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기계들 – 02

삶을 바꾸는 기계들 – 02

사실 이 일련의 글들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이 기계때문이다. 성격상 이 시리즈의 **”끝판 대장”**쯤 되는 것이긴한데, 사실 시리즈 전체에 대한 구상 따윈 없으니 생각난 김에 쓰는 것으로 한다. (이게 마지막 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용시의 노하우 같은 건 검색해보면 얼마든지 있으니, 여기서는 따로 다루지 않기로 한다.

식기세척기

어느날 아내가 물었다.

“빨래는 세탁기에 돌리고 청소는 진공청소기, 로봇청소기로 하면서 왜 식기세척기는 아직까지 많은 집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걸까?”

조..좋은 질문이다. 나는 생활과학을 전공한 남자니까 이런 좋은 질문엔 조목조목 답을 해주기로 한다.

  1. 크고 아름답비싸다. 물론 6인용의 작은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이런 건 냄비 하나와 프라이팬 하나를 같이 씻기 힘들 정도로 작다. 2단으로 된 12인용의 경우, 비싸다. 그러면서 고작 설거지하자고 저 비싼 기계를 사는 것은 그냥 사치인 것이다.
  1. 자동세차마냥 못 미덥다. 딱 자동세차가 주는 그 인상 그대로 식기세척기가 씻어봐야 얼마나 잘 씻겠냐는 거다. 실제로 세척이 끝난 식기에 세제 거품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1. 고작 설거지에 기계를… 앞서 세탁기 이야기를 할 때는 세탁기가 없던 시절 빨래의 가혹함에 대해서는 많은 주부들이 경험적으로 혹은 전해들어서 알고 있는데 반해, 설거지는 그릇깨먹고 소박맞아 쫒겨나는 케이스를 제외하면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생활 미션인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고작 설거지하는데 미덥지 못한 식기세척기를 그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게 왠말이냐”라는 시어머니적 마인드가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식기세척기 대중화의 걸림돌인 것이다. 물론 가격대가 팍 떨어지면 이런 인식도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식기세척기를 살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기세척기를 사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서 열거한 저 이유들이 그냥 “편견”일 뿐이라는 점이다. 아, 물론 비싼 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식기세척기가 제공하는 가치가 그 가격을 넘어선다고 수긍할 수 있다면 식기세척기는 한 번 시도해볼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기계는 그 잘난 스마트폰보다는 싸다)

먼저 식기세척기를 처음 돌렸을때의 감회를 떠올려보노라면 대충 닦이는 건 절대 아니다. 고온의 물을 높은 압력으로 뿌려서 그릇을 씻기 때문에 세제묻혀서 박박 닦는 손설거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닦인다. 그릇에 묻은 게 음식찌꺼기이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씻어낼수록 좋은데, 싱크대에서는 이렇게 뜨거운 물이 나오지도 않거니와, 7-80도의 물이면 제아무리 고무장갑을 껴도 오래 설거지하기는 힘들다.

특히 눌러붙은 부분은 감동적으로 말끔히 지워지더라.

그럼 잔존 세제나 간혹 안닦이고 남은 찌꺼기는? 그것도 그럴 수 있는데 식기세척기는 밑에서 물을 쏘아 올려서 씻어내기 때문에 그릇 위쪽이나 바깥쪽에 세제 거품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행궈주면 된다. 그리고 찌든 부분이 남아있는 경우에도 이미 고온의 물에 의해 불려져있어서 역시 헹궈주면 씻겨나간다.

두 번째로 설거지가 만만한 일인가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적어도 설거지는 적은 시간이 드는 일은 아니다. 우리집의 경우, 두 사람이 차려먹는 한끼 식사와 아기 이유식을 만들고 먹이면서 생기는 그릇과 식기가 거의 끼니마다 생기는데, 이를 싱크대에서 모두 처리하는데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린다.

손님이라도 오는 경우에는 바로 설거지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이때 설거지거리의 양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한끼 설거지가 쌓이면… 우리집엔 그릇이나 수저가 많이 없어서 밥을 해먹을 수가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한다.

우리집에 집들이를 오신 토마스와 그 친구들은 특히나 공감하실 듯. 우리집 집들이 공지는 “개인포크 지참”이었음.

밥하면서 설거지하고 먹고 또 설거지하고… 하루에 설거지에 소요되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아기가 있으면 설거지하는 동안 아기를 혼자 놔두기도 애매하다. 가만히 누워있는 갓난쟁이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일어서고 걷기에 재미들리는 시기가 온다면 엄마는 아기 땜에 설거지하기 힘들고 결국 다음 이유식 끼니에는 패닉이 오게 된다.

하루에 들어가는 시간을 합산해볼 때, 식기세척기의 1회 동작시간인 70여분은 그래도 손으로 하는 것보다는 적은 시간이며, 그릇을 채워넣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 이상의 시간이 오롯이 주부의 것이 된다. 물론 이 시간에 대한 비용으로 식기세척기 값과 비교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전기와 물

전기야 뭐 좀 쓴다. 하지만 이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몸이 고되고 시간들이고, 또 그시간동안 아기를 혼자둬야하는 것들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누진세가 무섭긴한데 4인가족 기준 매일 쓰는 것으로 한달에 5000원 정도 더 붙는다고는 한다.

물은 확실히 적게 쓴다. 한 번에 15리터 정도였던가…. 만약 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경우라면 120리터 정도를 쓰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도세는 되려 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제품 선택의 포인트

용량

6인용이 제일 작고 요즘엔 8-9인용도 있는 듯하다. 이정도 사이즈면 싱크대위에 올라가는데, 넣을 수 있는 양이 좀 작다. 보통 12인용을 많이들 추천함.

브랜드

어디선가 본 기사에서 동양매직이 젤싼데 성능은 제일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집도 동양꺼 삼.

기능

12인용의 경우 반만 넣고 돌리는 부분세척 모드가 있는 걸 사는게 좋다. 여기에 식기를 가득 채우려고하면 결국은 설거지를 쌓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외에 편의 기능들은 불림같은 건데 왠만하면 다 있는 것 같다. 사실 가격보고 결정한 거라 기능은…

사용시 유의사항

설치기사분이 잘 설명해주겠지만 수저통. 수저통에 젓가락을 잘 넣어야하는데 이게 밑으로 빠지면 아래쪽에서 돌아가는 분사구에 걸려서 고장이 난다고…

감상

G시장에서 샀는데 판매자가 패기넘치게 내 핸드폰 번호를 010-1111-1111로 입력해서 설치 스케줄을 못잡고 결국 동양매직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간신히 설치. (그나마 설치기사분이 혹시나 싶어서 출고를 해서 가져나온 날이라 전화한 당일 설치가 되었다)

서두에 이야기한 아내의 질문에 공감하게 되었다. 심지어 사두고도 안쓰는 집도 있다던데… 식게세척기는 하루 한 시간의 마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라면 혼수에 꼭꼭 식기세척기를 포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