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자의 남자 – 35

지난 10월 6일은 스티브 잡스가 하늘로 돌아간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년 전, 그러니까 2011년 10월 6일 아침에 나와 아내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금 이 집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당시 아내의 자취 살림들을 박스에 차곡차곡 담고 있던 중, 잠시 휴식 차 열어 보았던 트위터에서 그 소식을 접하고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그로부터 일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다. 아마 내 인생을 통틀어서 이건 마치 지질학적 규모의 부정합이 일어났다고 할만큼의 큰 변화들이 있었다. 단지 결혼을 한다는 것 말고. 뭐랄까 결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 맞지만, 실상 큰 인생의 변화라 할 만한 것들은 결혼식을 전후로 3개월 동안에 걸쳐 끊임없이 일어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는 스스로 행여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나는 무거운 문제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 여느때보다도 훨씬 더 빠른 걸음으로 달렸던 그런 시기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서 휴식을 찾는, 내 눈을 볼 때는 그곳이 벼랑 끝이든 모래 바람이 부는 사막이든 개의치 않을 것 같던 아내의 눈빛은 내 한 걸음 한 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샘과도 같았다.

인생의 바닥이라 불려도 좋을 가장 나빴던 시간에 우리는 결혼을 결정했고, 그리고 100일이 지날 쯤엔 결혼을 그리고 거의 일년이 돌아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떠나서 세상에 더 이상 그는 없었지만, 우리는 가장 행복한 1년을 보낸 것 같다.

아마 우리 첫번째 결혼 기념일이 될 쯤에는 또 지금 이 순간과는 달라진 위기의 여자와 그의 남자가 되어 있겠지. 그럼에도 우리는 또 앞으로 1년동안, 지난 1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멋진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가 내 곁에 있음이 또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위기의 여자의 남자는 텀블러에 연재(?)하는 일종의 신혼일기입니다. 시간이 될 때, 지난 글들을 이 곳으로 옮겨올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