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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8 :: 공기인형 (2010)

보나마나 시시한 이야기

공기인형을 알게 된 계기는 World’s End Girlfriend의 새 앨범이 공기인형 OST라는 소식을 들은 것이 시작이었고, 주말 사이에 짬을 내어 보게되었지요. 개봉관이 별로 없어서 멀리까지 다녀왔습니다만 안 봤다면 많이 후회했을 것 같네요. 혹시 이 영화를 볼 계획이 있으신 분은 아래 주의 사항을 먼저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1. 19세 이상 관람가에, 주인공이 ‘성인용품’이라는 설정이지만 야한 장면은 그리 나오지 않습니다.
  2. 하지만 여자친구와 보러 갈 생각이 있는 남자분들은 혼자 가거나, DVD 출시나 어둠의 경로를 통하시는 게 나을 듯 하네요. 배두나양이 정말 예쁘게 나옵니다.
  3. 물론 19금 답게(?) 배두나양의 노출씬 분량은 상당히 많습니다. 야하다기 보다는 몸이 정말 예쁩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여자친구랑은 보러가지 마세요.

당신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

뭐 보도자료들도 워낙 많이 배포된 상태에서 이 정도까지는 스포일러가 아니겠지 싶어서 조금 소개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노조미’입니다. 노조미는 공기 인형이에요. 공기 인형은 공기 놀이 같은 거 할 때 쓰는 인형은 아니고 앞에서도 밝혔다시피 ‘성인용품’입니다.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이나중 탁구부’에 자주 출연하던 그 ‘와이프’가 그런 종류일거에요. 영화는 공기 인형인 노조미가 어느 날 막무가내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골방에 틀어박혀 있던 그녀가 창밖으로 보이는 반짝거리는 풍경에 반해 외출을 시도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그런 이야기에요.
물론 포스터에도 나와 있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멜로라곤 하지만 멜로로 분류하기에는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기는 해요. 이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갖고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피노키오 동화의 성인 버전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마음, 특히 당신의 마음에 대해 읊조리는 감독의 ‘시’와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진 공기 인형. 그것은 태생부터가 ‘타인의 대용품’ , ‘욕망의 배설구’와 같이 어긋난 운명을 타고 났으니 슬픈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예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공기 인형이 사람을 닮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공기 인형 자체가 우리네 마음을 그대로 반영-상징도 아니고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한다는 점이 꽤나 진부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느낌이에요. 감독은 너무나 서정적인 음악과 예쁜 화면, 예쁜 배우를 통해 동화처럼 이야기를 꾸몄지만, 마치 우격다짐과 같이 막무가내로 노조미에게 마음이 생겨났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과 같이 도시에 사는 우리네 마음이 공기 인형과 같다는 말을 던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마음을 가졌나요?

겉은 번지르르하게 허세를 부리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노조미는 우리 네 마음 그 자체인 것이지요. 우리는 같이 속이 비어있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나 혹은 자신과 타인이 하는 말들의 의미조차 잘 알지 못해요. 그래서 노조미처럼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합니다. 그저 겉만 번지르르 하고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할 뿐이지 우리는 늘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교감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누군가의 대용품은 아닐까 저어하고, 또 못난 우리는 자기 스스로가 노조미라는 건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노조미같이 대하기도 하니까요.
트위터니 웹2.0을 들먹이며 교감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요즘이지만, 오히려 마음과 마음의 단절은 그 골이 점점 더 깊어져가는 건 아닐까요?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들은 점점 줄어가고, 되려 그런 이야기를 아무도 아는 사람없는 익명의 네트워크에 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비록 그렇게 바람 빠지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마음이라도, 따뜻한 온기가 남은 사람이라면 그래도 이 영화를 꼭 볼 것을 추천합니다. 허세와 공허, 그리고 단절된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마음 편하게 와닿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놓쳐버리기에 이 영화는 너무도 따뜻하고 반짝거리는 예쁜 조약돌 같은 느낌입니다. 거기에는 배두나양의 빛나는 연기와 빛나는 외모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은 절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아!’하고 감탄이나 이런 거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단단히 긴장하고 보러가시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반짝반짝 빛나는 눈매의 두나양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내고 여러분 마음 속의 노조미에게 약간의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경험은 아깝지만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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