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9 :: YouTube의 인터넷 실명제, 구글의 초강수

이미 많은 분들이 발행하신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실명제를 요구하는 정부의 막가는 정책에 대항하여 구글이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한국’으로 국가를 설정하면 댓글을 달거나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없도록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유튜브의 개인 정보 설정에서 국가를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설정해도 언어 옵션은 여전히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어쨌거나 이미 많은 분들이 유튜브 상에서의 한국 국적을 버리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일말의 망설임없이 한국 국적을 ‘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어제까지는 정말이지 먼저 포기하는 한 쪽이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상태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는데요, 대체적인 예상 (구글 코리아가 벌금 좀 물어준 다음,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다)을 깨고 구글은 정말이지 초강수를 두면서 위기를 빠져나왔습니다. 결국 한국 지역의 업로드를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했으니, 어쩌면 한국에서의 유튜브 서비스를 접은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만 여전히 컨텐트 및 광고의 노출은 유효하므로 공식적인 사업 철수를 했다해도 그리 손해볼 일이 없고 외부에서의 시각도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도의 평가를 내릴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구글과 한국 정부에 쏠렸던 전 세계적인 비난의 화살을 가볍게 한국 정부에게 돌려버렸습니다.

정부로서도 이번 구글의 결정은 매우 당혹스럽게 느껴질 듯 합니다. ‘거 봐라 글로벌 기업의 대표인 구글도 우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욕심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으니 꽤나 기분이 많이 상했을 듯 한데요. (아무리 봐도 이 정부가 삽질을 해대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 봐라 내가 이거 했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욕심이 그 근간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단지 기분 탓이겠죠?) 아무튼 구글에게 한 방 먹은 한국 정부가 무슨 변명을 내놓을지가 사뭇 궁금해집니다만, 이미 네이버와 다음을 장악한 것과 다름없고 일개 변방 블로거들까지 잡아들일 구실도 갖추었으니 제 예상으로는 그냥 ‘우리가 언제 구글을 갈궜다고 그러냐, 우리는 비즈뉘스 후렌들리하고 글로벌한 정부라서 여전히 구글과 친하다’며 계속해서 아랑곳 않고 여기 저기 계속 민폐끼치면서 돌아다닐 듯 하네요. (아 그러다 구글이 한국에서의 접속을 막아버리기라도 하면 정말 난감한데;;;)

정말이지 이 시대 이나라에 살고 있는 현실 그 자체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안 그래도 인생이 마른 입에 뻑뻑하게 굳은 빵 먹는 것 같은데, 기분 좋아질만한 일이라곤 없군요.

(* 오늘은 날이 날인 만큼 css를 잠시 내려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