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0

유아용품 브랜드

출산 이전에는 별 관심도 없던 유아용품 브랜드에 대한 몇몇 단상

1. 아가방 – 구관이 명관. 아기 내복의 경우 마트나 인터넷 대비 큰 차이없음에도 월등한 퀄리티. 그외 딸랑이 등등 여기 제품은 잘 쓰고 있다.

2. 더블하트 – 구 피죤… 몰랐는데 애기 손톱가위가 뚜껑만 다르고 완전 같더라. 젖꼭지/젖병부터 디테일이 잘돼있고 마감이 우수함.

3. 아벤트 – 잘모르겠음. 여기 쮸쮸젖꼭지를 아기가 좋아함

4. 유피스 – 일본제 가격대에 중국제 퀄리티. 영업은 엄청 열심히 하는지 산부인과에서 주는 디폴트 젖병이 유피스였다. 초두 효과라는게 있어서 이렇게 사용을 시작한 브랜드는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있지만… 결국 실상은 유아용품계의 nProtect같은 느낌.
포청천 개작두같은 가위를 애기 손톱가위라고 파는데 조악한 품질에 비해 가격은 더블하트 두 배를 넘김. 젖병은 뚜껑을 꽉닫아도 줄줄 샌다든지 하는 문제도 있음.

5. 그외 아동복에서 파생한 몇몇 유아복 브랜드 – 예전에 관련 업계에도 있어봤다만… 애들옷이 어른 옷보다 비싼 건 당연하다. 패턴의 조각수는 거의 같고 (따라서 바느질 부위 및 횟수가 같다. 이는 공정의 수가 성인복과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이즈 스펙트럼은 성인복이 주로 3-4단계임에 비해 아동/유아복은 열단계가 넘기도… 당연히 사이즈별 재고 부담도 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물건 수도 모잘라서 쇼핑하기 무안할 지경인데, 가격은 너무 심하더라.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9

삼박자

작은 사람의 74일째 하루, 크리스마스. 그동안 참 우여 곡절이 많았는데, 아무튼 오늘 아기띠도 없이, 쭈쭈젖꼭지도 없이 그저 두 팔로 안아서 재우는데 성공. 이제 밤마다 엄마 벌세우지 않아도 되겠다.

감독관

우리 아이는 아마 전생에 이집트 피라미드 공사 현장 감독관이었나보다. 칭얼거림을 달래는데 좋다는 진공청소기며 싱크대 물 틀어놓는 소리들이 하나도 소용이 없더라. 그런데! 청소기를 틀어서 진짜 청소를 하면 조용해진다. 싱크대에 물을 틀고 설거지를 하면 조용해진다. 심지어 바운서에 앉혀놓고 빨래를 널면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다! 물론, 빨래를 다 널고 허리라도 펴볼라치면 바로 짜증을 내신다.

가족이 되기

작은 사람이 서울로 올라오기 전, 약 60여일의 그의 인생에서 아빠는 겨우 열흘도 채 함께하지 못했던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는 유독, 아빠가 안아줘도 싫고 울고… 심지어 아빠가 아기띠로 안으면 거의 자지러지다시피 거부. 결국 어딜 나가도 꼭 엄마가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다녀야 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그러던 작은 사람도 이제 일주일이 조금 지나니, 아빠가 안아서 맘마를 주거나, 트림을 시키거나 해도 크게 거부하지 않고, 또 종종 눈을 맞추며 방긋 웃기까지 해준다. 혈연으로 맺어지는 자식과의 관계도 결국은 “되기”라는 과정은 필요한가 보다.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8

아기띠

작은 사람은 아직 아기띠를 하기에는 작지만, 또 요만한 아기들을 아기띠에 안전하게 태우기 위해서 중간에 완충작용을 하는 신생아용 아기띠 패드가 있더라. 사실 처형으로부터 이걸 받아왔는데 이런 게 있는지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다가 나중에야 알게되어 며칠전에 아내는 처음으로 아기띠를 시도해 보았다고 한다.

아기띠를 써서 아이를 안으면 일단 두 손이 자유롭다. 두 손이! 물론 아기를 계속 앞쪽에 매달고 있어야 하기는 하지만, 팔도 안아프고 두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 상태로 분유를 타거나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아 이것은 그야말로 매직 아이템. 인류가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발전하는 커다란 도약에 비견될 수 있을만한 발전이라 하겠다.

게다가 상당히 타이트하게 (내가 배가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이와 배가 접촉하게 되어 처음 장착(?)할 때는 좀 바둥거리고 짜증도 내는데 거의 수 분내로 아기가 잠이 드는 기적을 보게 된다. 덕분에 한 일주일 정도는 공포의 잠투정은 아기띠로 제압되었다고 한다.

아기띠를 메고 있으면 작은 사람은 두 손을 가지런히 자기 턱 밑으로 모으고 잠을 자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이 너무 예쁘더라. 아내가 공유해준 사진을 보면서 아, 이거 꼭 해봐야지 했는데 지난 주말에 드디어 아기띠를 메고 아이를 재울 기회가 왔다.

