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1 :: 원스어폰어타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추운 설 연휴, 집에서 먹고 자는 것도 지겹고 그보다도 장가가라 선보라는 잔소리 듣기 지겨워서 나보다 더 큰일난 동갑 내기 사촌 아가씨와 무작정 극장으로 내달렸습니다. 설 다음 날이라 그런지 평소에 휑하던 마산 시내가 돈 쓰러 나온 어린 것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더군요. (하기사, 설 당일에도 커피숍에 자리가 없었군요. 터미널 근처라 다르긴 좀 다른가 봅니다.)

어쨌든 전 설 대목을 앞두고 (사실 지난 추석때도 그랬고, 한국 영화의 명절 대목은 이제 사라진 거 같군요. 자업자득이지요…) 개봉하는 영화들은 하나 같이 그다지 볼 만한 게 없었습니다.초 기대작인 ‘점퍼’의 경우에는 애석하게도 (그래봐야 내일 모레지만) 설 연휴의 다음 주에 개봉하고, 역시 만만치 않게 기대하고 있는 ‘추격자’도 (이건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2월 14일로 개봉을 잡고 무려 ‘점퍼’와 정면 승부를 펼치려고 하더군요. 이래저래 당장 볼 만한 것들이 없는 판이 짜여있기는 했습니다만, 유독 하나의 영화에만은 이상하게 관심이 갔습니다. 그게 바로 ‘원스 어폰 어 타임’입니다.

배우 박용우

제가 이 영화에 관심을 두는 유일한 이유는 배우 박용우때문입니다. 직업 킬러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를 연기했던 전작에서의 그 능글능글한 연기가, 어쩌면 연기가 아니라 본인의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밀착된 느낌을 보여주었기에 썩소를 품고 있는 이번 영화의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일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의 전작의 참기름 넘치는 기름진 웃음을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서, 뚜껑을 열어본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만족반실망반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고, 칭찬해줄만한 부분도 많았지요. 일부 언론에서는 (분야가 뭐가 됐든 이 나라는 언론이 문젭니다. 물론 영화 안보고 보도자료 만드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제발 좀 짤라 주세요.)  한국판 ‘인디아나 존스’나 ‘내셔널 트레져’가 될 거라고 침을 질질 흘려가며 선전을 했지만, 그런 걸 기대하고 갔다가는 땅을 치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제법 간결한 편이고 길지도 않습니다. 물론 역사속의 가상의 보물을 차용한 아이디어는 (뭐 그건 사실 ‘한반도’에서도 써 먹었지 말입니다.)  그리 참신하지는 않고 마지막의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부분도좀 식상합니다. 다만 영화의 전체 이야기가 단 몇 일사이의 이야기라 스토리 자체는 꽉 짜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갈등이 계단식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양방향의 성격을 띄지 않아서 그리 골치 아프지도 않지요.

그런점에서 적당한 스케일의 적당한 명절용 코미디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수준에서의 영화의 전반적인 모양새는 여느 명절용 코미디 (그것도 정말 저예산으로밖에는 만들 수 없는 ‘ㅅㅅㅂㅇㅊ’ 등등…)와 비교를 거부할 만큼 매끈합니다.

하지만 역시 최대 실망스러운 점은 박용우의 캐릭터가 중반에는 거의 부각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야기에 살을 조금만 매끄럽게 잘 붙였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이야기는 ‘살’이 붙기 보다는 ‘가지’를 만들어 뻗어나가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초반 액션과 결합된 성동일 아저씨와 그 메마른(?)아저씨의 개그는 ‘작렬’이라는 말을 써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만,  조연들에게 너무 비중을 두는 나머지 주연이자 이 영화가 가장 밀어야할 캐릭터인 박용우 오빠에게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역전까지 벌어집니다. 웃음도 줘야하고 독립운동도 해야하는데 고작 둘 사이에서 노선차이로 인한 갈등까지 해소해야 하는 판이니 주연보다 조연이 더 바쁜 영화가 되었군요.

그러니 자연스레 여주인공인 이보영의 비중은 좀 비참한 수준까지 느껴집니다. 연기의 대부분이 어디 앉아서 앙칼지게 소리지르는 것이라니요. 게다가 명색이 ‘반도 최고의 가수’라는데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영 어색해서 화장실이라도 잠시 다녀올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대엔 거의 브라스만 보이는데 전자기타 소리가 왠 말이냐 이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용우의 포스가 그리 느껴지지 않아 좀 실망했습니다만, 이건 달리 해석하면 조연들이 빛났다는 점이지요. 여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노라면 꽤 재밌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복선들 역시 그리 난해하지 않은 수준이 대부분이지만요. 물론 거의 마지막까지도 헷갈리는 부분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그건 비밀로 할게요. 이보영의 연기 및 노래가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꽤나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용우는 여느 액션 스타 못지 않게 멋진 액션을 소화해 내더군요. 잠입액션부터  ‘아트 오브워’에서나 보던 총질 액션까지.. 여튼 이번엔 좀 아쉬웠지만, 다음에는 보다 ‘기름진’ 캐릭터로 다시 찾아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 박용우가 역량에 비해 좀 운이 없는 편이고 작품선택도 안따라줬죠.
    쉬리가 대힛트할때는 인기가 많았고, 일본에서도 팬층이 꽤 있었던걸로 압니다.
    박용우가 출연했던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작품이 무사 였으니까 아주 오래됐네요.
    거기에선 강렬한 인상은 못주고 그냥 무난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대기만성형 스타가 될것같습니다. 늦게서야 부각되는 그런 배우들이 많이
    있잖아요.

  • absolu//
    묘하게 나이든 티가 조금씩 나니 매력이 생기는 배우 같습니다. 너무 정형화된 캐릭터(물론 그게 박용우의 매력을 십분 발산하는 방향이긴 합니다만)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만한 몇 안되는 배우 중 한 명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