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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6

잠투정

어느 아기들이 잠투정을 안하겠느냐만은 (하지만, 많은 육아지침 문서 -당연히 웹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들은 잠투정없이 잘 자는 아기들이 있는 것을 상정하고 있는 뉘앙스다.) 작은 사람의 잠투정이 이번 주부터 본격화되는 추세이다.
그 전에도 작은 사람의 잠투정은 꾸준히 있어온 편인데, 지난 주부터 엄청 세게, 그리고 오랫동안 울어대는 격한 잠투정을 시작했다. 떨어져 있는 나는 조금 답답해하면 되는데 그걸 곁에서 바라보는 아내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엊그제는 격한 잠투정을하면서 꺽꺽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있는 아내와 잠깐 정신없이 짧은 통화를 했는데 작은 사람은 마치 종로에서 뺨이라도 맞고 돌아온 마냥 서럽게 울어댔다.
서너 시간을 그렇게 울다가 지친 작은 사람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고, 꽁알꽁알 잠꼬대를 내뱉는 이 작은 입에서는 쇳소리처럼 쉰 목소리가 흘러나와 아내는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잠투정의 원인은 다양하다고 한다. 아이가 배가 고프거나 (배가 고픈데 늦게 젖을 주면 아이는 배고픔이 가실만큼만 겨우 먹고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는 배가 고파 이내깨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아 잠투정을 할 수 있다.) 혹은 낮에 너무 자지 않아 몸은 피곤한데 잠에 빠지는 법이 익숙치 않아서 잠투정을 할 수도 있고, 혹은 낮에 너무 많이 자고 잘 먹어서 힘이 남아돌아 잠이 쉬이 오지 않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당장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몇 가지 추측으로 들어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아기를 금새 새근새근 재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아이가 아픈 상황이 아니라면 (따라서 열이 없다면) 이 서러운 울음은 조금 오래 지속되더라도 잦아들고 울다가 힘든 아기는 다시 잠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부모가 이를 마냥 기다리는게 (게다가 우리는 초보아닌가) 쉬울까.
일찍 충분히 젖을 먹여 재운 아기는 다음날이면 또 낮에 잠투정을 한다. 오 이런. 결국 잠투정 총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신비한 법칙을 발견한 아내는 내심 노벨상 같은 걸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역시 모르겠다. 아기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작은 사람’이고 이건 장치 드라이버가 온전히 설치되지 않은 OS로 구동되는 컴퓨터랑 비슷해서 아직까지 많은 기능들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한다. 아예 갓난쟁이일 때는 없던 잠투정이 생기는 것은 ‘밤낮’으로 구분되는 하루의 사이클을 조금씩 느껴가는 작은 사람이 현저히 부족한 자기 제어 능력으로 이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그야말로 투정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그저 시간이 답이라는 많은 선배 엄마아빠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어쨌거나 빨리 시간이 흘러서 아내와 작은 사람이를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 이번 주말 만큼은 겪어야 아는 여자가 (물론 수유 때문에 밤잠은 잘 못이루겠지만) 어느 정도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작은 사람을 껌딱지처럼 꼭 몸에 붙이고 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