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5

출생신고

한 주, 두 주가 이렇게 지나가면 어느 새 훌쩍 한달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오늘 아침에 작은 사람의 출생 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다. 때마침 주민등록 담당하시는 분이 없어서 옆자리 아가씨가 대신 처리해주는데 좀 해메는 바람에 시간이 꽤 걸리긴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다 됐다면서 주민등록 등본을 떼서 보여주는데, 왠지 꼭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돈 주고 등본을 뗐다.

회사로 출발하는 길에 계속 등본을 보고, 또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혼인 신고할 때도 뭔가 감회가 새로운 그런 기분이었는데, 그것과는 다른 기분들이 들었다.

출생 신고서에 나와 아내의 본적(요즘은 등록기준지라고 하더라)지 주소를 적어야해서 조회 요청을 했는데, 두 사람의 본적과 출생 신고일, 출생 신고한 사람이 나오는 자료를 보여줬다. 아부지도 내 출생 신고를 하고 이런 비슷한 기분이 들었을까? 동사무소를 나서면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서 나왔을까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그 때 아부지는 20대 중반의 나이였을텐데 이런 기분을 누구에게 전해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에는 인터넷 같은 것도 없어서 어딘가에 마땅히 기록할 곳도 없었을 것이었을텐데, 하지만 어딘가 기록해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하더라고 오늘 내가 느낀 그런 감정들을 분명 당신도 느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컴퓨터에 온라인에 이런 하루 하루의 기록을 간단하게 나마 남겨보지만, 나중에 작은 사람이 커서 이런 글들을 볼 수는 있을까. 10년만 전으로 돌아가도 당시에 뭔가를 기록해두던 물리적 매체들 지금 다시 ‘읽을’ 수 있는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불편하게 와 닿는다.

어쨌든 작은 사람의 20일 인생에서 드디어 주민등록번호라는 걸 만들어 주었다. 뭐 이게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뭐하나 해줬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약간 뿌듯해지는 그런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