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두 말이 필요 없고, 그냥 극장가서 볼 것을 추천한다.

  • 최민식, 하정우의 연기는 그야 말로 “살아 있다”
  • 게다가 조연들의 연기들도 훌륭해서 영화 전체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데,
  • 윤종빈 감독의 디테일을 챙기는 시선은 뭐 거의 전국 최고 수준일 듯 싶다.

1980년대에서 9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디테일과 배우들의 연기가 제대로 “살아있는” 영화다. 또한 범죄와의 전쟁 이후 조폭들을 일부 소탕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영화의 결말부처럼 범죄조직이 정치권과 검찰, 사법부로 녹아든 것은 단순히 영화적 흐름이 아닌 현실의 반영인 듯 하여 찜찜한 여운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영화 자체로는 매우 추천하고 싶다.

p.s. TV조선이 이 영화에 투자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 한 편 흥행한다고 지금 시청률에 꼴아박는 비용을 만회하기에는 어려울 수준이라 생각되니 그냥 봐도 무방할 듯 하다.

20110926 – 컨테이전

나름 요즘은 진짜로 진짜로 바쁘기 때문에, 본 영화를 기록해 두는 것조차 큰 의의를 두고 싶음

무엇을 기대하거나 말거나…

뭔가 엄청난 스펙타클과 액션… 이런 걸 암시하는 포스터[1. 이건 아마 District 9 때문일지도]와 이 배우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꼭 봐야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캐스팅. 게다가 감독은 “천재” 스티븐 소더버그. 아 이만하면 영화가 어떻게 나오든지 상관없이 사실 무조건 봐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게 꼭 모든 사람들한테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 이거지. 물론 네이버 영화평에서는 알바들이 올려놓은 평점들을 관객들이 차츰 차츰 깎아나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이게 영화가 나쁘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뭐랄까 너무 기대치가 높았다는게 문제였달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원인은 이 기대치가 ‘배우들이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준다”라는 측면이 아니라 뭔가 펑 터지고 불이 나고 레이저가 나가고 로보트가 날아다니고… 이런 장면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암튼 스포 없이 깔끔하게 리뷰 몇 줄.

  • 일단 평점은 별 4개 반
  • Day2부터 시작해서 Day1으로 끝나는 결말. 그렇다고 이틀간의 이야기는 아니지. 하지만 천재 소더버그라면 이것보다는 좀 더 깔끔했어야 했어. 깎아먹은 별 반개는 여기서.
  •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섞은 교묘한 연출은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다큐멘터리와 SF액션을 엮은 District 9 보다는 그닥 매끄럽지는 않다. 그냥 드라마 내에서 사람들이 TV뉴스를 보는 정도의 구성. 누군가의 평처럼 이렇게 장르적 특성을 교차시킨 내러티브가 딱히 몰입도를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 놓쳐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는 이 영화는 결코 ‘인류의 생존’으로 끝나는 스토리가 아니다. 이에 대한 직/간접적인 힌트는 많이 나온다. 맨 첨에 언급한 편집의 묘미를 살려보려다 이 메시지가 묻히고 말았다. 차라리 Day 1을 뺐으면 더 임팩트있게 결말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좋았음. 감독이 제 기량을 발휘못했는데 배우들이 그걸 다 메꿔준 셈.

 

 

그리고 페이스북에 한 줄 썼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 중 컨테이전을 본 사람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기대하거나 말거나 영화는 그냥 준비한 것을 보여줄 뿐이니 ‘장르가 드라마입니다’ 정도만 알고 보도록 하자.

20110923 :: 북촌 방향

북촌 방향? 아 합승합시다.

옥희의 영화 때였다. 홍상수 감독에게 ‘대중성’이라는 게 조금씩 섞여 들어가는 것을 느낀 것은. 그것은 여느 다른 영화로의 희석이 아니라 ‘매니악함’으로 시작되던 팬덤을 넘어서 ‘보통 사람’들이 드디어 극장에서 홍상수 영화를 보면서 낄낄대기 시작하는 것이 부쩍 늘었다. 아니 그것을 감지할만큼 객석이 많이 차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 옥희의 영화가 압구정동에서 개봉했다는 사실 자체가 좀 아이러니 했지만 말이지)

홍상수 영화의 리뷰는 참 쓰기가 꺼려지는 글 중의 하나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영화 자체가 리뷰까지 쓰려고 하기에는 뭔가 심오한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력 혹은 내공이라고도 바꿔 부르는 글빨을 세워서[1. 물론 그런 글빨도 없거니와] 쓰는 리뷰는 결국 ‘평론 비슷한 글’로 흐르기 십상인데, 그건 결국 홍상수 영화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의 공통적 특성 -허세를 앞세운 그 처연한 찌질함-을 나도 공유하고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 같아서다.

