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아 아는 여자의 남자 – 04

마음속의 불안을 극복하기

16일차 초보 엄마 김초보와 본의 아니게 생이별을 해서 지내고 있는 아빠에게 육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불확정성’이 아닐까 싶다. 지지난 주까지만해도 이 작은 사람을 어찌 안아야하냐며 땀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던 아빠는 고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지난 주말에는 능숙하게 아이를 안고 분유 먹이기를 시전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고급난이도인 ‘응가 기저귀 갈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시도해 보려고 김초보의 도움으로 튜토리얼 모드를 시작했으나, 기저귀 가는 중 발생한 대참사로 인해 미션의 난이도가 ‘전설’로 바뀌면서 실패 ㅠㅠ)

그리고 그렇게 아빠와 작별을 나눈 그날 밤, 작은 사람은 예전에 안하던 보채기, 짜증내기, 용쓰기, 자는 척하다가 깨기를 반복하며 초보 엄마를 넉다운 시키기에 이른다. 엄마 김초보는 김초보대로 얼래도 보고, 안아주기도 하고, 먹이고 트림시키는 등 온갖 스킬을 동원했으나 이날의 잠실랑이는 작은 사람의 완봉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밤새 시달린 김초보는 지치지고 지치고 좌절도 하고 화도 내었지만, 종국에는 이 작은 사람이 어디가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벌써부터 이렇게 자신하기에는 분명 이르지만, 첫아이 육아에서 부모들의 가장 큰 적은 이런 저런 걱정들이다. 주위의 육아 선배들을 볼 때, 첫아이 때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둘째는 정말 쿨하게 키우는 분들이 많거든. 애가 울어도 잠시 내려놓고 준비운동 들어가는 여유까지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기도 하다.

어쨌거나 우리 같은 초보 엄마 아빠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가 결합되는 경우인데, 첫째는 신생아들의 특이한 신체구조 및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들에 심하게 감정이입되면서 자체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조성하는 것과, 서적이나 인터넷 등지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이 너무 쓸데없이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거나 아니면 아예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으로 시작해버림으로써 초보 부모들에게 “너넨 아니면 말고”식의 조언말고는 해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육아 커뮤니티는 이런 글을 펌질하거나, 자기 애 자랑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닥 조바심 나는 그 순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보인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늘 있는 “어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는 아이가 배가 고픈지 배가 아픈지를 분간할 수 없는 레벨에서는 아이가 당장 아프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불안하다. (그리고 보통 그 시간은 병원에 쉽게 갈 수 없는 심야 혹은 새벽이다.) 또한 언제든지 이런 아기의 시그널을 잘못 판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존재하고, 아무래도 ‘걱정하기’가 특기인 사람들은 여기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결국 문제는 마음속에 있다는 결론이다. 늘 그렇지만 말은 쉽다. 아이가 자연스레 끙끙거리며 용을 쓰는 것도 멀리서 지켜보면 귀엽지만, 가까이서 보면 얼굴이 빨개져서 루돌프 사슴코가 되어 가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는 게 어떻게 마음 편할 수가 있겠나. 계속해서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그 진동을 계속 같이 느끼고 있는게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렇지만 그건 ‘자연스럽다’라는 걸 믿는 수 밖에 방법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걱정할 곳에 쓸 에너지는 조금이라도 더 아꼈다가, 아이를 더 안아주는게 좋겠다. 잠을 못자고 보채는 아기가 그나마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곳은 엄마품이다.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갓난쟁이들은 시각보다는 후각에 의존해서 엄마가 곁에 있는지 없는 지 아는 것 같다. 자다 깨도 엄마가 옆에 누워있으면 말똥 말똥 놀기도 하고, 잠이 든 것 같은데 엄마가 자리를 뜨고나면 이내 깨기도 한다. 아기들의 심리적 안정감에는 분명 엄마 냄새가 중요한 요인일 듯)

얼굴에 황달기가 가시고 뽀얀 얼굴이 되면서는 정말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달라질만큼 아이가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매 순간순간이 예쁜 이 작은 사람의 그 때 그 때를 함께하고 지켜본다는 심정으로 졸리고 피곤하겠지만, 작은 사람을 품에 안고 따뜻이 재우는 김엄마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잠실랑이 중이겠지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내려갈 때는 달콤한 거 가지고 갈게요. 힘내요, 제인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