십시일반 하는 셈 치고 한국 영화 좀 도와달라는 것이겠지요.뭐 아예 차라리 좀 없어 보이는 베이지색 츄리닝을 아래 위로 맞춰서 입고 나와서 ‘함 도와주십쇼’ 이렇게 말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다지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안드는 군요.

한국 영화계가 이토록 어려웠던 적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지난해의 경우에는 100편이 넘는 한국 영화가 만들어졌고, 그 중 일부는 아직까지 극장 개봉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간에 부러지는 영화들도 꽤 많겠지만 아마 올해도 적지 않은 영화들이 만들어져 개봉을 하고 혹은 또 극장을 못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런데 극장에 내걸린 한국 영화들의 결말은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쯤에서 스크린 쿼터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한국 영화인들, 스크린 쿼터 없으면, 당장 한국 영화계 씨가 마른다며 엄살을 부립니다. 무려 3년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덜렁 작성해 놓았던 글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줄인다 어쩐다 말이 많았지만 그간 ‘스크린쿼터’라는 비료를 빨아먹고 자라온 한국 영화의 전반적인 현재 모습은 어떻습니까? 물론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와 같이 대박을 터뜨린 작품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 지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지요.

헐리웃은 세계 최대의 영화 생산 기지입니다. 이런 헐리우드를 다른 말로는 ‘꿈의 공장’이라고도 하더군요. 영화는 그야말로 ‘꿈’을 담는 대중 예술입니다. 10년도 전에 이미 ‘쥬라기 공원’ 한 편이 일으킨 파장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심지어는 9시 뉴스에서도 영화 한편 팔아서 자동차 수백, 수천대 파는 것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앵커분이 말씀하시더군요.

근데, 우리 나라의 꿈의 공장이라고 하는 충무로는 어떻습니까? 충무로를 ‘꿈의 공장’ 이라고 친다면 대한 민국의 꿈나무는 조폭이란 말인지요.

한국 영화를 망치는 이. 그는 정녕 ‘불법 다운로드 받아 영화 보는 이’도 아니고 ‘극장 가면 한국 영화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이’도 아닙니다. 진짜 사타구니 부여잡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자기네 영화 공짜로 봐서 본전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으면서영화만드는’ 영화인들 자신입니다. 국내 판권 시장이요? 그것도 왜 지금 이 모양이 되었나 한 번 (말씀드린대로, 사타구니 부여잡고)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0071216 :: 마이클 클레이튼

2007년을 마무리하는 웰메이드 필름

마이클 클레이튼을 이렇게 소개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왠지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봐주어야 한다는 어떠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차였지만, 당췌 뭔가 볼만한 작품이 없다는 것이 저를 혼란에 빠지게 하더군요. 아니 이렇게 말을 하면 안되겠지요, ‘볼만한 작품이 없었다’기 보다는 ‘끌리는 작품이 없었다’라고 해야하겠군요.

기대에 기대를 모으던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 소설을 완전히 배신하면서 끝끝내 주인공을 ‘전설’로 만들고 싶어했던 어이없는 결말로 인해 원작의 세 번째 영화화라기 보다는 이전 작품인 ‘오메가 맨’의 리메이크였다는 이야기에 보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 버린데다가 (원작 소설을 읽어보셔야, 왜 제목이 ‘나는 전설이다’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자 친구는 회사에서 단체 관람으로 저를 떼놓고 먼저 보고 말았다지요. 물론, 지금도 저는 ‘나는 전설이다’가 매우 보고 싶습니다만, 그것은 온전히 극장에서 ‘나는 전설이다’를 보게되면 본 편 상영직전에 “배트맨 : 다크 나이트”의 7분짜리 맛보기 영상을 볼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아직 개봉은 안 한듯 하지만 ‘내 사랑’과 같은 연말 ‘러브 액츄얼리’ 재탕, 삼탕 영화 역시 그리 시선을 끌지 못합니다. 게다가 멜로물 자체를 극장에서 볼만한 체질의 소유자는 아니니까요.(‘원스’를 보지 않았냐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원스’는 결코 ‘멜로’물이 아닙니다. 물론, 다분히 멜로의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뮤지컬의 탈을 쓴 ‘다큐멘터리’입니다.이 영화가 국내에서 꽤나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인은 전적으로 심금을 울리는 멋진 스코어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때마침 ‘색계’도 극장에서 간판을 내리는 시점이더군요. 음, 하지만 ‘마이클 클레이튼’만큼은 왠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행에서는 그리 좋은 결과를 못 낸 작품으로 소문을 들었습니다. 쟁쟁한 배우들과 감독(에게는 데뷔작이긴 하지만 말이지요. 하지만 토니 길로리는 멋진 이야기꾼이니 후회는 하지 않을 각오를 하기에는 충분한 크레딧 아닌가요)이 만났으니 멋질 거라는 기대는 들더군요. (당연히 이러한 기대는 꽤 위험합니다)