이번 영화 역시 ‘영화인’ 혹은 ‘영화,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 “예술하신다는 양반들”이 얼마나 찌질한지를 보여주는 게 사실 그 내용의 전부이다. 갔던데 또 가고 있는 사람 또 있다고 누군가는 ‘홍상수의 인셉션’이라는 표현도 쓰던데 뭐 나름 재밌는 표현인 듯 하다. 다만 인셉션과의 공통점이라면 감독의 역대 작품 중 가장 ‘흥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정도랄까. 난 홍상수 영화 보러가서 이렇게 객석에 사람 많은 건 처음 봤다. 물론 옥희의 영화도 그냥 CGV에서 봤다 (그날도 사람이 꽤 많은 편에 속했다.) 이건 홍상수 영화의 매니아층이 늘어난다기 보다는 홍상수가 점점 그만의 방식으로 어떤 대중성 같은 걸 조금씩 늘려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소한, 북촌 방향을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홍상수는 식자들의 찌질함을 까발리는데 주저함이 없을 뿐 아니라 이번에는 이걸 정말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거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 어처구니 없는 우연들, 재미도 감동도 없이 뻔한 농담들 그 자체가 코미디라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오징어 땅콩 씹어 먹듯이 질근 질근 씹으며 비웃을 수 있는 여지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역대 홍상수 영화중에 제일 재밌었다면 그 역시 과언이 아닐테지.

영화의 교훈이라면, 여자들은 ‘오빠’란 말은 좀 아껴야 제 맛이라는 거 정도겠다.

20110821 :: 세 얼간이

원래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무삭제판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 및 체력의 문제로 가까운 상영관에서 심야영화로 언능 보고 집에가는 전략을 취함. 배급사에서 20분 가까이 잘라내 버리는 만행을 저지렀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아… 이걸 극장에서 봐야하는 건가 고민을 하였지만, “유인원들의 다크나이트”라는 혹상탈출을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룰 수가 없었다.

인도 영화는 그 특유의 음악과 형식 때문에 사실 싫어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싫어하는, 평론에서 많이 쓰는 말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인데, 사실 인도영화에서는 여배우 이쁜 거 빼면 음악이 재미인데… 그렇다고 인도 영화에서 엄청 치밀하게 짜여진 플롯이나 그런 걸 기대하긴 힘든게 사실 아닌가.

영화에 대해서 굳이 평하자면 무난한 수준. 기본적으로 코미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간간히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있는데, 각본가가 그리 공학적 지식이 많거나 상당히 창의적인 그런 면모가 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창의력대장”인 주인공의 언행은 약간 진부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 너무 예측하기가 쉽다는 게 좀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그래도 제법 긴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을 정도로 깨알같은 재미도 있고, 완전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주인공도 예쁘고 (사실은 그 언니가 더 예쁨) 최소한 한 번 나왔던 떡밥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남김없이 책임져주는 감독의 태도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아예 뮤지컬 형식의 장면이 거의 등장하질 않는데 씨X조XX 배급사야 가위질 이딴 식으로 할거면 광고 틀고 무료로 개봉하란 말이다!!!

아트하우스 모모를 가야만 했는가 심히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20110815 :: 최종병기 활 & 그을린 사랑

하루에 영화를 두 편 보는 일이 뭐 그리 빡센 일일까 싶었는데, 어제 심야 영화를 보고 오후에 약속이 있는 상황에서 두 편의 영화를 그 사이에 모두 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아침에 부족한 잠을 잠시 접어 두고 검색해본 결과 제목에 버젓이 올라와 있는 두 영화를 연속해서 볼 수 있고 저녁 약속 시간에도 맞출 수 있는 시간대는 충무로 대한 극장 뿐이라, 아침부터 안나님을 만나 충무로로 향했다.

물론 두 영화 사이의 여유시간은 단 5분으로 점심은 지하철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그 어느 홈리스가 부럽지 않은 남루한 차림새로…) 때웠다. -_-;

그을린 사랑

맙소사, 대한극장 음향 시설 왜 이럼;;; 오른쪽 스피커가 나왔다가 안나왔다가… 너무 거슬리는 와중에 중간 중간 버퍼링도 아니고 화면이 멈추는… 아무튼 그런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집중해서 본 영화였다. 대놓고 ‘복선’이라고 외치는 몇 몇 장치들 때문에 충격적인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는데, 나 역시 예상은 “그렇지 않을까” 싶었지만 시간적인 요소가 중간에 생략되는 바람에 “아니 그 가설은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로 기각되었는다. 음… 결국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아무튼 스포일러는 싫으니까 그냥 요약하자면 제목이 주는 의미를 곱씹고 곱씹어 보지 않고서 상영관에 들어선다면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결말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 모두가 하나의 힌트라고 생각하면 결말은 너무 쉬운 답이니까 그냥 장면 장면에 집중해서 볼 것.

다행히 연출, 촬영, 연기 모두 상당히 흡인력이 있으므로 그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최종 병기 활

아… 포스터를 너무 못 만들었어. 오락 영화로서의 최종 병기 활은 자인(성인/아역 모두)의 어색한 대사처리를 제외하고서는 오랜만에 한국영화에서 ‘웰메이드’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 영화라 하겠다.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잘 살린 전투씬이 일품이고 놀랍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연기와 연출도 좋았다. 특히 촬영과 특수 효과도 거슬리는 부분이 ‘별로’ 없이 무난한 수준. 하지만 초반에 개성이 침공 당하는 부분에서는 왠지 ‘디-워’가 연상되었는데… 이런 장면은 왠지 너무 진부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감독들의 상상력은 이상하게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진지한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두려움은 응시하면 그 뿐이고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니. 만약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봐라. 꼭 봐라. 두 번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