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또 베타 판으로
파이어폭스 2 시절부터 무모하게 베타 버전을 덜컹 설치해서, 그것도 프로파일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덮어씌워서 쓰다가 여러 번 아픈 경험들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foxmarks의 든든한 지원을 뒤에 업고 있다보니 좀 겁이 없어졌습니다. 차니님의 블로그를 통해 파이어폭스 3.1 베타 2가 빠르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빠른지 한 번 보자’는 생각에 또 한번 덜컹 사고를 쳤습니다.
파이어폭스2에서의 몇 번의 아픔 이후, 베타판을 써보고 싶을 때는 thinstall과 같은 유틸리티를 사용해서 포터블 버전을 만들어서 별도로 썼었는데요. 매번 만들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지금 설치된 버전 위에 덮어 씌우기로 설치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베타…라고 따로 표시된 폴더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빨라졌다
브라우저가 ‘빠르다’는 것은 사실 아주 모호한 개념일 수 있습니다. 특정 웹페이지를 로딩하여 화면에 뿌려주는 것도 시원시원하고 빨라야 하구요, 자바 스크립트도 원활하고 빠르게 동작해야합니다.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자체의 런칭 속도도 중요하지요. 결국 ‘체감 속도’ 라는 것은 이른바 ‘최소량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구글 크롬이 매우 훌륭한 속도를 보여주고 있어서 현재까지 주력 브라우저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마우스 제스쳐의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입니다.)
파이어폭스는 일단 띄워둔 상태에서는 만족스러운 속도를 보여주었지만, 어플리케이션 자체의 런칭 속도가 빠르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3.1 베타에서는 놀랄만큼 가볍게 떠오르는 것이 일단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주로 쓰는 플러그인 몇 가지는 Nightly Tester를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없이 작동하네요. 쩝 하지만 우려했던대로 Google Gears는 안됩니다. 혹시하나고 Nightly Tester도 설치해봤지만 역시나 안되네요. ㅠㅠ 오늘 구글 캘린더에 오프라인 모드가 개설됐다고 그렇게 좋아했지만 결국 반쪽 짜리였는데, 이래 저래 구글 기어스에 낚이는 하루 입니다.
크롬의 영향
구글 크롬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눈에 띄는 군요. 탭을 끌어다가 밖으로 꺼내어 새 창으로 쓸 수 있게 했군요. 그리고 사생활 보호 모드도 추가가 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각 탭이 별도의 프로세스를 사용하지 않는지, 작업 관리자 상으로는 탭을 여러개 열어도, 심지어 창에서 탭을 떼어내도 프로세스는 하나만 움직입니다. 그럼에도 상당히 가볍네요. 그리고 탭을 무진장 많이 열어도 멀쩡하게 잘 돌아갑니다. 구글크롬에서도 꽤 많은 탭이 열리긴 합니다만, 그냥 기분 상으로는 파이어폭스가 좀 더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듯 싶습니다. 아 물론 IE8은 너무 불안정해서 생각도 하기 싫구요.
전체 느낌은
우선 아주 가볍게 뜨는 런칭 속도는 마음에 듭니다. UI만 빨리 그릴 뿐 한참을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IE8에서 느낀 실망감은 느낄 수 없었구요. 그리고 그 외의 속도에서도 많은 향상이 있었다고 느껴집니다. 구글 크롬을 쓰지 않으셨던 분들은 체감 속도 향상을 팍팍 느끼실 수 있을 듯 하네요. 다만 구글 기어스가 (왜 이렇게 많이 언급하는지, 누가 보면 구글 기어스에 환장한줄 알겠군요) 아직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슈는 조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간 파이어폭스를 조금 멀리 했던 이유였던 느린 런칭을 그간 고질적이어서 개선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당당히 빨리 떠주는 모습은 아주 멋지군요.
파이어폭스 3.1 강추!입니다. 단, 정식 릴리즈 되었을 때 말이지요.