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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2 :: KBS 너네 진짜 이럴래?

날씨도 무척이나 찌뿌둥 하고 바깥에 나가서 바깥 바람을 쐬는 일도 황사 때문에 고역입니다만, 배는 고프니까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밥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언제나 주말이면 이용하는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몸도 별로 안 좋고 하다보니 입맛도 별로 없더군요. 사실 그리 음식이 맛있는 식당도 아니고 해서 얼른 먹고 나가려고 정말이지 꾸역 꾸역 밥을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당에 켜 놓은 TV에서 ‘잠시 후 뉴스 속보가 이어집니다’ 라는 자막이 보이더군요. 음… 또 뭔가 사고가 터지거나 우리 나라 경제 타격을 입힐 만한 큰 이슈가 생겼거나 아니면 전쟁이 났나보다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송 중이던 KBS 동행이 끝날 때 까지 뉴스 속보가 기다리더군요. 낌새가 좀 이상했습니다. 드디어 시작되는 뉴스 속보 오프닝(?)… 낌새가 이상한 레벨을 지나 구린내가 팍팍 나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일어나는 사람들도 멈춰 서서 무려 정규 방송을 제치고 나오는 속보가 무엇인지 숨죽이고 기다리더군요. 그런게 그게 겨우 ‘강호순 처/장모 살해 시인’ 이었습니다.
달가워 하든 안하든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지금 우리 사회의 큰 이슈인 것 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규 방송을 잠깐 미루고서라도 밝혀지고 드러나야 하는 이슈라는 데는 좀 의구심이 생깁니다. 네 진정으로 강호순은 죽어 마땅한 나쁜 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강호순은 검거 되었고 더 이상 강호순으로 인한 추가 범죄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현장 검증 중에 사람을 해치고 도망을 갔다거나 하는 뉴스였다면 이제 또 누군가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니 그건 중요한 뉴스가 되겠죠. 하지만 도대체 강호순이 뭐길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역시 MB방송 KBS는 다르군요.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지존파 이후, 최고의 관심을 받는 강호순. 이러한 높은 관심은 대다수의 국민 스스로가 보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확대 재생산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비단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얼마전 청와대에서 발송했다는 ‘우편’도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못난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직도 누군가가 누군가를 끔찍하게 죽인 후 잡혀서 어떻게 벌을 받는지가 그렇게 궁금한 가 봅니다. 아무래도 이미 잡혀버린 신세의 강호순은 동물원 우리속의 사자와 같이 자기 자신한테 더 이상 해코지를 못할 것이라는 그런 생각들도 그 바닥에는 깔려 있겠지요. 하지만 더 끔찍하게 여겨지는 사실은 그보다 더 나쁜 놈들의 입을 통해 강호순에게 온갖 관심을 돌려 놓은 사이, ‘더 나쁜 놈’들은 바로 이런 못난 대한 민국 국민들에게 몰래 해코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싸이코패스라는 말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는 식의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게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미국에서도 ‘정신병’으로 판정을 받으면 살인과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지 않습니까. 하지만 싸이코패스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들은 미친게 아니라 그냥 원래 나쁜 놈인 겁니다. 나쁜 게 나쁜 거라는 걸 알지만, 그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를 입을 사람이 생긴다는 사실이 빤하게 보이지만 전혀 괘념치 않는 사람들. 착하고 순하기만한 순둥이들의 눈에는 그들이 어디 정신적으로 아프고 문제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못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뿐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얼마전 강호순 지지 카페가 생겨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오히려 그들은 순둥이들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 앉아 그런 심리를 이용하려 합니다. 
KBS의 이런 강호순 띄워주기는 저열한 정치적 목적을 띄는 것이 너무나 뻔하게 드러나보이지만, 정작 강호순 본인은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사형을 받게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분명히 자신의 자서전을 낼 것입니다. 그는 긍적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을 무시하자면 지금 김연아를 누른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입니다. 돈이면, 땅이면 나라도 팔아넘길 사람들이 득실 거리는 이 더러운 나라에 돈 생각에 군침 흘리면서 그의 자서전을 펴내줄 출판사도 줄을 설 것입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더 이상 밥이 넘어가질 않아서 그냥 숟가락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강호순이 싸이코패스라고? 강호순만 싸이코패스일까? 
싸이코 패스가 너무 많습니다.
떠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