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2 ::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너무나 거침없는 액션

99년, 영화 ‘매트릭스’가 개봉했었더랬습니다. 영화관에서도 여러번 봤었고 비디오 시디를 구해 틈만 나면 감상감상 또 감상. 거의 영화의 모든 대사를 외울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봤더랬죠. (사실, 방대한 해석을 낳은 작품인 반면, 대사들은 모두 짧고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2003년 워쇼스키 형제는 ‘원래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3부작이었다’는 뻥을 치면서 ‘매트릭스2:리로디드’와 ‘매트릭스3:레볼루션즈’를 내놓습니다. 오 맙소사, ‘바운드’와 ‘매트릭스’에서 그들의 영화적 재능의 최고점을 지나버렸던 것이었을까요, 매트릭스 트릴로지의 중반과 후반부 이야기는 그저 그런 SF 영화로 각인되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의 액션을 보는 눈을 또다시 그 이전처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스펙터클을 표현해야할 CG 조차도 사실 티가 많이 났더랬습니다. 그 사이에 개봉했던 CG 애니메이션들보다도 못한 퀄리티로 정말 ‘급조했다’란 느낌이 많이 들어서 실망(2편)에 대실망(3편)을 거듭했으니까요.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매트릭스’는 그 한 편으로만 봤을 때 지금 보아도 탄성을 자아낼만큼 멋졌고, 스퀘어 스투디오가 제작한 ‘오시리스의 마지막 비행’ (애니 매트릭스에 수록된 단편)이 오히려 매트릭스 2, 3편을 떼어내고서 그 후속작의 영예를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듯 하더군요.

매트릭스의 액션은 그야말로 거침없었습니다. 벽을 타고 달리는 역동적인 액션을 제외하고서라도 엄청난 속도로 펼쳐지는 무기고나 빌딩의 옥상으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듯한 연출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지요. ‘매트릭스’는 그야말로 장면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걸작이었습니다.

매트릭스 3부작이 개인적으로 엄청난 안습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무리하게 큰 스케일을 담으려했고 또 너무나 과장된 액션을 만들려고 했었단 게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죠, 비오는 도시에서 스미스 요원과 결투를 벌이는 네오의 액션장면들,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고 둘이 맞부딪히면 빗방울들이 거대한 구를 만들며 폭발합니다. 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옛날에 드래곤볼 같은 만화보면서 숱하게 많이 봐왔던 거잖아요. 실사로 만들었다고 해서 크나큰 감동을 안겨주기엔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이 후 헐리웃 액션영화들은 안습의 안습인 액션들로 메워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본기도 안되는 배우들을 불러다가 ‘율동’을 시키고 빠른 편집과 밀착된 촬영으로 눈속임을 하는 건 어린애들 장난 같기만 했던 거죠.

(아, 물론 그러던 와중에 우리의 영웅 제이슨 본이 나타나긴했지만 말이지요!!!!!)

슛뎀업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시작했다가 완전 딴소리만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영화 매트릭스 3부작에서 어지간한 액션장면들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표현가능한 부분은 거의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2편의 고속도로 추격신에서는 카메라가 트럭을 통과하여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역시 추격신은 좀 찍으신다지만 글쎄요…) 그리고선 액션영화들은 판타지와 결합하거나 아니면 보다 정교한 액션을 추구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지요. 제이슨 본 시리즈와 최근 다이하드 4가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액션 영화 좀 찍을 줄 아는 감독이 있지요. 바로 류승완 감독입니다.이 분의 초저예산(이며 안습의 제작과정과 제작기간으로 더욱 빛이 나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한국 액션의 지평을 열었던 감각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또 한번 멋지게 빛을 발합니다. 사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는 술집 격투신 이후에는 좀 졸렸어요. 왜냐면 너무 뻥졌으니까 싶네요. (물론그 이전에 ‘다찌마와 리’라는 걸출한 작품을 내셨지만요)

진짜 서론을 끝내자면 슛뎀업은 총기액션에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줍니다. 어찌보면 좋을 수도 어찌보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좋은 쪽으로 다가서는 군요. ‘이퀄리브리엄’에서 봤던 눈부신 건카타는 이제 잊어도 좋습니다. (라고 쓰면서 계속 웃음을 참기가 힘드네요) 정말 거침없이 쏴 줍니다. 물론 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합니다. 어지간한 ‘다이하드’류 액션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액션 장면을 모두 모아서 그것도 오버의 극치로 부풀려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약간의 잔혹한 장면만 잘 참고 견디면 이것만큼 통렬하고 짜릿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아드레날린을 보고서 아드레날린이 하나도 안 샘솟았는데, 슛뎀업음 진짜배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라고 생각해도 될만큼 (주인공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총을 쏩니다만) 포복절도 하고 싶은 영화입니다.음… 영화가 홍보에서 밀렸는지 아니면 심야로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좀 적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만, 10명이채 안되는 인원이 보았던 ‘마이 파더’도 있었던 걸요.

사실, 주연이 클라이브 오웬이어서 꼭 보고싶었던 영화였습니다. 클라이브 오웬은 ‘본 아이덴티티’에서 마리의 사촌의 별장을 습격하던 킬러로 나왔더랬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읊조리죠.

“Look at us..”

물론, 이 대사는 ‘본 얼티메이텀’에서 제이슨 본이, 아니 데이빗 웹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또 다른 킬러에게 반복하는 대사입니다.

p.s.

이 영화의 맞은 편에 ‘더블 타겟’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총기를 주제로,음 ‘더블 타겟’은 보다 좀 더 적절히 그럴싸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라고 해두죠. 슛뎀업을 보고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면 비디오로 한 번 봐주시면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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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왠지 이 글을 읽고나니 비디오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얼룩말 //

    비디오로 보시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을 영화예요!! 마이너 성향의 냄새가 폴폴 풍기긴하지만 그냥 눈살 찌푸리게 만들던 ‘러닝 스케어드’따위와는 다른 통렬함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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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진공 //
    트랙백 감사합니다.

  •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겐 생명경시사상을 심어줄수는 있겠지만. ; ; ;쿨럭쿨럭
    참 시원시원하고 잼나긴 했지요.

  • nari //
    영진공님 글에서처럼, 총기 뭐야 무서워하는 ‘공개적’ 공포증을 조금씩 미쿡 사회가 걷어내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래도 당근이 눈에 좋다는 나름 교훈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