어쨌든, 흥행에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말랑말랑 가벼운 크리스마스 멜로물도 아니고, 액션이나 판타지도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왠지 끌렸습니다. (무척이나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드는 군요) 그리고 넌지시 여자친구에게 ‘저거 보고 싶다’고 운을 띄웠었고, 이번 주에 그녀는 어디선가 좀 알아봤는지 “평단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며 흔쾌히 보러 가는 것에 수긍해 주었습니다.

결과는 역시 대만족

네, 관람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의 연출은 전반적으로 물흐르듯 순탄해 보이기만 합니다. 어찌보면 약간은 실망스럽기도 하지요. 초반의 자동차 폭파씬에서 뭔가 스토리상 급전환 (액션 로망으로의…?)이 예상되었지만, 곧바로 4일전의 이야기로 돌아가 버리지요.

이제는 정말 ‘아우라’라는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는 조지 클루니와 톰 윌킨슨의 연기는 정말 훌륭합니다. 물론 예고편이야 뭔가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게 가장 중요하다 보니, 조지 클루니가 “기적의 사나이”로 등장하는 점을 부각하고 “뭐든지 해결하는” 분위기로 몰아서 폭발적인 무언가가 있으리라고 생각케 하지만 사실 영화의 초반 흐름은 너무나 잔잔하기만 (?) 하고, 조지 클루니는 멋진차와 코트만 빼면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마이클 클레이튼 씨는 초반에는 거의 메인 줄기를 이루는 사건과는 무관하게 멋도 모르고 빙빙 돌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줍니다. 따라서 초반에서 중반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꽤 지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우, 하지만 이게 왠 겁니까. 아주 짧은 엔딩 크레딧(클로징 부분이 엔딩 크레딧과 겹쳐있습니다.)부분에서는 전율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네 이 영화에서는 그 흔한 총격신 하나 없이 끝까지 진행이 됩니다만,4일 전부터의 행적을 다시 비추어주면서 사실 어느 순간 부터 마이클 클레이튼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 인물이 되었고 그것을 (제 직감입니다만) 깨닫는 시점은 마이클 클레이튼과 관객이 동일합니다.

그리고 나서의 이야기 상의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만,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을 그 점이라고 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 있음을 깨닫는 마이클 클레이튼.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걸어 왔는지 깨닫는 관객. 토니 길로리는 매우 정직하게 어떠한 단서를 꼬불쳐 두거나 스크린속 인물들하고만 공유하는 법이 없습니다. 마치 소설을 읽어 나가듯이 차근 차근 페이지를 넘겨나가면서 점점 큰 재미를 느끼는 경험을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색다른 경험이더군요.

그리고 제가 ‘어거스트 러시’의 흥행 여부를 직감했던 것과 꼭 마찬가지 느낌으로 ‘마이클 클레이튼’이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감은 매우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흥행 1등 하는 영화가 그 해 최고의 영화는 아니겠지요. 뭔가 매우 맛나는 별미를 사람들 몰래 먹은 것 같은 달콤함이 남는 (물론 영화는 그리 달콤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아요) 영화였습니다.

