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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 경축, 구글 웨이브 입성

지난 주말, 회사 워크샵에서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음 아침에 부랴부랴 서둘러 나가느라 컴퓨터를 켜 놓고 나갔던 바람에, 컴퓨터는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외로이 팬돌아가는 소리만 내면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음 전 생긴 것 만큼이나 깔끔해서 집에 들어오면 꼭 씻…) 벌렁 드러누워 메일함을 살펴보니 놀라운 메일이 하나 도착했더랬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구글 웨이브 팀으로부터 온 메일!
두둥… 그것은 다름 아닌 구글 웨이브 초대장이었습니다. 구글 웨이브 웹사이트가 생긴 이래로 심심하면 한 번씩 들러서 초대장 보내달라고 앙탈을 부렸던 것이 드디어 오늘에야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정말이지 몇 년만에 공도 차고 볼링도 했더니 온몸이 쑤시고 결려서 그렇게 하진 못했네요. 마음이 점점 급해왔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심스레 링크를 클릭하자, 거짓말같이  구글 웨이브 시작화면에 로그인 창이 표시되었습니다.
(로그인할 수 없는 사람이 첫 페이지를 가면, ‘당신의 계정은 아직 로그인할 수 없음’이라고 아주 냉랭하게 말해주는 바로 그 박스가 사실은 로그인 박스였던 것입니다 – 라고 말해도 구글 서비스들의 로그인 박스는 똑같이 생겼으니까 그닥 낚일 사람은 없을 듯 하네요)

드디어 입성. 구글 웨이브

구글 웨이브에 처음 발을 들이는 기분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흥분도 잠시, 이내 ‘앗 이거 뭥미’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gmail 계정을 맨 처음 얻었을 때의 기분 같더군요. 뭐랄까 새로운 툴을 접하는 바로 그 마음만은 뿌듯하기 그지 없는데, 쓸래도 쓸 데가 없는 그런 기분 아시나요? 제가 gmail 계정을 처음 얻은 게 gmail이 베타로 오픈되어 초대장만으로 가입할 수 있던 매우 초창기였습니다만, 당시에 저는 그냥 놀고 먹는 휴학생이었던 관계로 이메일이란 걸 쓸 일이 없었거든요 ㅠㅠ. 마치 그 때와 같은 황량함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동료들이라도 초대해서 놀아볼까 했는데, 초대장을 발송해도 바로 바로 가입이 되는 것은 또 아닌가 봅니다. ‘침 발라야 할 우표가 아직 많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은 왠지 구글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구글 웨이브에 대해 이것 저것 검색해 보던 중, 국내에도 웨이브를 쓰시는 분이 적잖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트위터를 타고 초대장이 난무했던 모양입니다. 공개된 wave에서는 벌써 친해진 사람들이 꽤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전 워낙에 낯가림이 심해서 누구랑 그렇게 잘 못하겠던데…

놀라운 실시간 협업 도구

사실 저보다도 먼저 구글 웨이브에 입성 성공하시 분들이 꽤 많은가 봅니다. 이미 활발하게 활동했었던 흔적들도 좀 포착을 했더랬죠. 구글 웨이브에 처음 들어섰을 때 구글이 제공하는 튜토리얼 문서 개념의 wave에는 기존에 공개된 바 있는 wave 관련 영상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실시간 문서 수정이 일어나는 걸 좀 보고 싶었더랬습니다.
사실, ‘구글 문서 도구’에서도 실시간 협업은 가능합니다. 문서의 편집권을 갖고 있는 두 사용자가 문서의 앞 부분과 뒷 부분을 각각 편집하고 있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고치지 않은 부분까지도 이미 수정이 되고 있는 문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험적으로 확인한 바로는 약 20~30초 간격으로 문서의 sync가 발생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에 비해 구글 웨이브는 하나의 wave(문서나 블로그의 포스트와 비슷한 개념)에 여러 사용자들이 동시 편집을 하고 있다면, 이를 키 스트로크 단위로 받아서 문서를 수정 처리합니다. 그래서 사용자 PC의 메모리가 넉넉한 편이며, 네트워크 사정이 좋다면 동시에 글자들이 주르르르륵 타이핑되면서 거대한 문서가 작성/수정을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저 말고는 아는 사람 중에 아직 구글 웨이브 입성하시 분이 없어서, 그냥 컴퓨터 2대로 실험해보았습니다. (구글 문서 도구 때에도 이런 식으로 하니까 되더라구요)  우선 데스크톱에 웨이브 하나 만들고 이를 열어 둡니다.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 누워서 웨이브에 접속합니다. 물론, 똑같은 계정을 사용하지요. 그래서제가 만든 waves를 보면 아까 데스크톱에 열어둔 wave가 보입니다.
이걸 노트북에서 더블클릭하고 수정을 시작하니, 저멀리 데스크톱에서 제 웨이브 화면에 수정 사항이 거의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아, 공개된 웨이브에 글을 쓰고 오타를 수정하고 또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그것이 실시간으로 보일거란 생각을 하니 왠지 공개된 wave에 글을 쓰거다 덧다는 것이 좀 뻘쭘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

협업 도구로서의 구글 웨이브는 정말이지 대단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메일과 문서도구를 업무에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이 기능 그대로에 어느 정도의 확보된 안정성과 속도 등만 보장된다면 대단히 유용한 도두가 될 듯 하네요. 사내에서 진행하는 브레인 스토밍이나, 프로젝트 관련자 연락처 모음, 사진 공유 등은 물론 회의록 정리 도구로 사용한다면 실시간으로 회의 중계가 가능하고, 심지어는 원격지에서도 회의 진행까지는 힘들지만, 참가가 가능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우선 현재로서는 신기한 것 조금 뿐이지만, 사용자 층만 늘어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마도 트위터를 능가하는 수다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네요.
정식 오픈을 하기전까지 개선할 부분이나 최적화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워낙 능력자가 많은 구글이니 구글 웨이브가 발전하는 모습을 조금씩 엿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