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기계들 – 01

삶을 바꾸는 기계들 – 01

아주 오래전부터 집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의미가 잊혀지는 존재들이 있는데, 그건 다름아닌 가전 제품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지는 고작 3-4년 밖에는 안됐지만, 이 기계는 마치 전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다고 평가 받는 반면 가전 제품들은 (물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여러 가전 제품들이 **보편화**되기는 한다) 우리의 삶의 질을 충분히 향상시켰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못 받고 있다.

삶을 바꾸는 기계들 – 01 더보기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5, 16, 17

손가락

제인이는 아파서 체중이 좀 빠지고, 거의 늘지 않은채로 한달 가까이를 보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발달하는 것은 꾸준한 것 같다. 엄마나 아빠가 하는 행동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몇 몇은 따라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요즘 한창 제인이에게 잘 시켜보는 것 중에 하나는 이티놀이인데, 검지손가락만 펼친 손으로 볼을 톡톡 건드려주다가 제인이의 손가락 끝을 톡톡 쳐보는 것이다. 이내 제인이도 그 똥그란 손에 검지만 쏙 솟아오른 귀여운 손모양을하고 아빠를 따라 손끝으로 톡톡 이티 놀이 완성!

조심성

나름 이 검지만 펴서 톡톡 건드려보는게 재밌는 걸까. 눈에 띄는 물건을 움켜쥐고보던 녀석이 이티놀이를 자주 해본 뒤로는 처음 보는 물건, 호기심이 생기는 물건에 대해서 조심스레 검지 손가락만으로 톡톡 건드려보는 행동을 한다. 조심성이 많은 걸까 겁이 많은 걸까.

걷고 싶어요

제인이는 내가 예측했던 것 보다는 빨리 뒤집었다. 그리고 뒤집기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빠른 스킬향상(?)속도를 보였는데 힘겹게 뒤집기를 성공한지 단 하루 이틀만에 씻겨서 닦이려고 눕혀놓으면 순식간에 뒤집는 묘기를 선보였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인이는 뒤집기를 안한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서 엎드려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극히 싫어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너무 제인이의 의도를 잘 알아채서 어디든 다 안아서 데려다줘서 기어가기가 싫은 줄 알았는데 (물론 제인이의 일부 행동을 보면 엄마나 아빠가 근처에 있으면 우리를 적극 활용(?)해서 활동한다) 요즘에 느끼는 건 엎어진 모양 자체를 너무 싫어한다. 뭔가 기어가고 하는 걸 잘해야 근육이 발달해서 서기도 잘 서고 걷기도 잘 걷는다는데… 우리 아기… 잘 해낼 수 있을까? 암튼 이 녀석은 기는 것도 못하는 주제에 요즘은 서서 걸음마하는데 완전 재미가 들렸다.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4

차라리 내가 아프면

한 때(잠투정으로 엄마를 무척이나 힘들게 만들 던 백일 이전, 아니 그 후로도 한참을) 예민하다고 판정하였던 제인이는 또 한편으로는 참 순둥순둥하다. 그게 부모 입장에서는 마냥 좋다기보다는 참 마음이 짠한 구석이 있는 건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어느새 훌쩍 한여름 7월인데 제인이는 거의 6월 1일부터 이래저래 병치례를 좀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기운이 좀 있나보다 싶었는데, 아기는 가끔 콜록 기침을 한 번씩 할 뿐이고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면 좋다고 꺄르르 애교도 넘치고 또 잘 먹고 잘 놀아서 그게 아픈 건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주말에 일요일 아침에 진료하는 병원이 일산에 있다고 해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감기가 기관지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진짜 감기가 걸린지는 꽤 시간이 지났던게다. 우리는 깜짝 놀랐고, 우선 제인이는 약 처방을 받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는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은 했다. 그리고 제인이는 6월 첫 주에 제주도도 다녀왔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에 제인이는 다시 열감기가 심해졌는데, 하루는 식은 땀을 너무 흘리면서 체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왠지 일찍 집에가서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단 막연한 생각은 들었는데, 아내의 전화는 너무 늦은 시각에 걸려왔고 그렇게 달려가 집에 도착한 시간도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체온이 떨어질 때 응급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체온 재고 땀 닦아주고 체온 재고 땀 닦아주고… 그날 밤 아내는 거의 탈진할 정도로 아기 간호를 했고, 다행히 아침에는 컨디션이 좀 호전되어 병원을 다녀온 뒤에 나는 출근을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지긴 했었다.

