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9 :: 아이락스의 신상 키보드 리뷰

어쩌다보니 “몇 달째 블로그를 방치해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본격 황급히 작성해보는 최신 업데이트 포스팅

애플인가 아이락스인가

아이락스(i-rocks.co.kr)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키보드를 내놓았습니다. 아 정확하게 말하면 새로운 스타일은 아니고 “그간 만들지 않았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출시 이전부터 애플의 키보드를 쏙 빼닮은 디자인으로 많은 블로거들의 이목을 받아온 KR-6402 알루미늄 슬림 키보드입니다.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는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클릭하시면 아이락스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키보드는 알루미늄 상판을 채택하고 있는데다가 애플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인 아이솔레이션 방식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이솔레이션(isolation) 방식이란 키보드의 기계적 특징이라기보다는 키보드에 달린 키 하나 하나가 그 이웃한 키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는 방식의 디자인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키보드들은 키들이 연속적으로 붙어있는 디자인이지요. 덕분에 상판이 그만큼 복잡한 모양으로 제작되어야 합니다.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며 큰 기대를 가졌고, 또 한 편으로는 이건 진짜 고소미 먹을만큼[1. 고소를 당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듯 합니다. 비슷하게는 고소 크리가 있지요] 비슷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솔레이션 방식의 키보드 디자인이 애플의 특허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방식의 키보드는 이전에 소니가 먼저 만들었다고 알고 있으며, 전통적인 타자기 혹은 워드프로세서 기기에서도 아이솔레이션 방식의 자판이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왠지 오늘은 확인하기가 귀찮네요. 네

애플 키보드와 비교해보자.

어쨌거나 10월 18일 월요일 오전 옥션과 인터파크를 통해 출시기념 할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올 블랙 모델을 여자친구에게 하나 사줄까 하는 생각으로 덤볐다가 화이트까지 함께 두 개를 주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역시나 배송은 총알배송으로, 키보드는 오늘 오전에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화이트 모델의 전반적인 느낌은 애플 키보드와 정말 흡사합니다. 대략 다음의 특징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1. 알루미늄 상판의 색상과 광택을 죽이기 위해 샌딩 처리한 정도까지 거의 똑같습니다.
  2.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키의 크기도 거의 비슷합니다.
  3.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윈도 키(윈도 로고가 박힌 키)가 아니면 애플 키보드로 착각하기에도 딱 좋습니다.
  4. 심지어 박스를 열었을 때 키보드를 감싸고 있는 비닐에서 “애플냄새”가 납니다. (패키지를 열면서 뭔가 당혹스러움을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블랙의 경우에는 조금 다릅니다. (동일 모델이나 가격차이가 납니다 왜냐면…)

  1. 색상에 의한 효과 때문인지 더 슬림해 보입니다.
  2. 상판과 키가 동일한 색상이라 무척 이쁩니다.
  3. 특수 기능키의 마크가 오렌지색입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취향에 달린 문제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빨간색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4. 상판의 알루미늄의 마감 터치가 화이트와는 약간 다릅니다.

실물을 보니 화이트는 애플을 동경하는 사용자가 쓰기에 좋을 듯 하고, 블랙이 오히려 아이락스만의 개성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더욱 좋아보입니다. (물론, 가격은 블랙 색상 제품이 조금 더 비쌉니다. 물론 그래봐야….)  아래 사진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블랙 색상이며,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녀석이 화이트입니다.

그리고 집에 들고 온 김에 애플 키보드와 비교해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애플키보드, 오른쪽이 KR-6402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상판의 색상이나 광택처리 정도가 놀랄만큼 흡사합니다. 애플의 디자인이 좋은 것도 있지만 아마도 애플의 높은 가격의 벽에 좌절한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기위한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측면에서는 대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키의 크기는 KR-6402가 아주아주 약간 작습니다. 대신에 키와 키 간의 간격이 애플키보드보다 아주 약간 넓습니다. 따라서 각 키들이 커버하는 위치는 거의 동일할 것으로 생각되고 키와 키가 떨어져있는 느낌이 KR-6402에서 조금 더 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만족스럽고 매력적인 제품

디자인을 애플을 따라했니 그건 고유의 디자인이 아니니 상관없니 하는 논쟁은 그다지 신경쓰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KR-6402는 다른 아이락스의 제품들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편입니다. 따로 사용하고 있는 KR-6170 (플라스틱 바디 팬터그래프 슬림 키보드)에 비해서는 상당히 가벼운 느낌입니다. 그리고 키들이 붙어있는 영역을 제외하고는 테두리 공간에 여유를 거의 주지 않았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도 상당히 작고 두께 또한 매우 얇아 진정한 슬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키보드 자체의 두께를 애플 키보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단 실제 제품이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상판만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랫부분은 고광택 플라스틱으로 처리가 되어있는데, 그럼에도 윗면과 옆면으로 손에 닿는 대부분은 알루미늄 부분으로 외관이나 터치 면에서는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특히 검은색 모델의 경우에는 가로로 옅은 빗금처리(윈드 마감)가 되어있어서 더욱 센스있는 느낌을 줍니다. (그 오렌지색 마킹만 어떻게 좀…)

키감의 경우에도 팬터그래프 방식의 키로 눌려지는 느낌이나 키의 탄력도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아이솔레이션 방식으로 디자인된 키보드에 대해 키감이 좋지 않다는 평도 많은데, 제 경우에는 그다지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꽤나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또한 이런 디자인은 키와 키가 떨어져있어서 옆에 인접한 키를 잘 못 눌러 오타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대신에 높낮이를 조절하는 그 다리가 없고 전반적으로는 바닥에 착 달라붙은 느낌으로 경사가 매우 얕은 편입니다. 전 원래부터 다리 안 세우고 키보드를 써왔고 또 노트북 사용에 많이 익숙해서 그런지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가장 반길만한 것은 키보드에 달려있는 ‘전원 키’가 사라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멀티미디어 키라든지 그런게 달려 있는 키보드를 굉장히 싫어하는 데 이전에 구매한 KR-6170 모델도 장식으로 달려있는 줄 알았던 은색 버튼이 전원 버튼이더군요. 잘못 눌렀다가 뭔가 작업 중이던 문서를 저장하라는 창이 나타나 얼마나 놀랬던가요. 다행이 이 모델에는 그런 키는 달려있지 않습니다. 대신 기능키(fn)와 조합하여 시스템의 볼륨을 조절하는 기능과 숫자 키패드 상단에 웹 브라우저 / 메일 클라이언트를 바로 실행하는 키가 붙어있습니다. 이 정도면 봐줄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거의 쓰지는 않습니다) 리뷰 쓰는 김에 이것 저것 눌러보니 정상적으로 잘 동작하는군요. 좀 신기합니다.(참고로 지금은 우분투 10.10에서 구글 크롬으로 작성 중입니다.)

총평을 하자면 가격 대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특가로 구입해서가 아니라 정가를 다 주고 사도 그정도 값어치는 톡톡히 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아이락스 측에서도 분명 애플을 동경하는 이들을 타겟으로 삼고 기획한 제품이라고 확신합니다만, 평소에 “호환이 되지 않아” / “너무 비싸” 등의 이유로 애플 키보드를 가지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그에 대한 대리만족을 품질에 대한 만족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솔레이션 방식의 키보드를 매우 선호하는데, 이를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아이솔레이션 키보드가 (그것도 좀 저렴하게) 많이 시장에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아… 그나저나 아이팟터치 4세대에 대한 리뷰도 쓰긴 써야할텐데… 언제 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