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Home » 위기의 여자의 남자 – 50

위기의 여자의 남자 – 50

오디션꿈나무와 적선(?)의 추억

육아로 인해 이웃에게 신경을 아니 쓴 사이에 윗층 옥탑에 누군가 이사를 왔다. 며칠 전 자정 무렵에 남의 집 문앞에 서서 한참 통화를 하길래 문을 열고 새해 인사라도 건넬까 했으나, 잠옷 바람이라 참았지.
그리고 오늘은 위층에서 낮부터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으시다는 아내의 제보. 오디션 꿈나무로 생각되지만 안타깝게도 목소리에 공기가 없어 그닥 큰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조용조용 살고 싶은데, 예전 자취할 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에는 그 터의 기운이라는 게 있나보다. 자취하던 그 동네가 참 그랬는데. 고시촌이라는 분위기에 걸맞게 만화방이랑 피씨방이 즐비하여 정작 주택가는 조용하고 한적했다. 특히 내가 살던 건물은 마치 절간 같았다.
문제는 옆집. 내가 살던 곳은 반지하의 위층인 1.5층 쯤 되는 높이였는데 옆집 2층에 좀 제정신이 아닌 애가 살았다. 아니, 표현은 미안하지만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됐다.
밤 11~1시 사이에 규칙적으로 기타를 연주하며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다.
뭐 그 당시 소심한 나는 분란 일으키기 싫어서 그냥 저러다 말겠지했다. 같은 층에 옆방이나 사람은 많으니까. 그런데 약간 위쪽으로 나있는 그 방 창문에서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그닥 작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소심한 듯 시작해서 나중에는 참 심취하시는 듯… 그런 찬송가 연습은 매일밤 이어지더니 급기야 보름 후 쯤에는 교회 형제자매님들을 모셔다가 집에서 ㅈㄹㅂㄱ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옆집에서 피아노 치고 하는 소리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초등학생들 집에와서 저녁때 좀 치면 시끄럽기는 하지만 뭐 한시간을 치는 것도 아니고 잘 애들은 밤엔 자니까.
근데 심야에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참다참다 못해서 소리도 질러봤으나 그 안에서 뭣들 하시는지 들리지도 않는 모양. 결국 저금통에 들어있는 10원짜리 동전을 한움쿰 꺼내서 김수미식 욕설과 함께 창문으로 투척하니 창문으로 투두두둑 소리가 나서 놀랬는지 갑자기 조용해지더라.
그뒤로 어떻게 됐냐고? 조용해지기는 커녕 며칠 뒤에 더 ㅈㄹㅂㄱ함. 자기들끼리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날벼락을 하나님이 막아주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나도 몇 백원씩 더 적선해봤지만 개선이 안돼서 답이 없다고 판단, 거의 매일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경찰에게 저 집 주인한테 이야기 좀 전해달라고 한 후 이사간 듯 조용해지긴 조용해졌다.
근데 문제는 그 녀석이 이사가고 나서 한동안 비어있던 그 집이 더더욱 수상한 여자가 같은 방에 이사를 왔음. 그리고 밤마다(는 아니고 역시 자주) 들려오는 야동의 사운드. -_ – 내가 알기로 당시 그 위 3층은 피아노치는 초딩 키우는 집이었는데 뭐라 한 소리 들었을 법도 한 데, 어째 그 문제의 소리는 규칙적으로 계속 남… 결국 여기도 한국말 안통하는 집인가 보다. 그나마 그래도 이 집은 빨리 나갔다. 이사온지 얼마안돼서 여자2, 남자1이 격하게 싸우고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쿨하게 경찰에 신고. 동네 아줌마들 다 구경나오고 경찰차에 다 태워갔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격하긴 격하게 싸웠나보다. 암튼 그렇게 해 to the 결.
이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자 그 집 터가 이상한지 왜 그런 애들만 이사오냐…싶었는데 돌이켜보면 한 두 번 그런 일이 있을 때 가만놔두면 그냥 그게 자연스럽게 자기의 권리가 되어 버리는 그런 문제가 된게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고시촌이고 하니 시끄럽게 구는 건 당연한 민폐인데, 나중에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 되려 자기네의 권리를 침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개념이 어떻게 탑재되었는지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그런 애들 제정신차리게 만드는 방법도 그닥 궁금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들을 어떻게 종료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내가 왜 내 시간 들여가며 그들을 타일러 사람 만들어 줘야 하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여느 인터넷 커뮤니티를 가도 층간 소음이나 옆집 개짖는 소리에 대한 고민과 도움 요청은 많지만 거의 대부분은 “원인제공자가 계속 생깜”으로 개선되는 건은 별로 없다는게 문제다.
암튼 그런 과거를 떠올려보니, 오늘의 이 오디션 꿈나무도 그냥 이대로 방치하면 안될 것 같다. 오늘 쯤엔 찾아가서 성공한 아이돌이나 가수들은 옥탑방에서 꿈을 키우기보다는 반지하에서 꿈을 키워 성공한 케이스가 많다고 꼭 말해줘야겠다. 그리고 노래 연습은 무한 보너스가 들어오는 녹두거리 초입의 뉴우리 노래방이 좋다고도 추천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