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리뷰] 머리는 장식용임을 증명해준 여러분들에게

어차피 이런 글 블로그에 올려봐야 읽는 사람도 얼마 안될 거고, 설령 읽는 다 한들 1)이미 알아서 잘 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2)백번 천번을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쓴다는 거 자체가 사실 무의미하긴하지만, 마지막 정치 드립이니 그냥 기록해 두는 차원으로 끄적인다.

먼저 뜬금없는 질문부터 하나 해 보자. ‘정치란 무엇인가?’ 그래, 정치가 뭐냐? 선거냐? 놀랍게도 이 질문의 답은 학교에서 가르친다. 교과서에 나온 문자 그대로의 정의를 외우지는 못하지만 “상충하는 이해를 조정하는 일” 정도였던 것 같다. 여기서 이해는 오해의 반대발이 아니라, 이익관계를 이야기하는 말이고.

그런면에서 우리의 선거의식은 심각한 수준으로 정치적이지 못하다. 이건 입진보를 포함한 진보 진영이 이에 대해서는 너무 방기했기 때문이라고본다. 개누리가 쳐놓은 도덕의 프레임에 갇혀서 놀아난 결과는 바로 지금 이순간에도 진행중이고. 암튼 뭐가 “정치적이지 못하냐”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보자.

정치는 결국 “내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든 활동이다. 시장에 가서 콩나물값 깎는 것도 정치고, A/S 센터가서 노트북을 데스크에 패대기치는 행위도 과격하나마 정치적인 행위다. 이를 위해 내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밀고 당김도 정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 시스템의 일부로 우리가 흔히 뉴스를 통해 접하는 ‘정치’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법에 의해 동작하는 체계이다. (그게 지금 잘되고 안되고는 나중에 생각해볼 문제이고) 그리고 그 법을 만드는 기관이 국회이고 국회의원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국가를 굴러가게하는 주요한 로직이 된다. 그런데 이 법은 대체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즉 “어떤 것은 이래야 한다.”라는 형태로 정의가 되기 때문이다. 표현이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쓰지만,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며, 고의로 사람을 죽인 자는 처벌 받아야한다.”라는 게 법이 말하고 있는 규칙 중의 하나가 아닌가.

예로 들었던 이 살인과 관련된 규칙은 일견 단순히 ‘생명의 존엄’이나 ‘인간의 소중함’ 같은 걸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 그대로 “누군가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생명이 매우 소중하고 비싸다고 생각하므로 다른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는 손해가 되고, 생명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이 이익이 된다. 하지만 아주 극한 예이기는 하지만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이익이 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살인 청부업자나 장기 매매와 같은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이런 일은 “나쁜 짓”으로 규탄받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게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된다.”는게 핵심이고 그 ‘다른 사람’이 거의 대다수의 국민이기 때문에 그게 법으로 정해져서 금지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콩나물 값을 깎는 예를 다시 생각해보자. 콩나물을 파는 사람이 많아지고, 국회의원 중에서도 콩나물을 파는 사람이 많다고한다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도록 콩나물 값을 깎는 행위를 막는 법을 만들면 된다. 이게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국회에 콩나물 파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만약 장기매매가 진짜 돈이 되고 번창하는 사업이된다면 (수출도 막하고 말이지) 그럼 그런 사람 중에서 국회의원이 나와서 그걸 합법화하면 되는 거다. 어렵겠지만 헌법도 바꾸면 그만인 거고.

바로 이거다. 국가의 체계가 나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나에게 유리하게 국가가 돌아가도록 만들면 된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내가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면 된다. 그런데 나는 친구는 커녕 지인도 별로 없다. 그럼 어떡하면 좋은까? 당연히 나하고 제일 이해관계에서의 입장이 비슷한 사람을 국회의원을 만들면 된다. 정치에서의 답은 “내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것이 맞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투표하는 것. 욕할 수 없다. 왜? 나와 가까운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다른 누구보다 내가 더 덕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파행으로 치닫지만 꼬박꼬박 잘 통과되는 법안이 하나 있지. 뭔가? 바로 국회의원 월급 올리는 거다.

성인 군자가 국회에 가는 거 아니다. 국회의원으로 나가는 사람은 다른 누구의 이익도 아닌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 여러분의 일꾼이 되겠다? 집어치우라 그래라.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어떤 유세장에서든 국민의 머슴이 되고, 여러분을 위해 일한다는 소리는 개소리다. 국회에 나간 모든 이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 이게 정치의 본질이다. “착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지”, “깨끗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지”.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가?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이 국회에 가면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기껏해봐야 “자신의 이익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겠지. 왜? 착한 사람이라며.

