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자의 남자 – 41

이런 말 쓰면 딱 딸바보 소리 듣기 좋겠지만, 어쨌든 양파 아니 제인이는 나와 아내가 늘 말하던대로 ‘아빠가 마롭이모 결혼식에 갈 수 있는’ 날에 태어나 주었다. 그 전에도 머리가 위로 와 있던 역아자세로 있던 양파는 엄마가 고양이 체조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을 때 쯤에 바른 자세로 돌아갔는데, 이때도 우리 부부는 열심히 배를 쓰다듬으며 (그렇다고 내가 내 배를 쓰다듬었다는 이야기는 아님) 양파에게 이제는 자세를 옮길 때가 되었다고 매일 매일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엄마 아빠의 바램을 들었음이 분명하다.

지난 주말 아내와 아이를 보러 처가에 다녀왔다. 아기 용품들을 잔뜩 챙겨가느라 먼 거리를 운전해서 다녀왔는데, 덕분에 이틀 내내 몰려오는 졸음과 피로에 헤롱대다가 와서 아기는 많이 보고 왔지만 정작 고생하는 아내를 많이 보고 오지는 못했다. 수유하느라, 아이가 칭얼대느라 거의 매일을 밤잠을 못 이루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참 짠하기도 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고, 주말에 찍었던 아기 사진이며 동영상들을 보다가 결혼식 때 찍은 아내의 사진을 보았다. 내킨 김에 아내의 모든 사진들을 하나 하나보다가 밤이 깊어 버렸다. 긴 말을 쓸 수는 없고, 다음 주에 다시 내려 갈 때엔 고단한 몸 잠시라도 쉬라고 무릎 베개라도 해주고, 잠든 아내 머리도 좀 쓰다듬어 주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