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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0 :: 티맥스 윈도우.. 과연 어쩌려고..

7월 7일, 정말 몇 일 남지 않았는데요, 새로운 국산 OS가 첫 선을 보인다고 합니다. 금새 뜨겨워졌다가 지금은 조금 뒷북 치는 느낌도 드는 티맥스 윈도우가 그 ‘물건’입니다. 윈도우와 호환성을 보장하는 범용 토종 OS라는 왠지 ‘초강력 슈퍼 울트라 판타스틱…’과 같은 느낌으로 마케팅에 도움될만한 단어들만 조합해놓은 수식어구를 달고 있는 티맥스 윈도우. OS 하나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티맥스 측에서 내건 ‘위대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은 그에 걸맞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티맥스 윈도우의 공식 블로그에 달리는 만빵의 기대감을 표현하는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 왠지 마음 한 켠에 ‘그래 우리 나라도 이런 거 나와줘야지’하는 스스로의 기대감은 조금씩 뭔가 ‘이상하다’는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WIN32 와 호환만 되면 되는 것일까

티맥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MS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PC 환경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MS 윈도우를 대체할 일반 사용자용 범용 OS로 티맥스 윈도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음 의구심은 바로 저 한마디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MS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PC 환경이라… 물론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PC에 거의 99%에는 윈도 계열의 OS가 설치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주 원인을 찾기에는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겠지요. PC 메이커들이 하드웨어에 번들로 미리 OS를 설치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PC 사용자들은 컴퓨터를 살 때부터 원천적으로 MS의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용감하게 리눅스 등 다른 OS를 쓰려고 하면 윈도에서 쓰던 어플리케이션의 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론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MS를 다시 고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티맥스는 윈도용 어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OS를 출시한다고 이야기한 것일테구요.
하지만 티맥스 윈도우의 호환 문제는 다시 ‘OS뿐만 아니라 오피스 프로그램과 웹 브라우저도 출시한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문제의 양상이랄까 티맥스 윈도우가 처한 상황은 우분투 리눅스의 그것과 조금도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MS 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픈 오피스로 쉽게 옮겨갈 수 없는 이유는 오픈 오피스가 기능적으로 MS 오피스에 뒤지기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 UI가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는 ‘김프’ 역시 포토샵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역시나 상이한 UI로 인해 포토샵 사용자층을 흡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UI를 포토샵과 똑같이 만들어주는 ‘김프샵’이라는 녀석도 나왔지만 어도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요. 더욱 직관적이고 향상된 UI로 또 다시 멀리 도망갑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미 포토샵 5에서 포토샵에 필요한 기능은 거의 다 나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후 여러 가지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작업 효율을 높이고 여러 단계로 나뉘었던 작업을 하나의 기능으로 통합하여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발전해가는 것이 역력히 보이거든요. 어쨌든 티맥스는 기존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MS오피스 제품군을 대체할만큼 충분히 안정적이고 뛰어난 오피스 제품군을 준비한 것일까요?
가장 미심쩍은 부분은 윈도 어플리케이션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고 하면서 오피스 스위트와 웹 브라우저를 끼워서 출시하는 티맥스측의 태도입니다. MS 윈도우의 대항마가 되는 것을 자처하면서 ‘대체 프로그램’이라는 왜 가장 승산이 없어 보이는 쪽으로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제가 볼 땐 기존 윈도 사용자 층을 흡수하고자 한다면 ‘OS만 바꾸면 기존에 쓰던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고스란히 그대로 쓸 수 있다’라고 해야 맞는 것 아닐까요? (MS의 엑셀이 로터스를 그렇게 이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티맥스의 최고 관건은 WIN32 API와 얼마나 호환성을 유지하느냐에 대한  부분일 것으로 보입니다만, 티맥스 측은 ‘몇 %의 호환성을 구현했다’라거나 최소한 ‘이런 이런 프로그램들은 정상적으로 설치되고 또 실행된다’라는 목록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용자들은 도대체 뭘 믿고 윈도우 티맥스를 구매해야할 것인지…

