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9 :: 뜨거운 것이 좋아

한국 영화의 작은 다이제스트

* 본 포스팅의 제목이나 내용은 영화의 평점과는 큰 관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sooop’s 평점은 별 1개 반입니다.

‘텔미열풍’의 주역인 원더 걸스의 안소희가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아기자기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성층을 정말 끝까지 겨냥했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엄청나게 풍겨와서 가히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어쨌든 대놓고 여성층을 겨냥한 영화인 만큼 여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느냐 하는 점에서 이 영하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본 영화는 다음의 면에서 극장가를 쉬이 찾기 어려웠던 여성층 관객을 공략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1. 다양한 장르의 혼합

기본적으로 멜로 영화의 틀을 타고 흐르는 영화의 형식은 여러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스릴러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추격자’와는 달리 김민희-김흥수, 김민희-안소희 간의 강력하고 파워풀한 액션부터 시작해서 김흥수의 스토커 행각을 비추는 사이코 스릴러와 같은 요소도 갖추고 있고, 이미숙의 캐릭터가 갖는 직업 때문에 좋든 실든 동원된 공연 씬 (실제 공연중 장면은 다행히 없습니다) 으로 뮤지컬 영화의 냄새도 약간 베어있으니 말이지요.게다가 ‘앞으론 만나지 말자’에 담긴 것과 같은 기가 막힌 반전(정말 기가 차거나 막힘)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 입니다. 네 죄송하네요.

2. 친절한 편집

영화는 또한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본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이 조금 안되는 114분 가량. (통상 영화 상영시간에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의 시간이 포함된다고 하니 약 110분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늦은 시각에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1시간 30분 정도 시점부터는 거의 대서사시 한 편을 본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감독의 대단한 센스는 이 시점부터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30분 가량의 분량은 모든 장면이 마지막 장면인 것 처럼 페이드 아웃됩니다. (화면의 느낌이나 나레이션이 모두 마지막 장면의 그것과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이미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으니 나고 싶으면 그 타이밍을 취사선택해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감독과 영화사의 배려가 눈물 겹군요. 게다가 이러한 전략이 성공한다면 영화는 하나의 버전으로 다양한 결말을 이끌어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감독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군요

3. 전형적인 개성적 캐릭터

하지만 이에 비해서 캐릭터들은 하나도 개성이 살아 숨쉬지 못합니다. 이미숙씨는 이름값을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김민희는 연기도 많이 좋아지고 참 예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한 극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지만) 캐릭터 자체의 개성은 빵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그리 현실적이지도 않아 공감을 이끌기도 어렵습니다. 김민희의 연애사를 정리하노라면 그저 ‘베스트극장’ 한 편으로 정리하면 딱 좋을 정도인 것 같더군요. 게다가 안소희 양은 정말 안나오는게 나을 뻔 했어요. 극의 리얼리티를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내는 역할인 동시에 (이것은 안소희 양의 잘못이 아닌 캐릭터 설정 자체가 너무 쫌 그렇다는 겁니다) 그 친구 덕분에 상대적으로 너무 남자 같아요. (그런데 그 친구… 전화번호라도 혹시 어떻게 하악…) 너무 빤한 캐릭터 몇 명에 그 주위 인물 (절대적으로 많지 않음, 연애 상대 정도 밖에 등장하지 않음)로 얼렁뚱땅 만든 영화라는 점이 너무나 뻔한 수작으로 보일 수 밖에요. 게다가 이러한 설정은 감독의 전작인 ‘싱글즈’와 거의 흡사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만, ‘싱글즈’의 성공은 톡톡 튀는 것 처럼 보여도 사실은 평범한 젊은이들의 캐릭터가 쉽게 공감이 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지요. 설마 많은 관객들이 싱글즈의 장진영보다 엄정화의 캐릭터에 공감하고 환호를 보냈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아무튼 이래저래 야밤에 영화는 보고 싶은데 딱히 (시간이 너무 늦어서) 갈 수 있는 극장이 없어서 그냥 보았던 뜨거운 것이 좋아의 감상평을 마칩니다. 주말엔 좀 쉬면서 예전에 거의 자면서 봤던 ‘바보’의 리뷰라도 한 번 써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