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기계들 – 01

삶을 바꾸는 기계들 – 01

아주 오래전부터 집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의미가 잊혀지는 존재들이 있는데, 그건 다름아닌 가전 제품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지는 고작 3-4년 밖에는 안됐지만, 이 기계는 마치 전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다고 평가 받는 반면 가전 제품들은 (물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여러 가전 제품들이 **보편화**되기는 한다) 우리의 삶의 질을 충분히 향상시켰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못 받고 있다.

지금부터 이어질 몇 편의 글은 이러한 가전 기기들의 의미를 재발굴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최근에 새로 사들인 가전 제품 지름에 대한 변명이자, 내 나름대로의 리뷰가 될 것이다.

드럼세탁기

세탁기는 그 형태로 미국식 통돌이 세탁기와 유럽식 드럼세탁기로 나뉜다. 뭐 드라이클리닝머신도 세탁기는 세탁기지만, 이건 일반 가정에 아직 제대로 보급이 안되는 것이니 패스하고. 유럽은 물이 귀하거나 혹은 석회 함량이 높아서 빨래에 쓸 만한 물의 절대량이 부족한 곳이 많다. 그래서 물을 적게 쓰는 드럼 세탁기의 점유율이 매우 높았다. 물론 드럼세탁기는 그만큼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단점도 존재했고, 한 때는 드럼식 세탁기와 통돌이식세탁기는 일장일단을 가진다는 식으로 많이들 비교 됐었다.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도 드럼세탁기가 조금씩 퍼지기 시작(좀 있는 집들을 대상으로)했는데, 사실 드럼세탁기는 물을 적게 쓴다는 것 외에도 옷감의 손상이 적고, 장마철과 같은 때에는 건조까지 한 번에 할 수도 있으며, 정면에서 세탁물을 투입하기 때문에 위쪽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게다가 무거운 빨래를 높이 들어올려 꺼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최근의 세탁기는 그 모터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이 정교해지면서 통돌이 세탁기도 옷감의 손상을 줄이고,세제와 물을 적게 쓰는 형태로 발전해왔다.(고 추측해 마지 않는다) 하지만 공간의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로 많은 오피스텔이나 원룸에서는 별도의 공동 세탁실이 없는 이상, 빌트인으로 드럼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는 집이 많다.

우리 부부가 새 세탁기를 사기로 결심한 사연은 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이사를 하면서 아내와 일전의 약속했던 걸 꼭 지키려고 17kg짜리 드럼 세탁기를 샀다. 드럼세탁기의 가격대는 많이 내렸다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만원을 훌쩍 넘는 가전을 사는 건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리고 세탁기 설치 이후에 몇 번의 사용 경험은 “역시 비싼 가전은 그 값을 하는 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전에 살던 집의 세탁기의 작은 용량이 한이 되었던 경험때문에 원래는 20kg급으로 무조건 큰 걸 살라고 했었는데, 결국 17kg짜리로 구매했다.

제품 결정의 포인트

뭐, 세탁기를 사자고 결정할 때부터 브랜드는 마음속에 정했었고, 용량도 일단은 큰 걸로… 였던 상태라 거의 별로 고민이 없었는데, 17 vs 19 사이에서 고민은 잠시 했다.

과연 19kg짜리 세탁기에서는 빨 수 있고 17kg짜리엔 안들어가는 게 뭘까.

생각이 안났다. 단순 계산으로 이불 두 개를 한 번에 빠는 게 문제랄까. 하지만 그렇다면 19kg짜리도 제대로 세탁은 안되겠지. 게다가 17kg급은 크기가 작지만 “침구케어” 기능이 있었다. 뭐 스팀 살균이겠거니 싶었는데, 아기 이불이라면 그래도 종종 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17kg짜리로 결정했다.

사용기

뭐, 대만족이다. 세탁 성능도 좋았고, 전기세가 무서워서 건조는 아기 빨래 조금을 돌려보았는데 보송보송 좋았다. 이사한 그 주의 주말에 아기 이불을 침구 케어로 돌려보았는데, **완전 대박**이다. 엄청 보송보송해지고 따뜻한 이불이 되어 나온다. 마치 햇볕에서 말린 거 같은 느낌. 뭐 스팀의 살균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체감하는 보송함은 최고.

예전에 쓰던 빌트인 세탁기는 작고 (아마도 제일) 싼 모델-건조기능이 없었다-이었지만 세탁코스도 뭐 거의 비슷하긴하다. 대신에 아기옷 전용 코스가 있는데 이게 제법 쓸만하고 소량의 세탁을 빨리 돌리는 기능도 아내의 말에 의하면 상당히 쓸모 있는듯. 그외에 행주 외에는 뭐 삶는 빨래는 없긴 한데,소량 삶음이나 스팀 살균 같은 건 본격 장마철이니 좀 쓸모가 있겠다 싶은 정도.

모터

모터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같은 방식의 모터가 사용돠는 걸로 알고 있고 그 보증 기간도 10년인점은 삼성이나 엘지가 같다.

설치

모터보다 중요한 것은 설치. 설치가 안정적으로 잘되는 것은 드럼세탁기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제대로 설치가 안되면 동작시에 흔들림이나 진동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여파로 모터의 동력을 드럼으로 전달하는 계통이 파손될 수 있다. ‘덜덜덜’ 거리다가 어느날 갑자기 헬기소리가 나면 세탁기가 사망하는데, 이 때는 모터 이상은 아니므로 수리비가 발생할수 있다. 특히 이사시에는 정식 서비스센터에 요청해서 철거 >재설치 과정을 의뢰하는 게 좋을 듯.

감상

세탁기가 없던 시절에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에게 빨래는 아주 고된 생활의 미션이었을 것은 분명하다. 겨울철 얼어있는 냇물을 깨고 찬물에서 방망이로 두드려가며 빨래를 하는 장면은 요즘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혹한 작업이다. 세탁기의 보급은 처음엔 우리 어머니들을 이러한 고문에서 해방시킨 역할을 했는데, 요즘의 세탁기들은 조금씩 침구나 아기옷들에 관심을 보이고 “빨래를 대신해준다”는 개념보단 “옷을 관리해준다”는 개념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혼자사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불빨래나 큰 빨래는 차라리 코인 세탁으로) 신혼 살림을 준비한다면, 그리고 아기를 맞이할 예정이라면 드럼세탁기는 큰 걸로 살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침구 케어 기능 있는 거 꼭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