멀고도 험난한 WIN32 호환의 길

윈도우가 아닌 다른 OS에서 윈도우용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리눅스를 예로 들어보자면 :  1)그냥 하나의 시스템에 2개의 OS를 설치하고 듀얼 부팅으로 간다. 즉 윈도우용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하면 시스템을 윈도우로 부팅하여 리얼 윈도우를 사용한다. 2) VMWARE와 같은 가상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리눅스 내에서 윈도우 전체를 구동한 다음 가상 머신을 통해 윈도우용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3)WINE과 같은 에뮬레이터를 사용하여 윈도우용 어플리케이션을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와 같은 방법들이 있겠네요. 하지만 이 모든 대안들은 ‘호환’이 아니지요. 따라서 티맥스 측의 주장대로라면 1) 기존 프로그램이 그대로 설치가 된다거나 2)별도의 설치 공간을 제공하여 그 곳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일종의 미들웨어가 그 하층부를 지원하여 티맥스 윈도우에서 seamless하게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네, 대략 멋집니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win32 호환 OS는 사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오픈 소스 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ReactOS가 바로 그것입니다. React OS는 자체적으로 WIN32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오픈 소스 OS로서, 1996년에 프리 알파 버전이 출시된 유서 깊고 전통있는 프로젝트입니다. 2009년 6월 현재 React OS는 여전히 알파 버전(0.3.9)에 머물러 있습니다.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지요, 티맥스에서 단기간에 이러한 WIN32의 호환성을 구현하는 작업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고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설령 그렇다고 할지언정 그에 대한 검증이 단 몇 년 사이에 가능할까요? 심지어는 윈도7에서도 하위 호환성에 대한 구현이 어려워서 가상화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S 측에서도 ‘돌아가는’ 길을 사용하고 있는데 티맥스가 이를 완전 지대로 구현했다고 하면 이건 그냥 닥치고 기립 박수 칠 수 밖에 없겠네요. 뭔가 WIN32를 에뮬레이팅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유일한 레퍼런스는 reactOS일텐데, ReactOS는 GPL을 따르고 있습니다. 설마 대형사고 치시려는 건 아니겠죠?

범용과는 거리가 있는 티맥스의 행보

토종 범용 OS를 만들겠다는 티맥스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들의 행보는 ‘범용’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공개’가 몇 일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그 흔한 스크린샷 하나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티맥스 공식 블로그에서는 ‘티맥스 고딕’이라는 폰트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스크린샷의 공개가 마케팅 전략과 맞닿아 있어서 공개가 꺼려진다면 최소한 우리는 이렇게 만들었다라고 개념 정도는 설명할 수 있는 아키텍처 구성도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한 것도 전혀 없이 2009년 상반기에 ‘출시’하겠다고 하다가 이제와서 7월 7일에 ‘공개’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도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결국 이러한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닌지 많은 분들이 ‘티맥스윈도우’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고 심지어는 ‘그냥 vaporware인 것 같다’, ‘티맥스 윈도우라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정상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을 모두 가려놓고 꽁꽁 숨겨놓기만하는 티맥스의 전략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이야기가 ‘그럼 하드웨어 드라이버는 어케 하고 있는거냐?’ 라는 의문이며,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가능성을 두고 본다면 ‘결국 티맥스 윈도는 허상’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데, 나름 신뢰가 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네이버에서 활동하시는 안재우님께서 잘 정리하신 글이 있습니다. 게다가 몇 달 전에는 이런 이슈에 티맥스가 휘말린 (것인지 자초한 것인지) 적도 있습니다. (>> 관련기사 : 티맥스·큐로컴 ‘진실게임’, 진흙탕 난타전으로 흘러) 이번 건과 관련해서는 제발 대형사고는 안 치시길…

