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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4 :: 트랜스포머2를 보든지 말든지…

배후가 있을 법한 불온한  이슈

자고 일어나면 이슈가 생겨서 블로고스피어가, 아니 온 대한민국이 시끌 벅적한 요즘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별 건더기도 없는 이슈에 대해서 들끓는 게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 ‘트랜스포머2’의 홍보를 위해 마이클베이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서울을 ‘잠깐’ 들렀다가 간 사건 때문입니다. 사실 사건이라고는 하기 참 뭣하지만 뭐랄까 이 걸 바라보는 입장에는 온통 구린 느낌이 가득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가시지 않으니 뻥뻥 터지는 (미국은 너무 터뜨리지 말라고 화도 내고 있는데)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그 기원과 출처가 불분명하고 역시나 이슈 꺼리가 되기 힘든 청담동 클럽 사진들에 주지훈 마약 사건까지. 물론 그냥 느낌입니다만 그냥 어거지로 만들어내는 떡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물론 여기 저기서 이 떡밥 덥썩 물고 포스팅 풀어내는 블로그들도 참 많았으니, 어찌보면 (한 곳으로 생각되는) 이 이슈들의 소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아무튼 이슈가 안될 꺼리를 굳이 이슈화 시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트랜스포머 방한 사건의 개요는 대략 다음과 같더군요

  1. 마이클베이 감독과 제작진들이 일본에서 열린 대형 시사회에 참가했다.
  2. 일본은 조낸 성대하게 시사회를 치렀다.
  3. 근처 일본도 오고 했으니 일정에 없이 서울을 잠깐 들르기로 했다.
  4. 그래서 감독이랑 주연 배우만 잠깐 들렀다.
  5. 근데 오기로 한날 비가와서 기자들이랑 팬들이 비를 맞고 기다렸고, 그들은 지각을 했다.
  6. 샤이아는 심지어 줄곧 주머니에 손꼿고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7. 그리고 다음날 공식 일정까지 지각하고 포토월 시간도 별로 안 준 채 휭 가버렸다.

그래서 ‘일본이랑 차별하냐 시방새들아, 드러워서 너네 영화 안 봐. 여러분도 같이 보지 말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몇 몇 블로거들이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여기에 ‘낚였거나 그냥 열폭한다’고 밖에는 생각하기 힘드네요.

  1. 원래 일정에 없었던 한국 방문인데 갑자기 일정을 잡고 들어온 거 아니냐.
  2. 트랜스포머 원작이 일본이니 영화사에서도 의미를 크게 두었겠지. 일본쪽에서도 준비 많이 하지 않았던가.
  3. 방한 비용은 수입/배급한 업체에서 지불했을테니 감독하고 주연 배우만 오라고 했겠지. 솔직히 주연이랑 감독 말고는 그리 인지도 있는 것도 아니고.
  4. 비도 오는 날에 비행기 도착시간에서 무대 인사까지 3시간 밖에 여유가 없더라. 이런 걸 주최측의 농간이라고 한다. 손님들을 퀵으로 배달하리?
  5. 비가 오는 것도 그들 탓인가? 애초에 실내를 장소로 잡았다면? 게다가 샤이아군 사회자인 유상무씨한테 우산 쓰라고 건네주고, 마이클 베이 감독도 유상무 옷에 물기 털어주더라.
  6. 미쿡 애들 교장선생님이나 회사 사장이 불러서 깔 때도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다. 그거 걔네 문화권에서는 불손하니 어쩌니 할 시선이 아니다. 이거 갖고 뭐라 그러는 기자들이 있던데 100% 열폭이다.
  7. 넉넉하게 일정을 준비하려면 애초에 수입사에서 준비하고 마라마운트랑 협상했어야지.

그러면서 영화에 대해서는

그렇게까대면서 영화 자체를 까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보지 말잽니다. 그네들 방식으로 똑같이 이야기해보자면, ‘너네는 공짜로 영화봤으니 됐다 이건가? 그러면서 걔네들이 너네 무시하는 거 같으니까 그것도 기사라고 싸질르는 너네 신문은 신문이냐? 진짜 최악이다’ 라고 할까요.
어차피 영화가 개봉하면 1편과 기타 예고편들로 기대감 충만해진 관객들은 극장을 찾을 겁니다. 이 이슈가 기자들의 투정이 됐든, 경쟁 영화사의 저열한 알바 공작이 됐든 볼 사람들은 영화 보겠지요. 수많은 연인들과 SF 영화 팬들이 6월말에 찾을 곳이 극장 말고 더 있겠습니까. 문화 주권 운운하며 이 사건을 기사화하고 글을 써 대는 기자님들, 문화 산업의 미래와 문화 주권을 걱정하는 당신들이 한국 영화계의 토양을 좀 먹는 ‘맨데이트’, ‘4요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그냥 덮어주고 또 별 소리 안하는 것은 괜찮고 포토월 시간 짧게 주고 기자회견 늦은 외쿡인들 까는 건 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 하루 하루 바쁘고 기사거리도 시원찮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거창하게 언론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말하기 전에, 월급 명세서가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기본은 지켜 주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