어쨌든 기침, 고열, 저체온 그리고 그에 동반한 설사에 이르기까지 6월 한달 내내 제인이는 제인이대로 고생을 했고, 또 그 곁에서 아내는 아내대로 아기 돌보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도 심신이 무척이나 지쳐있고, 제인이는 매력포인트인 볼살이 거의 다 빠져버렸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우리 집 두 여자가 지난 한달은 참으로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이 뭐니뭐니해도 최고로구나.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3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3

아마 요 앞 11편이 제인이의 백일 즈음에 쓴 글이었는데, 너무 오랫만에 쓰는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이다. 제인이는 다음달 두 번째 월요일이 되면 딱 7개월을 채우고, 이제 8개월째에 접어드는 아기가 된다. 뭐 그간 있었던 일들이나 발달 과정에 대해서는 아내가 쓴 겪어야 아는 여자에 소상히 올라오고 있었고, 그걸 다시 정리하기도 좀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제인이에게 몇 마디 남기는 것으로 육아일기를 대신하려고 한다.

제인이에게

제인아, 뭐랄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때 아빠는 조금 조심스러워진단다. "우리 제인이는 이러이러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어찌보면 별 것 아니지만) 네 삶을 한정짓게 될까봐 약간은 망설여지기도 하는구나. 세상 모든 부모에게 자기 자식은 참 특별한 존재란다. 단지 내가 낳았다는 이유말고도 참 여러 가지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비단 네가 내 새끼라는 이유로도 너는 엄마와 아빠에게 무척이나 특별한 사람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아마도 너를 처음 갖게된 걸 안 그 때부터 조금 다른 생각도 하곤 했단다. 제인이는 엄마 아빠에게 참으로 특별한 사람인데, 그런 의미가 아닌,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말이다.

오늘 아기띠에 우리 딸을 매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계속 곤히 잠든 얼굴을 보니, 소심한 엄마아빠도 그 생각에는 점점 힘이 실어지고 마는구나.

어쨌거나 아가야.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달리기를 잘하든 못하든,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잘하고 못하는 데 있지 않단다. 잘하고 못하는 재능을 떠나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살면서 배우거나 겪게될 것들을 하나하나 깨우쳐 나갈거라 믿는다. 그리고 거기서 잘하거나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항상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네가 배우고 겪어서 그것이 네 경험이, 네 일부가 되어 간다는 점이란다. 알게 모르게 겪어나가는 하루 하루가 모여 네 삶을 이루고 네 자신을 만들어 나가니, 그 안에서 너만이 느끼는 방식으로 행복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구나. 크든 작든 네가 느끼는 행복들로 네 인생을 채워가며 살았으면 좋겠구나.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1,12

백일

지난 주말은 작은 사람이 세상에 나온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고, 외활머니의 60번째 생신과 겹쳐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를 가졌다. 작은 사람은 한 달 정도 못 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고. 서울로 올라온 한 달 사이에 아마도 그 이전 60일동안 자란 것보다도 더 많이 큰 것 같다. 서울에 올 때까지만해도 그저 작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의엿한(?) 아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에서도 작은 사람이라는 별명 대신, 이름을 불러주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인아 백일 축하한다. 지금껏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주렴. 사랑한다.

시선

갓난 아기들은 눈은 뜨고 있지만 시각이 온전하지 못하여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생후 한 달쯤이 되면 흑백의 화면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고 아주 좁은 범위에 대해서는 초점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된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의 시각은 점차 제 기능을 갖추어 나가는데 색도 구분하게 되고, 제법 가까이에 있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볼 수도 있고 또 조금은 멀리 있는 바깥 풍경도 조금씩 분간을 한단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건 꽤나 큰 모험이었는데, 최근 두 번의 외출 -마트와 백화점-에서는 이제 슬슬 ‘구경거리’들에 관심을 보이는 제인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차에 타는 것도 싫어하던 아기가 이제는 바깥 구경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