그렇다면 공공기관용 OS?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려하면 할 수록 점점 안개속으로 걸어가는 느낌입니다만,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분명 ‘티맥스 윈도우’는 그 실체가 있는 OS일 것 같습니다. 리눅스가 되었든 FreeBSD가 되었든 기존에 존재하는 커널을 기반으로 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과 웹 브라우저를 번들로 제공하게 될 것이며, 어느정도 제한적이든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든 (그것이 WINE이라 할지라도) 윈도우용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OS가 과연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한 범용 OS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티맥스 윈도우가 출시되었고, 제가 제품을 구매했다는 가정하에, 티맥스 윈도우가 개인용 OS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호환성 관련
    1. 단순히 실행이 된다고 호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티맥스 윈도우를 설치하기 위해서 하드를 포맷해야 한다면 전 구매할 의사를 접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티맥스 윈도우는 윈도XP/비스타 기반에서 실행되는 (혹은 라이브 시디 형태의)인스톨러를 가지고 있고, 이 인스톨러는 매우 ‘방대한’ 호환 가능 제품 목록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한 티맥스 윈도우를 설치하고 나면 프로그램의 재설치 없이 제가 설치해 놓은 프로그램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WIN32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2. 위 1-1이 중요한 이유는 프로그램 호환 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의 사용환경 세팅값 및 작성 문서 등의 사용자 데이터에 대해서 완전히 고스란히 사용하거나, 적정한 마이그레이션 도구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업무 기록’이 되는 메일함 등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사업장에서는 결코 티맥스 윈도우를 사용할 일이 없겠지요. (물론 티맥스의 오피스 스위트는 기존 MS 오피스 와 오픈 오피스의 문서 포맷을 잘 지원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결국 프로그램 호환을 보장한다고 하면 필수적으로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범위의 사용자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필수입니ㄷ.
    3.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환성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 대한 호환성도 보장해야 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티맥스가 ‘잘 알아서 하고’ 있겠지만, 단순히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지원하는 것 외에 게임을 위한 DirectX나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NET Framework도 설치가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몇 몇 업무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은 .NET Framework 1.1을 필요로 하니까요)
  2. 성능 : 티맥스에서 자체 제공하는 오피스 및 브라우저의 성능은 어느정도 튜닝을 하겠지만, ‘호환되는’ 윈도우용 프로그램의 성능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는 OS를 업그레이드했지만, (티맥스 윈도우는 최소한 XP보다는 더 좋은 제품이길 바랍니다) 그 이후 전체적인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면 난감하겠지요. 하지만 이런 성능까지 티맥스에게 보장하라고 하면 티맥스측은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티맥스가 억울해하면… 네, 지는 겁니다.

이래 저래 리스트를 뽑아 보려다가 포기했습니다. 분명 ‘티맥스 윈도우’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지만, 티맥스 측에서 그 모든 것을 맞추기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막말로 개인용 OS가 되고 싶다면 티맥스 윈도우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좀 나간다는 온라인 게임들 돌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게 안된다고 하면 티맥스가 노리는 곳은 바로 ‘공공기관’일 것입니다. 그 제품의 퀄리티가 어쨌든 간에 우선 ‘국산OS’로 제대로 이미지를 인식시켜 주기만 한다면 MS윈도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값이라도 충분히 공공 기관용 OS로 채택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커 보입니다. (심지어는 무료에 안정성까지 검증 받은 우분투보다도 훨씬 더 쉽게 말입니다!) 아마 그런 수순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가정하면 저렇게 일반 사용자에게 정보를 알려주지도 않고 그저 ‘토종 OS’라는 마케팅 용어만 남발하고 있는게 조금은 납득이 됩니다.
설령, 티맥스가 공공기관용 OS를 넘보고 있다고 하면, 글쎄요 지금처럼 그냥 마음속으로 소심하게 응원해서는 왠지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IT 업계(특히 대형 SI)에서 종사하시는 몇 몇 분들 혹은 몇 몇 업체들은 공공 기관 관련한 사업으로 나오는 돈을 그저 ‘눈 먼 돈’으로 생각하고 거저 먹으려는 습성들이 있으시던 것 같은데, 그거 정말 그러면 안되는 겁니다. 아무튼 티맥스 윈도우…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우려는 단순히 티맥스 윈도우라는 제품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는 우리 나라 IT 환경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티맥스측 담당자들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운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것이 그저 ‘마케팅 잔치’로 소비되는 것 같은 지금의 분위기는 그걸 바라보는 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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