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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 일러스트레이터에서 화면에서 보이는 선이 프린터로 출력되지 않을 때

오랜만에 일러스트레이터 글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하여 도식화등을 그리면 맨 마지막에는 hard copy를 만들기 위해서 프린터로 출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멀쩡히 그려지는 가느다란 라인이 종이에 출력된 그림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황당한 경험을 해보신 적이 한 두 번씩은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라인의 굵기가 0.25pt 정도가 되면 인쇄할 때 보이지 않게 됩니다. 오늘은 왜 이런 모니터와 프린터에서 출력될 수 있는 한계가 다른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해상도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해상도에 대한 개념입니다. 일상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자주 듣는 이야기이지만 한 번 정확하게 그 뜻을 짚고 넘어가야하겠습니다. 위키 백과에서는 ‘해상도’란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군요.

해상도(解像度)는 어느 일정한 단위 안에서 얼마나 더 자세하게 그 내용을 표현하는가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주로 컴퓨터 디스플레이 모니터, 디지털 텔레비전, 또는 프린터의 출력에 쓰인다.

즉, 해상도란 정해진 공간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점을 찍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일정의 ‘점’의 밀집도를 말합니다. 거꾸로 보자면 ‘하나의 점이 얼마나 작은가’를 말한다고 볼 수 있지요. 해상도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다면 다음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화면 해상도는 800×600, 1024×768 등으로 변경이 가능한데, 모니터의 크기가 정해져있다면 해상도를 변경할 때 마다 동일한 크기의 화면 속에 더 많은 점이 찍히거나 더 적은 점이 찍힙니다. 통상 해상도를 낮게 변경할수록 고해상도에서는 작게 보이던 아이콘이나 글씨가 (물론 그 만큼 입자는 거칠어 보이지만) 크게 보이게 되지요.
이러한 해상도의 단위로는 dpi(dot per inch)를 씁니다. 1인치 길이 속에 점을 몇 개나 찍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우리는 흔히 프린터의 출력 품질을 비교할 때 많이 사용하지요. 통상의 프린터들은 600dpi 정도의 해상도를 기본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래서 화면에 비해 엄청나게 세밀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의 해상도는 많이 낮습니다. 통상 72dpi 정도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요즘은 도트 피치(픽셀과 픽셀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어서 이보다는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t : 포인트

다음은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인트는 폰트의 크기를 나타낼 때 많이 사용하는데요, 단위는 pt를 씁니다. 포인트는 화면 해상도와는 달리 절대적인 수치 단위입니다. 1인치를 72등분한 크기로 실제로 1pt는 0.3527777….. 밀리미터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사용하는 라인의 굵기에 대한 단위도 바로 이 포인트 단위를 씁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해상도

일러스트레이터는 기본적으로 작업하는 아트웍의 해상도를 200dpi로 가정하고 동작합니다. 이 정도의 해상도로 작업하여 출력하게 되면 비록 프린터의 해상도가 600dpi나 그 이상이더라도 매끈하게  그려내는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작성된 그림은 벡터 이미지이며,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듯이 이러한 벡터 이미지는 확대하거나 축소하더라도 입자가 거칠어지거나 (앨리어싱) 그림이 깨지는 문제가 생기지 않지요. 즉 지름이 4cm인 원을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그려서 프린터에 출력하게 되면 일러스트레이터는 이 동그라미가 600dpi 해상도에서 깨지지 않도록 고해상도 모드로 래스터화하여 프린터로 전송합니다.
0.25pt 정도되는 가느다란 선이 프린터로 출력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프린터의 해상도가 600dpi라고 가정하면 프린터가 찍는 가장 작은 점의 크기는  0.00424mm 가량 됩니다. 그리고 0.25pt는 밀리미터로 0.00882mm로 환산됩니다. 따라서 600dpi 프린터에서는 점 2개를 찍으면 0.25pt 짜리 점을 실제로는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기본적으로 200dpi 환경에서 동작하며, 라인의 굵기를 200dpi로 한정합니다. 이 때 0.25pt(0.0088mm)는 200dpi 환경에서는 점 하나(0.0127mm) 보다 작은 크기가 됩니다. 화면에서는 이러한 라인을 벡터로 처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존재하니 충분히 화면을 확대하면 라인을 그려내면 그만이지만 200dpi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0.25pt 굵기의 라인은 그 굵기가 1개 점 보다 작기 때문에 올바르게 래스터화(rasterization)되지 못하고 누락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0.25pt짜리 라인(폭 0.088mm)은 프린터로 넘겨지는 데이터에서는 빠지게 됩니다. 일단 해당 그림을 pdf로 출력해본다면 pdf 리더에서는 0.25pt로 그려진 라인을 볼 수는 있습니다. (이걸 프린터로 출력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불행히도 제게는 지금 프린터가 없습니다.)
요약하면 일러스트레이터가 프린터로 보낼 수 있는 최대 해상도 혹은 프린터가 메모리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미지의 해상도보다 0.25pt의 라인이 더 가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회하기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듯 합니다. 프린터 고급 설정 같은 곳에서 dpi를 최대로 높여보아도 동일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며, 일러스트레이터 자체는 벡터 방식의 프로그램이라 설정 같은 곳에서 화면 해상도를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를 우회하는 방안을 알려드리겠습니다.이는 실제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화면 스케일에 비해 지나치게 가는 선들을 렌더링하는 방법을 그대로 응용한 것입니다. 0.25pt로 그려진 라인을 모두 선택하여 0.5pt 굵기로 바꿉니다. 그런 다음 그 라인의 색상을 원래 색보다 흐린 컬러로 바꿔줍니다. 원래 선이 검은색이라면 회색으로, 빨간색이라면 핑크색으로 바꿔서 출력합니다. (흑백으로 출력한다면 그냥 검정을 회색으로 바꾸는게 좋겠죠) 그러면 선을 출력되지만 0.5pt의 원래 선보다는 흐리게 그려져서 약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럼 보는 사람도 원래 0.5pt보다는 가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워낙에 가느다란 선이라 그냥 감성적으로 그렇게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