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5 :: 세 번째 노트북이여 안녕… ㅠㅠ

지금 다니는 회사에 몸담은지 거의 만 2년이 되었습니다. (2주후면 딱 2년이 채워지겠군요) 거의 출근 다음날부터 몰아치는 외근속에 늘 제 곁에는 노트북이 (물론 회사꺼) 함께 했지요. 2년이라는 길지 않는 시간 동안 제 손을 거쳐간 노트북은 3대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2대 째 노트북을 쓰고 있고, 제 손을 거쳐간 노트북용 하드디스크가 3개라고 말해야겠군요. 한 번은 노트북이 책상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하드디스크와 액정이 나가는 불상사가 있었지요. (덕분에 그 속에 자료들은 안드로메다로 ㅠㅠ) 그 노트북을 수리를 보냈고, 새 마음 새 뜻으로 재설치해서 썼더랬습니다. 그 때부터는 외근도 그냥 외근이 아니라 이 곳 저 곳 여러 곳을 다니시 시작하던 무렵이라, 아예 큼지막한 숄더백에 노트북을 담아(?) 다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속에서 커피 음료가 터지는 바람에 (황급히 구조했지만 이어폰 잭 구멍으로 흘러들어간 커피에 의해) 또 하드디스크가 사망했더군요.

이번에는 대체할 수단이 없어서 다른 분이 예전에 쓰시던 큼지막한 노트북을 물려 받았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IBM 기종인데요. 키보드 정 중앙에 놓여있는 미니 조이스틱(?)에 익숙해지니 (게다가 버튼이 3개임) 이것도 꽤 쓸만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타이핑에 큰 방해가되는 터치패드보다는 훨 낫다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두 번이나 소중한 자료들을 날려먹고 나니 이제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겨서 어지간한 자료들은 본사 사무실에 있는 데스크톱과 원격으로 동기화하고 업무 메일은 Gmail에서 가져와서 확인하고 보내는 방식으로 일을 해 왔습니다. 물론 다 좋았지만 큼지막한 크기만큼 그 무게가 매우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 그제 저녁에  또 사고를 치고 말았네요. 버스에서 내리다가 넘어졌는데, 거기까진 좋았는데 컴퓨터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그냥 뚜껑만 닫혀 있었던 상태였나 봅니다. 집에와서 열어보니, 아니 이럴수가… 팬은 돌아가고 있고 화면을 깜깜하고… 깜깜한 화면처럼 제 눈앞도 깜깜해졌습니다. 이래 저래 살펴보니 다른 곳은 모두 무사한 듯하고 하드 디스크만 문제가 생긴 거 같았습니다. 아… 벌써 세 번째 노트북(다시 정확히 이야기하면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을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보내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업무 보고 같은 메일도 작성해야 하고 막 그런데 노트북이 되질 않으니, 또 장비 담당자가 휴가 중인 관계로 대체용 노트북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뭐라도 해야했습니다. 우선 사건 당일은 PC방에서 메일만 확인하고 어제 오전부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다행히 메인보드 등에는 큰 손상이 없기도 하고, 매우 구형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USB장치로 부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아예 USB 메모리에 우분투 리눅스를 깔아버리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얼핏 보았는데 실제로 이렇게 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우분투 설치 CD의 라이브CD 내용을 복사해서 어찌어찌하면 네이티브인 것처럼 변경 사항이 저장되는 환경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그래서 그냥 문서 같은 것만 담아다니던 메모리를 사용해서 시도해보았습니다만, 잘 모르겠더군요… 이래 저래 찾아본 자료들 많은 부분이 라이브 CD의 내용을 복사하고 폴더 및 파일명 만 손 봐주면 된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이 방식은 그냥 USB로 부트디스크 만드는 것과 동일한 결과일 뿐이고, 이렇게 해 보았더니 그냥 라이브 cd로 부팅한 것과 똑같더군요. 치명적인 한글 입력을 할 수 없는 문제가… ㅠㅠ

결국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있던 4기가짜리 SD메모리 카드에 우분투를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리눅스는 뭐든 파일로 인식을 한다고하니, 하드디스크나 메모리카드나 다를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아예 설치시디로 부팅하여 메모리 카드를 EXT4로 파티션을 만들어서 여기다가 설치해버렸습니다. (어디서보니 fat16이나 32가 아니면 부팅이 안될 거라는 불길한 조언도 있었습니다.) 훗 하지만 됩니다. 2기가가 조금 넘는 공간만 있으면 리눅스는 정상적으로 설치가 되며, 시스템 업데이트도 받을 수 있고 프로그램도 설치할 수가 있습니다. EXT4의 위력인지는 몰라도 라이브CD보다는 몇 배나 더 빠른 부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카드의 액세스 속도가 하드디스크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부팅까지의 시간이 오히려 윈도XP를 쓰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이네요. 이 정도면 외장 하드 같은 곳에 설치했을 때는 그 말로만 듣던 10초 부팅이 가능할 듯도 합니다. (오늘 본사에서 데스크탑에 새로 설치해 볼 요량입니다)

업데이트를 받고, 썬더버드와 파이어폭스 3.5.2를 설치하고나니 3기가를 조금 넘게 차지하고 있네요. 기본적으로 오피스나 김프와 같은 툴이 모두 설치되어 있는 상태인 점을 감안할 때, 윈도우보다 얼마나 스마트하고 콤팩트한지 팍팍 체감이 됩니다. 속도도 그럭저럭 만족스럽고 컴피즈까지 돌려가면서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사치(?)를 한 껏 만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