연례행사 같아서 추석 재탕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분들은 한 번쯤 눈여겨 보셔도 좋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토니 길로리와 조지 클루니가 다시 만나서 조금 더 큰 스케일의 작품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강한 예감도 드는데, 그걸 기다려 봐야지… 하고 생각이 드는군요.

20071012 ::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너무나 거침없는 액션

99년, 영화 ‘매트릭스’가 개봉했었더랬습니다. 영화관에서도 여러번 봤었고 비디오 시디를 구해 틈만 나면 감상감상 또 감상. 거의 영화의 모든 대사를 외울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봤더랬죠. (사실, 방대한 해석을 낳은 작품인 반면, 대사들은 모두 짧고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2003년 워쇼스키 형제는 ‘원래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3부작이었다’는 뻥을 치면서 ‘매트릭스2:리로디드’와 ‘매트릭스3:레볼루션즈’를 내놓습니다. 오 맙소사, ‘바운드’와 ‘매트릭스’에서 그들의 영화적 재능의 최고점을 지나버렸던 것이었을까요, 매트릭스 트릴로지의 중반과 후반부 이야기는 그저 그런 SF 영화로 각인되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의 액션을 보는 눈을 또다시 그 이전처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스펙터클을 표현해야할 CG 조차도 사실 티가 많이 났더랬습니다. 그 사이에 개봉했던 CG 애니메이션들보다도 못한 퀄리티로 정말 ‘급조했다’란 느낌이 많이 들어서 실망(2편)에 대실망(3편)을 거듭했으니까요.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매트릭스’는 그 한 편으로만 봤을 때 지금 보아도 탄성을 자아낼만큼 멋졌고, 스퀘어 스투디오가 제작한 ‘오시리스의 마지막 비행’ (애니 매트릭스에 수록된 단편)이 오히려 매트릭스 2, 3편을 떼어내고서 그 후속작의 영예를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듯 하더군요.

매트릭스의 액션은 그야말로 거침없었습니다. 벽을 타고 달리는 역동적인 액션을 제외하고서라도 엄청난 속도로 펼쳐지는 무기고나 빌딩의 옥상으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듯한 연출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지요. ‘매트릭스’는 그야말로 장면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걸작이었습니다.

매트릭스 3부작이 개인적으로 엄청난 안습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무리하게 큰 스케일을 담으려했고 또 너무나 과장된 액션을 만들려고 했었단 게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죠, 비오는 도시에서 스미스 요원과 결투를 벌이는 네오의 액션장면들,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고 둘이 맞부딪히면 빗방울들이 거대한 구를 만들며 폭발합니다. 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옛날에 드래곤볼 같은 만화보면서 숱하게 많이 봐왔던 거잖아요. 실사로 만들었다고 해서 크나큰 감동을 안겨주기엔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이 후 헐리웃 액션영화들은 안습의 안습인 액션들로 메워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본기도 안되는 배우들을 불러다가 ‘율동’을 시키고 빠른 편집과 밀착된 촬영으로 눈속임을 하는 건 어린애들 장난 같기만 했던 거죠.

(아, 물론 그러던 와중에 우리의 영웅 제이슨 본이 나타나긴했지만 말이지요!!!!!)

슛뎀업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시작했다가 완전 딴소리만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영화 매트릭스 3부작에서 어지간한 액션장면들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표현가능한 부분은 거의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2편의 고속도로 추격신에서는 카메라가 트럭을 통과하여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역시 추격신은 좀 찍으신다지만 글쎄요…) 그리고선 액션영화들은 판타지와 결합하거나 아니면 보다 정교한 액션을 추구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지요. 제이슨 본 시리즈와 최근 다이하드 4가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액션 영화 좀 찍을 줄 아는 감독이 있지요. 바로 류승완 감독입니다.이 분의 초저예산(이며 안습의 제작과정과 제작기간으로 더욱 빛이 나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한국 액션의 지평을 열었던 감각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또 한번 멋지게 빛을 발합니다. 사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는 술집 격투신 이후에는 좀 졸렸어요. 왜냐면 너무 뻥졌으니까 싶네요. (물론그 이전에 ‘다찌마와 리’라는 걸출한 작품을 내셨지만요)