조금 더 실질적인 예를 들어볼까? 자 환율이 오르면 월급쟁이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기름값부터 온갖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거든. 근데 우리 지역구에 나온 후보가 내 사촌형이다. 그런데 이 사촌형은 집안 대대로 손톱깎이를 만들어서 외국에 수출만하고 있다. 사촌형은 국회에 가면 환율을 올리는 쪽으로 국가 체계가 돌아가는데 일조할 것이다. 왜냐면 환율이 올라야 자신한테는 이익이거든? 그런데 당신은 아마 5년동안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포기해야 하는게 많아질거다. 만약 차라도 굴리고 있다면 조금 더 골치아파질거고. 이때는 혈연지연이 무슨 소용인가. 당장 내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살림 살이가 빡빡해질텐데. 누굴 뽑아야 하는가?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고작 집값때문에 그랬냐”고 비아냥 거리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이명박의 득표량은 대략 주택 소유자의 비율과 비슷하다. 집값이 뛸 거니까 그거 보고 투표한거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거다. 집이 없는대도 이명박을 찍은 사람, 그리고 집이 없는데 투표를 안한 사람들이 이명박을 만든 장본인이고, 국개론이 말하는 개새끼이다.

다시 한 번 원리를 말해주겠다. 정치는 “내 이익을 관철”시키는 활동이다. 따라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을 때는 “국민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 이런 건 다 사기고 내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게 정답이다.

이게 이른 바 ‘힘있는 자들’의 핵심적 정치마인드이다. 이건 나쁜게 아니고 가장 정확하게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잘 활용하고 있는거다. 전국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동네는 노년층이 많인 동네가 아니라 부자동네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보이는 제일 병신같은 트윗이 “XX동은 벌써 투표율이 몇 프로인데, 악착같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게 꼴사납다”류의 이야기이다. 못났다. 그건 “가장 모범적인 민주 시민의 자세”이다. 투표가 국가라는 시스템의 룰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가장 잘 깨닫고 그걸 실천하기까지 한다. 이건 비난이 아니라 칭찬해야하고 본받아야 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걸 말해주는 언론이나 교육기관은 없다. 무능한 야권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생각해보건데, 민주통합당을 보라. 말은 자신들에게 표달라고 하는데, 그들은 잃을 게 없는 싸움이다. 그들 면면을 보면 한나라당을 찍어줘도 손해볼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힘없는 자들, 월급받아 쪼개쓰는 자들, 학비 대출 갚느라 등골이 휘는 자들의 이익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데?

기득권층은 상대적으로 수가 적다. 그래서 수 싸움인 투표에서는 어찌보면 불리하다. 그래서 기득권층은 ‘도덕성’ 프레임을 즐긴다. ‘나쁜 새끼’라는 욕을 먹으면 상대 진영은 그만큼 착하고 바르고 깨끗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사람이 정작 ‘누구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지’를 말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표를 던질 곳은 명확하다. 그래서 이들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반대쪽의 ‘목표’를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고, 이번에도 이런 전략은 정말 잘 먹힌다.

민주당이 늘 하는 이야기는 ‘정권 심판’이다. 다른 이야기도 물론 한다. 그런데 유세장에 가보면 언제나 주제는 정권심판이다. 거기 나와있는 사람들을 갖고 놀겠다는 심산이다. 대체로 면면을 보면 이미 새누리당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만한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그들의 대척점에 있기를 자처한다고 하며 그들을 벌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 좀 뭐가 잘 못 됐는지 감이 잡히나? 민주당 지도부가 무능하게 아니다. 국민이 너무 선거를 ‘정치적이지 못하게’하고 있는게 문제다. 그냥 머리가 나쁜거다. 통합 진보당이나 진보신당, 청년당은 왜 저모양으로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가? 소득 수준의 분포나 인구 수 등으로 봤을 때 이들 당이 1,2당을 해야 정상아닐까? 그걸 그렇게 만들지 못하는 원인은 곧 우리 나라 정치를 후진국 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는 원인과 동일하고, 그 원인의 제공은 바로 국민 스스로가 하고 있다.

정치판에 도덕책 놀이는 필요없다. 대의도 필요없다. 대의는 정치인한테만 있으면 되고 국민에게는 필요없다. 민주국가가 실현해야하는 대의는 이미 헌법에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저 대한민국 국민이기만 하면 된다.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내 이익을 누가 혹은 어떤 당이 대변해줄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투표하라. 이 두 가지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어느 날 구청 직원들이 집으로 몰려와 당신과 당신 가족을 길바닥으로 내쫒는다고 한들, 아무 할 말이 없어지는 거다.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지 못한 잘못. 고스란히 당신이 감내해야 한다.

이제 대선이 남았다. 아마도 대선 전에 로또가 된다면 그 땐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는 나를 비난해주기 바란다. 왜냐면 당신들이 그런 나를 비난할 때 나는 내 이익을 관철시키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에, 그런 비난의 글들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