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6

엄마

육아 시리즈에서 뜬금없긴하지만 보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여느때보다도 요즘 TV에서 보험광고가 많이 나온다. 보험이 확실히 돈이되는 장사인가보다. 보험은 ‘위험’을 앞세워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극해서 장사를 한다. 확실히 그게 효험이 있기는 있나보다. 뭐 보험 상품 자체가 그렇게 좋다면 이렇게 광고하지 않아도 너도나도 가입하지 않겠는가?

육아 방법론 역시 비슷한 것 같다. 별똥별처럼 두 부부에게 떨어진 아이라는 생명체.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모양이지만 뭐랄까 아직 설치하지 못한 업데이트 패치파일이 잔뜩 남아있는 상태의 윈도같은 작은 사람. 배가 고파도, 피곤해도, 잠이 안와도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엄마 아빠는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작은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자지러지게 울기도하여 더욱 불안하다.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인터넷을 찾아보면 선배들의 조언은 하나같이 원래 아기들은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이야기뿐이지만, 몇 시간을 우는 아이를 안고 밤을 하얗게 지새는 엄마들은 그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불안감. 닥친 상황에 대해 어떤 솔루션도 없다는 무방비 상태를 인지하면서 이 불안은 극도로 커지게 된다. 결국 XXXX 육아법이나 아이가 울 때 대처법들을 찾는 사람들이 도달하는 종착역은 다름 아닌 미국식 육아법이다.

그런데 이 미국식 육아법이 좀 이상하다. 미국식 육아법의 골자는 “아이도 하나의 사람으로 대해야 하며, 아이가 울고 떼쓰는 것은 엄마 아빠가 다 받아주기 때문이므로 성인을 교육하는 것과 같이 아이를 대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맞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미국식 육아법은 왠지 싫다. 수면 교육이라면서 방에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방밖으로 나가서 아이가 울음을 멈추길 기다리는 게 어째서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우는 아기는 뭔가가 불편하다. 배가 고플 수도 있고, 너무 덥거나 추울 수도 있고, 배앓이 때문에 힘들 수도 있고, 막연히 불안할 수도, 엄마의 체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그렇게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던 작은 사람은 결국 엄마의 손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몇 일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이렇게 울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만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엄마 아빠의 편의를 위해 아이와의 감정적 유대가 손상되는 장면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맞는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육아매뉴얼은 “때에 따라 다르다” 혹은 “적당히” 라는 모호한 표현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미 패닉에 빠진 부모는 우는 아이가 ‘의사와 상담을 해야할 정도로 심하게 우는’ 상태에 대한 경험이나 예측치가 있을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은 엄마 아빠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다행이라기보다는 불행스럽게도 오늘날에는 우리와 같은 초보 엄마, 초보 아빠가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지금 이 작은 선택이 나중에 아이의 미래에, 미래의 아이의 감수성에, 지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겁을 내고 망설이게 된다.

이쯤되면 (가지고 있는 불안 요소를 어떻게든 해소해보려는 욕구로 가득찰 때가 되었으니) 보험 영업의 적절한 타깃이 된다. 게다가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은 구멍난 양말 신고 다녀도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걸 해주고 싶게 된다. 더군다나 주위에서 다들 좋은 거 사주고 있다면 더욱 그 추세를 거스르기가 힘들다. 아마도 대부분의 육아 관련한 상품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을까.

미국식 육아법의 추종자가 모인 어느 카페(?)같은 곳에서 종교 간증 비슷한 글들을 쓰는 엄마들을 보며, 저 들은 자기들이 ‘최고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몇 달 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데, 저런 식으로 엄마와의 유대는 조금씩 끊어가면서 나중에 EQ돋는 감성충만 교재들을 사들이는데 기백만원씩 역시 아낌없이 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Q돋는 감성충만 장난감 사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 지는 아니고, 어쨌거나 통계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볼 때 엄마가 아이 육아의 최고의 교재이고, 처방이고, 방법론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번이라도 더 엄마품에 안겨 반짝반짝 햇빛이 빛나는 창밖을 구경해본 아기가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고, 서럽게 울 때 엄마품에서 다독임을 한 번이라도 더 받은 아이가 나중에 옆에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조금 더 쉽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그 자체로 최고의 육아 방법론이므로, 넘쳐나는 육아 키워드를 가장한 마케팅 용어에 주눅들지 말고 세상 모든 초급 엄마들이 자신감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