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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도식화 (2017) – 2. 펜툴과 패스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펜툴의 사용에 얼마나 익숙해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펜툴의 사용법은 글로써 일일이 설명하면 아주 길고 복잡해 질 수 있어서 모든 디테일을 다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에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사용되는 그림의 단위인 패스와 그 구성 요소에 대한 개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펜툴을 사용하여 패스를 만들고 편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벡터 그래픽에 대해서


JPG, PNG와 같은 이미지 파일은 그림이나 사진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사용되는 포맷을 말합니다. 이러한 사진 데이터는 색이 있는 작은 점, 픽셀을 기본적인 표현단위로 사용합니다. 포토샵은 대표적인 비트맵 이미지 편집 도구 입니다. 포토샵 내에서 이미지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면 왼쪽의 이미지와 같이 매끈해 보이는 경계선이 사실은 거친 네모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비트맵은 다양한 색상을 가진 픽셀들의 배치를 통해서 화상(image)을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비트맵 이미지는 사진과 같이 색상 수가 많은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적합하지만, 해상도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특정한 수준 이상으로 확대했을 때는 깨져서 보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이와 반대로 벡터(Vector)를 이용하는 그래픽 프로그램입니다. 벡터는 점의 좌표와 곡선의 곡률등에 대한 정보만으로 그림을 구성하며, 벡터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표시하는 프로그램들은 화면에 그려져야 할 곡선과 채움색등의 정보를 통해 필요한 수준의 해상도에서 그림의 전체 혹은 일부를 렌더링합니다. 따라서 벡터 이미지는 1만배로 확대하든 100만배로 확대하든 이론상, 포토샵처럼 픽셀이 뭉개지거나 깨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그리는 모든 것은 패스(Path)입니다

벡터 그래픽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선이나 도형을 패스(Path)라 부릅니다. 사각형 툴이나 원툴, 직선 툴 및 펜툴로 한 번에 그린 도형이 모두 각각의 패스가 됩니다. 패스는 다시 하나 이상의 직선 혹은 곡선 조각으로 구성되며, 각 선의 조각을 세그먼트(segment)라고 합니다.
하나의 세그먼트는 기본적으로 4개의 점으로 표현됩니다.

  1. 한쪽 끝점 (시작점)
  2. 반대쪽 끝점
  3. 시작점 주변의 곡률을 결정하는 보조점
  4. 끝점 주변의 곡률을 결정하는 보조점

패스 세그먼트는 베지어 곡선이며, 베지어 곡선은 4개의 점으로 한 단위의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보통 끝점과 보조점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이 있습니다. 이 가상의 선을 방향선(direction line)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제로 화면에 출력되는 선은 아니며, 패스를 편집할 때 해당 방향의 선의 곡률을 보기 쉽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개의 세그먼트가 하나의 패스로 결합할 때에는 아무렇게나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그먼트의 끝점이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두 개의 끝점이 하나로 결합하게 될 때, 결합된 점은 그 점에 연결된 선의 개수만큼 보조점을 갖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두 개의 곡선 세그먼트가 하나의 패스로 결합된 것인데, 보통은 연결된 점의 두 보조점은 연결점을 중심으로 서로 직선방향으로 마주보게 됩니다. 이렇게 연결점이 직선상으로 마주보게 되면 연결된 지점은 매끄러운 곡선으로 표현됩니다.
펜툴에서 가장 많이 그리는 곡선은 이런 모양으로, 세그먼트와 세그먼트가 만나는 연결점에서 뻗어나가는 방향선은 연결점을 중심으로 대칭으로 그려진다.

모든 세그먼트가 보조점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직선인 경우에는 두 개의 끝점만 있으며, 양 끝점은 모두 보조점을 갖지 않습니다.  또한 연결 부위의 보조점도 2개가 아닌 1개만 있거나, 보조점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각형 툴로 네모를 그리면, 네모는 4개의 세그먼트로 구성되는데, 연결점에 해당하는 각 모서리들은 별도의 보조점을 가지지 않습니다. 또 연결 부위의 보조점이 항상 직선상으로 마주볼 필요는 없습니다. 매우 표족한 모양을 표시하기 위해서 두 개의 보조점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는 세 개의 패스가 표현되어 있는데, 둘 다 양끝점은 보조점을 가지지 않으며 연결점에서 0개, 1개, 2개의 방향선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떤식으로 표현되는지를 나타냅니다.

펜툴 사용법

펜툴은 이러한 자유 곡선 패스를 만드는 툴입니다. P키를 눌러 펜툴을 선택합니다. 기본적으로 펜툴의 커서 모양은 펜 모양인데, / 모양의 힌트가 오른쪽에 붙어 있습니다.
펜툴로 패스를 시작하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시작점에서 바로 클릭 : 보조점이 없는 시작점을 만듭니다.
  2. 시잠점에서 마우스 버튼을 누르고 드래그 : 시작점에서 드래그한 방향으로 방향선(보조점)이 생깁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패스의 시점 지점에서부터 드래그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선은 두 번째 점을 찍기 시작할 때부터 생기기 때문입니다. 첫 번재 점을 찍었으면 두 번째 점을 찍을 위치로 이동합니다. 이제 그을 선이 직선이냐, 곡선이냐에 따라서 두 번째 지점에서도 클릭만 하거나 드래그하여 곡선의 곡률을 조정합니다.