진짜 서론을 끝내자면 슛뎀업은 총기액션에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줍니다. 어찌보면 좋을 수도 어찌보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좋은 쪽으로 다가서는 군요. ‘이퀄리브리엄’에서 봤던 눈부신 건카타는 이제 잊어도 좋습니다. (라고 쓰면서 계속 웃음을 참기가 힘드네요) 정말 거침없이 쏴 줍니다. 물론 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합니다. 어지간한 ‘다이하드’류 액션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액션 장면을 모두 모아서 그것도 오버의 극치로 부풀려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약간의 잔혹한 장면만 잘 참고 견디면 이것만큼 통렬하고 짜릿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아드레날린을 보고서 아드레날린이 하나도 안 샘솟았는데, 슛뎀업음 진짜배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라고 생각해도 될만큼 (주인공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총을 쏩니다만) 포복절도 하고 싶은 영화입니다.음… 영화가 홍보에서 밀렸는지 아니면 심야로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좀 적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만, 10명이채 안되는 인원이 보았던 ‘마이 파더’도 있었던 걸요.

사실, 주연이 클라이브 오웬이어서 꼭 보고싶었던 영화였습니다. 클라이브 오웬은 ‘본 아이덴티티’에서 마리의 사촌의 별장을 습격하던 킬러로 나왔더랬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읊조리죠.

“Look at us..”

물론, 이 대사는 ‘본 얼티메이텀’에서 제이슨 본이, 아니 데이빗 웹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또 다른 킬러에게 반복하는 대사입니다.

p.s.

이 영화의 맞은 편에 ‘더블 타겟’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총기를 주제로,음 ‘더블 타겟’은 보다 좀 더 적절히 그럴싸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라고 해두죠. 슛뎀업을 보고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면 비디오로 한 번 봐주시면 좋을 듯 하네요.

20071007 :: Once (2007)

입소문이 자자하다던 ‘원스’를 여자친구의 손에 끌려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멜로물’은 극장가서 보기가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해서 (물론 ‘이터널 선샤인’은 제외 – _-) 내심 그리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원스’에 대해 갖고 있던 제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이 영화는 멜로물이 아닙니다. 물론 두 주인공사이의 애틋함과 따뜻함 같은 것은 분명히 있지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영화를 ‘멜로물’로 칭할 수는 없지요. ‘데어 데블’ 정도는 되어야 멜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아, 영화의 두 주인공은 이름이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뮤지컬입니다. 영화 전체가 길게 이어진 종합 뮤직비디오 선물 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ost 발매를 염두에 두고 짠 시나리오가 분명해요) 무명의 거리의 악사가 (정말 무명입니다. 극중에서 한번도 이름이 안나온다니까요.) 데모 테잎을 녹음하여 런던으로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따뜻하게 담아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도 합니다. 아마 여기서 녹음한 데모 테잎이 발매되었음에 분명한 OST가 되겠지요 하하.

상영관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스’는 접하기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전 명동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CQN이라는 극장에서 보았어요. 어쨌든 ‘원스’는 여러가지 평이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들과 더블린의 풍경들만으로도 충분히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멋진 영화입니다. 바로 어제 보았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더불어 이번 주말은 두 편의 뮤지컬 덕분에 너무나 풍성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내요.

추가 (200710080156)

명대사! 주옥같은 명대사가 많이 있었어요. 대사라기 보다는 노랫말들이 가슴에 와 닿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사랑을 하고 있어 행복한 사람들도, 사랑때문에 아픈 사람들도,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도 모두 공감할거라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