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7 :: 서울남산체를 우분투에서 사용하기

런던이나 브리스톨, 프랑스의 파리 등의 도시들은 각 도시의 ‘지정 서체’가 있습니다. 따라쟁이 우리 나라 공무원 나릿님들이 그런 걸 간과할리가 없지요. 그래서 서울시도 2007년 가을부터 서울시의  지정 서체 개발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여름에 명조 계열의 폰트와 고딕 계열의 폰트를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서울한강체(명조)와 서울남산체(고딕)입니다.

서울시는 이를 단순히 선전용에 그치지 않고 이들 서체를 공공 디자인 부문에 적극 도입합니다. 덕분에 ‘혐오스럽고 더럽다’는 느낌까지 주었던 각 관공서들의 현판 및 보행자용 이정표, 지하철의 각종 안내 디자인 등에 서울 남산체가 도입됩니다. (공문의 서식에도 도입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실을 첨에는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았습니다. 어쨌거나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서체는 서울에서 10년간 살아오면서 서울시가 가장 잘한 업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서울남산체는 공공 시설물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서체라, 글자 자체가 고딕 계열이지만 비대칭과 약한 곡선, 열림 등의 요소가 적절히 적용되어 깔끔한 외관에 못지 않게 놀라운 가독성을 보여줍니다.

이번 지하철 9호선역의 역사들의 내부에는 모두 이 서울 남산체가 적용된 안내 문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9호선 역 전체에 대한 디자인적 평가는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이 서체가 너무 마음에 들기에, 저는 제 컴퓨터의 기본 글꼴로 지정하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서울 서체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http://design.seoul.go.kr/dscontent/designseoul.php?MenuID=490&pgID=237)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얼씨구나, 그런데 이 서울 서체는 그냥 TTF  파일을 압축해 놓은 것이 아니라, 인스톨러 버전으로 만들어져 있군요. 아 부분에서 서울시가 잠깐이나마 장했던 그 느낌은그냥 좀 실망으로 바뀝니다. 그럼 리눅스 사용자는 쓰지 말란 겁니까 -_ -;; 어지간한 인스톨러들은 사실 파일복사 스크립트와 함께 zip으로 묶여있는 것이 다라서 파일 압축 유틸리티로 열어보면 거의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나 파일의 크기가 크지 않은 프로그램 일 수록 이럴 확률이 큽니다.) 이 인스톨러는 그렇지도 않군요.

어쨌든 WINE으로 인스톨러를 실행해서 TTF파일 추출 성공!

우분투의 글꼴 보기 프로그램은 글꼴을 확인한 후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글꼴 설치 버튼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설치해도 좋고, 터미널이나 파일관리자(노틸러스)에서 복사해도 좋지요.

우분투의 폰트 폴더는 /usr/share/fonts/truetype 에 있습니다. 터미널에서는 아래와 같이…

sudo mkdir /usr/share/fonts/truetype/seoul
cd [서울서체파일이 있는 디렉터리]
sudo cp *.ttf /usr/share/fonts/truetype/seoul

그런 다음, 시스템 > 모양새에서 글꼴을 모두 서울남산체로 바꿔주었습니다. 아 정말 좋군요. 글씨들이 시원시원하고 너무 예쁩니다. 내친 김에 윈도에다가도 설치해 봅니다. 아, 그런데 아마도 화면 글꼴에서 안티 앨리어싱을 적용하는 방법이나 그 정도가 윈도와 우분투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윈도에서는 맑은 고딕이나 나눔 고딕까지는 화면 글꼴로 그리 무리가 없었는데, 서울 서체의 경우에는 좀 지저분해 보이네요.

아래 두 장의 이미지는 제 블로그의 예전글을 각각 윈도XP와 우분투에서 파이어폭스로 보았을 때의 모양새입니다.

먼저, 우분투에서의 글자 모양입니다. 작은 글자까지도 그래도 가독성이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왠지 제가 다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윈도에서의 글자 모양입니다. 중간 중간 가로선이 뭉치거나 뭉개지는 부분들이 발생합니다.

브라우저에서의 기본 고딕 서체도 서울남산체로 만들어놓고 나니 글 읽는 일이 즐거워지네요. 이전에 ‘은 돋움’체도 참 좋았지만, 너무 네모칸에 딱 들어맞는 모양보다는 이렇게 시원시원한 글자체가 글을 많이, 오래 보는데 도움이 되고 실제로 글을 빨리 읽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윈도에서도 클리어타입 튜너라는 게 있지만, 아무리 조절해보아도 한글 서체가 품질이 나빠 보이는 점은 어찌할 수가 없네요. 다만, 글자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지면 상당히 깔끔한 원래의 느낌을 잘 살려 내는 것을 봐서는 시스템 글꼴 수준의 작은 글씨를 렌더링 할 때만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이없이 인스톨러로 묶어 놓은 서울 글꼴은 다시 TTF 만 zip 파일로 묶어서 drop.io/seoulfonts에 올려 두었습니다. 서울 남산체 말고도 뫼비우스라는 한글 서체도 상당히 깔끔하고 예쁩니다. 이런 예쁘고 센스있는 글꼴은 프리젠테이션 같은 데 활용해주면 청중의 센스도 함께 팍팍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제발 굴림체 72포인트로 PT 맨 마지막에 감사합니다..같은 거 적지 말아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