잠이 든 아이는 예의 그 다람쥐 포즈로 잠이 들었다가 이내 아빠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어서 완전 편하게 잘도 잔다.

덕분에 지난 주말에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그 옆에서 함께 낮잠을 자는데 성공했다. 갓난 아기일 때는 옆에 눕는 것도 조심스럽고 걱정돼서 맨날 떨어져서 잤는데, 아이를 품 옆에 바싹 두고서 같이 낮잠을 잘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작은 사람은 속눈썹도 길어지고 점점 예뻐지고 있다. 또 얼른 보고 싶은데, 주말은 여전히 더디게 오는구나.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6

엄마

육아 시리즈에서 뜬금없긴하지만 보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여느때보다도 요즘 TV에서 보험광고가 많이 나온다. 보험이 확실히 돈이되는 장사인가보다. 보험은 ‘위험’을 앞세워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극해서 장사를 한다. 확실히 그게 효험이 있기는 있나보다. 뭐 보험 상품 자체가 그렇게 좋다면 이렇게 광고하지 않아도 너도나도 가입하지 않겠는가?

육아 방법론 역시 비슷한 것 같다. 별똥별처럼 두 부부에게 떨어진 아이라는 생명체.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모양이지만 뭐랄까 아직 설치하지 못한 업데이트 패치파일이 잔뜩 남아있는 상태의 윈도같은 작은 사람. 배가 고파도, 피곤해도, 잠이 안와도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엄마 아빠는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작은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자지러지게 울기도하여 더욱 불안하다.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인터넷을 찾아보면 선배들의 조언은 하나같이 원래 아기들은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이야기뿐이지만, 몇 시간을 우는 아이를 안고 밤을 하얗게 지새는 엄마들은 그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불안감. 닥친 상황에 대해 어떤 솔루션도 없다는 무방비 상태를 인지하면서 이 불안은 극도로 커지게 된다. 결국 XXXX 육아법이나 아이가 울 때 대처법들을 찾는 사람들이 도달하는 종착역은 다름 아닌 미국식 육아법이다.

그런데 이 미국식 육아법이 좀 이상하다. 미국식 육아법의 골자는 “아이도 하나의 사람으로 대해야 하며, 아이가 울고 떼쓰는 것은 엄마 아빠가 다 받아주기 때문이므로 성인을 교육하는 것과 같이 아이를 대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맞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미국식 육아법은 왠지 싫다. 수면 교육이라면서 방에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방밖으로 나가서 아이가 울음을 멈추길 기다리는 게 어째서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우는 아기는 뭔가가 불편하다. 배가 고플 수도 있고, 너무 덥거나 추울 수도 있고, 배앓이 때문에 힘들 수도 있고, 막연히 불안할 수도, 엄마의 체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그렇게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던 작은 사람은 결국 엄마의 손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몇 일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이렇게 울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만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엄마 아빠의 편의를 위해 아이와의 감정적 유대가 손상되는 장면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맞는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육아매뉴얼은 “때에 따라 다르다” 혹은 “적당히” 라는 모호한 표현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미 패닉에 빠진 부모는 우는 아이가 ‘의사와 상담을 해야할 정도로 심하게 우는’ 상태에 대한 경험이나 예측치가 있을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은 엄마 아빠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다행이라기보다는 불행스럽게도 오늘날에는 우리와 같은 초보 엄마, 초보 아빠가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지금 이 작은 선택이 나중에 아이의 미래에, 미래의 아이의 감수성에, 지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겁을 내고 망설이게 된다.

이쯤되면 (가지고 있는 불안 요소를 어떻게든 해소해보려는 욕구로 가득찰 때가 되었으니) 보험 영업의 적절한 타깃이 된다. 게다가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은 구멍난 양말 신고 다녀도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걸 해주고 싶게 된다. 더군다나 주위에서 다들 좋은 거 사주고 있다면 더욱 그 추세를 거스르기가 힘들다. 아마도 대부분의 육아 관련한 상품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을까.

미국식 육아법의 추종자가 모인 어느 카페(?)같은 곳에서 종교 간증 비슷한 글들을 쓰는 엄마들을 보며, 저 들은 자기들이 ‘최고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몇 달 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데, 저런 식으로 엄마와의 유대는 조금씩 끊어가면서 나중에 EQ돋는 감성충만 교재들을 사들이는데 기백만원씩 역시 아낌없이 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Q돋는 감성충만 장난감 사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 지는 아니고, 어쨌거나 통계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볼 때 엄마가 아이 육아의 최고의 교재이고, 처방이고, 방법론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번이라도 더 엄마품에 안겨 반짝반짝 햇빛이 빛나는 창밖을 구경해본 아기가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고, 서럽게 울 때 엄마품에서 다독임을 한 번이라도 더 받은 아이가 나중에 옆에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조금 더 쉽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그 자체로 최고의 육아 방법론이므로, 넘쳐나는 육아 키워드를 가장한 마케팅 용어에 주눅들지 말고 세상 모든 초급 엄마들이 자신감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