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1 :: 손톱

전 손톱을 아주 바짝 깎는 편입니다. 좀 심하게 바짝 깎아대기 때문에 손톱을 한 번 깎고나면 손끝이 다 얼얼할 지경이에요. 예전 코흘리개 시절에 어머니가 손톱을 깎아주시면 이렇게 아주 바짝 깎아주셔서 참 그게 싫었는데, 어느 덧 머리가 굵어지면서 혼자 손톱을 깎기 시작하면서도 제가 또 그렇게 깎고 있네요. 첨엔 ‘적당한(?)’ 길이를 잘 못 맞춰서 그걸 그렇게 깎곤 했었는데, 어느샌가 그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바짝 깎지 않으면 신경이 쓰여서 도저히 못 참겠더군요. 그저 주먹을 쥐었을 때 손바닥에 손톱이 닿으면 뭘 해도 집중을 못하겠더라구요. 한창 글씨를 많이 쓰던 학창 시절 때부터 좀 그런 경향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다 한 동안은 이런 손톱 강박증에서 벗어나나 했습니다. 대학 들어와서는 거의 레포트며 과제 등등을 손으로 쓸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수업 시간에 필기라고 해봐야 친구들꺼 나중에 아차차.. 아무튼 그랬습니다. 컴퓨터 생활 20년간 세진에서 나온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만 써왔던 저는 그 때는 몰랐더랬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노트북을 쓰기 시작했지요. 아, 첨엔 이 밋밋한 팬터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에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키와 키 간의 간격은 어찌나 또 이렇게 좁아 터지는지. 그 직전에 쓰던 키보드가 Dell에서 번들로 제공하는 큼직하고 시커먼 키보드여서 더더욱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팬터 그래프 방식 키보드의 참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시간씩 앉아서 장문의 문서를 작성해 보니, 손가락의 피로도가 훨씬 덜 하더군요. 타다다다닥탁하고 세게 내려치는 맛이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자판위에서 춤을 추듯 손가락을 놀려가며 타자를 하는 건 왠지 모를 우아한 기분이 들게도 하는 듯하고, 또 세게 치지 않으니 그만큼 타이핑 속도도 더 수월하게 낼 수 있는 듯 하더군요.

결국 그 때 쯤엔 집에서 쓰던 델 키보드(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영본부에 열라 부탁해서 키보드를 얻어 왔었음;;;;;;)를 내다 버리고[1. 사실 오렌지 주스를 흘려서;;;] 새 키보드를 팬터 그래프로 장만했습니다. (언젠가 포스팅한 적 있는 것 같은 아이락스 키보드가 그것입니다.) 요즘은 집에서 쓰는 컴퓨터에 USB단자가 2개 밖에 없어서 노트북 키보드만한 멤브레인 키보드를 어디서 또 하나 줏어와서 쓰고 있지요.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찍기가 너무 귀찮군요.)

갑자기 이야기가 키보드쪽으로 또 흘러가 버렸습니다만, 어쨌든 사용하는 키보드가 바뀌면서 처음으로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 바로 손톱이었습니다. 손톱이 조금만 길어도 그 ‘우아한’ 손놀림에 크게 방해를 받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요즘도 깎고 또 깎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토요일에는 사이트에 나가서 저녁까지 일을 하고, 저녁 식사 이후에 본사 사무실에서 이사님과 미팅이 있어서 본사로 갔습니다. 근데, 집에서 널부러져 정신 못차리고 있다가 나가서 손톱이 너무 긴 나머지 신경쓰여서 타이핑을 못하겠더군요. 흐미… 그래서 결국 이사님께 쥐쥐치고 손톱깎이를 얻어서 야밤 중에 회의실에서 손톱을 깎고 앉아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죠.

사실 남의 손 같은 건 잘 보지 않아서 모르는데, 여자분들은 손톱을 그렇게 기르면서 어떻게 타이핑을 하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러고보니 같이 일하는 여자 개발자 분이 몇 분 있는데 그 분들 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하긴… 그 분들은 왠지 목욕탕도 같이 갈 수 있을 거 같은 ‘뽈 잘차게 생긴’ 친구들이라 제가 여자로 인식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이런…) 아니.. 그런데 ‘신체발부수지부모’라 했는데, 옛날 옛날 조선 시대 사람들은 손톱은 어떻게 깎고 다녔을런지 또 궁금하군요. 흐미.. 설마 안 깎고 계속 길렀을리는 없고… 아님 기르다보면 저절로 뿌러지나? -_-;;; 정말 사극은 우리게에 ‘아름다운’ 면모들만 보여주는 것일까요? ㅎㅎㅎ

여러분들은 손톱에 얽힌 에피소드 같은 거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