시각적 피드백

펜툴은 점을 찍어 나가면서 하나의 곡선 세그먼트로부터 세그먼트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연결점의 방향선을 없애거나, 방금 그렸던 방향선을 수정해나가거나 하는 식의 동작을 그리는 프로세스를 방해받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그런 편의 기능 중 하나가 펜툴의 마우스 포인터 모양이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바뀌며 현재 클릭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래 그림은 상황별로 펜툴의 마우스 포인터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며, 그 때는 어떤 기능으로 동작하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유심히 눈여겨 봐두세요.

처음 그릴 때부터 만족스러운 선을 정확하게 그려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간단한 곡선으로 된 모양을 머리속에 떠올려보고 펜툴로 그려봅시다. 하트 같은 거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도형 하나 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정상이니 너무 상심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이런 베지어 곡선을 마음속으로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 교육 받은 적도 없고, 애초에 우리의 뇌는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그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점과 방향선의 특성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직관과는 정반대로 패스의 착점을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시작점은 가능하면 방향선이 없는 것이 좋습니다. 그려야 하는 도형에 직선이 있다면, 그 직선의 끝 부분이 아닌 중간 부분에서 시작점을 만들도록 합니다. (직선 영역이 없으면 모서리 부분이나, 가능한 완만한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2. 볼록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흔히 가장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에서 마우스를 찍는다고 믿기 쉽지만,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대부분의 착점은 모서리이거나,  모서리가 없다면 가장 볼록한 부분을 지나서, 다른쪽으로 곡선이 휘기 시작하는 지점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펜툴을 이용해서 중간지점에서 드래그하는 경우에 방향선이 연결점을 중심으로 선대칭을 이루면서 짝으로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실제 간단한 연결선들을 어떻게 그리는 지 보겠습니다.

직선과 모서리


뾰족뾰족 직선과 모서리로만 이루어진 도형은 그리기가 매우 쉽습니다. 펜툴을 선택하고 찍고, 찍고, 찍고 찍어서 선분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한 점을 다시 찍어서 닫힌 도형을 만들거나, 중간에 enter 혹은 esc 키를 눌러서 그리기 세션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완만한 곡선 만들기


마우스 버튼을 누르고 바로 뗀다면 방향선이 없는 모서리 꼭지점이 되지만, 마우스를 누른채로 드래그를 하게되면 그 점을 중심으로 보조선이 뻗어나오며 세그먼트가 그에 따라서 휘어지게 됩니다.
보조선은 대칭으로 만들어지지만 각각의 핸들을 다시 움직여서 제각각의 방향을 가리키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소개할 뾰족한 부분을 그릴 때를 제외하면 그런 편집을 할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뾰족한 모서리 그리기


곡선으로 이어지다가 날카롭게 꺾어지는 부분을 그리는 방법입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곡선을 그린 다음, 방금 연결한 점을 한 번 더 클릭해 줍니다.  이 때 마우스 포인터 아래에 ^ 이런 모서리 변환 표식이 나타나는 점을 눈여겨 보세요. 그러면 이제 추가될 세그먼트의 시작점의 보조점이 없으므로 직선으로 변환해서 그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더 뾰족한 모서리 그리는 법


앞서 직선과 만나는 모서리를 그리는 방법에서 조금 더 발전하여 직선과 곡선이 만나는 모서리를 그리는 방법입니다. ^ 모양의 변환 모드에서 클릭하여 꼭지점을 클릭한 후에 다시 시작점에서 드래그하여 새로운 연결점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모서리에서 연결한 새 세그먼트의 끝점에서 드래그하여 보조선들의 방향과 길이에 따라서 얼마든지 날카롭고 뾰족한 선을 그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꿀팁

펜툴을 사용할 때에는 한 번에 잘 그릴리가 절대 없기 때문에 왼손은 항상 키보드 위에 두고서, 잘못 찍거나, 핸들을 잘 못 뽑아낸 경우에 가차없이 ctrl + Z 눌러서 되돌리기를 하면 됩니다. 포토샵과 달리 일러스트레이터는 ctrl + Z를 여러번 눌러서 몇 단계 전으로도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으니, 연습 연습합시다.
연습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인터넷에 널려있는 사진이나 그림들을 일러스트레이터 위에 올려놓고 외곽선을 펜툴로 따보는 것입니다. 물론 라이브 트레이싱이나 스트림라인 같이, 지금의 여러분 보다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진이나 그림의 외곽선을 패스로 따주는 기능이 이미 일러스트레이터에는 탑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베지어 곡선을 그리는 방법을 뇌에 주입하는 것이고, 그것은 부단한 연습 밖에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펜툴 연습에 대해서 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